▲선수들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대한항공 점보스 공식 페이스북
인천 계양체육관이 더욱 북적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본격적인 비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배구판에 유행처럼 번지는 젊은 감독 대세론을 거스르고 연륜의 힘을 가진 박기원 감독을 올시즌 사령탑에 앉혔고, 트라이아웃에서 많은 팀이 눈독 들이던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를 1순위로 뽑았다. 김학민, 한선수, 신영수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들 역시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시즌 시작 전 너도나도 대한항공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았고, 지난 6일 우리카드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1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이 5승 1패, 승점 14점을 수확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자, 우승의 기대감과 더불어 '뒷심 부족'이라는 우려의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늘 지적받던 대한항공의 시즌 후반 경기력은 1라운드 결과에 안도해서는 안 될 이유기도하다.
휴전중인 범실과의 전쟁, 그대로 이어질까 이제 막 1라운드를 치렀을 뿐이지만 "대한항공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범실이다. 순항하던 대한항공의 경기력이 곤두박질치던 순간에는 매번 범실이 있었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총 36경기, 134세트에서 무려 909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범실부문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해야 할 시즌 후반, 4라운드에서는 총 174개의 범실로 매 경기 상대 팀에게 29점씩을 헌납한 꼴이 됐다.
그런 대한항공의 올시즌 1라운드(6경기, 22세트) 범실 순위는 6위다. 지난 시즌 1라운드(6경기, 23세트)에서 150개의 범실을 만들어내며 2위에 오른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총 범실 개수도 130개로 지난 시즌보다 20개나 적다. 집중력 강화를 통해 범실을 최소화하자는 기본 전략이 제법 잘 들어맞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박 감독이 주문한 안전한 서브가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총 범실 중 서브 범실은 90개에 달했다. 그러나 올 시즌 1라운드에서는 71개의 서브 범실로 삼성화재와 함께 최소 개수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범실과의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났다고 말하긴 이르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우리카드와의 주말전에서 3대 0의 압도적인 세트스코어로 승리했지만, 범실은 19개로 우리카드보다 5개 많았다. 경기 후 박 감독 역시 "우리팀은 범실을 줄여야 한다"고 자평했다. 늘 도사리고 있는 범실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져야 1위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주전들의 체력유지 위한 용병술이 관건만년 우승 후보에서 진짜 우승팀이 되기 위해서는 팀 내 주축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필수다. 센터 김철홍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외에 다행히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믿을맨 김학민은 발목 염증을 계속 달고 있지만 체공력과 파괴력은 여전하다. 공중에 한 번 뜨면 라면을 끓여 먹고 내려와도 될 만큼 긴 체공시간을 가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김라면'이라는 그의 별명이 여전히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주전 세터 한선수는 재치있는 토스는 물론 1라운드 동안 11개의 블로킹까지 성공시켰다. 거기에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 역시 투철한 자기관리로 박 감독의 100%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기세를 이끌고 있는 핵심 선수 대부분이 30대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의 체력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자원은 풍부하다. 공격진의 젊은 피로 곽승석과 정지석이 있고, 중앙에는 지난달 현대캐피탈과의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진성태가 있다. 기복을 보이는 한선수의 뒤를 받쳐줄 황승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베테랑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동시에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젊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전반기에서 선두싸움을 하고도, 5라운드 이후 기록한 7연패 때문에 정규리그 4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아직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제일 앞선 출발에도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에게 1라운드를 포함한 전반기는 예고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팀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줄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우승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 끝까지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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