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우즈베키스탄과의 '운명의 대결'을 앞두고 오늘 마지막 시험무대를 갖는다.
울리 슈틸리케(63, 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캐나다와 14년 만에 A매치 평가전을 갖는다.
슈틸리케호는 현재 위기에 빠져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경기를 치른 현재 한국은 이란(승점 10)과 우즈벡(승점 9)에 이어 조 3위(승점 7점)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특히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벡과의 경기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려워진다. 우리 대표팀은 내년 5번의 최종예선전을 치러야 하는데 원정경기만 3경기(중국, 카타르, 우즈벡)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한 중국과 카타르, 우즈벡의 원정 텃세 등을 생각해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대결이 예상된다.
'아시아의 맹주'라 자부하던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진출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선수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캐나다 전에서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피파랭킹 110위인 캐나다는 월드컵 본선 경험이 1회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였던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러시아, 프랑스, 헝가리를 만나 3패(5실점)로 씁쓸히 대회를 마감한 기억이 있다. 국제대회서 거둔 최고 성과는 1985년, 2000년 북중미 골드컵 우승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캐나다와의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 2패로 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2월 미국에서 열린 북중미 골드컵 3, 4위전에서 캐나다에게 1-2로 패한 바 있다.
윤석영-박주호, 캐나다전에서 실력 증명할까
지난달 31일 축구협회에서 발표된 캐나다-우즈벡 전 명단을 놓고 팬들과 언론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간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중용하겠다고 말해 온 슈틸리케 감독이 원칙을 깼기 때문.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에서 윤석영(브뢴비 IF)을 비롯해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정협(울산현대) 등 소속팀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을 발탁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잘 알려진대로 윤석영은 잉글랜드 프로무대(QPR, 돈캐스터, 찰턴)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다 지난달 덴마크 브뢴비로 이적했다. 하지만 새 둥지를 튼 브뢴비에서도 출장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 박주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올 시즌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 마르셀 슈멜처(독일)와 라파엘 게레이로(포르투갈)와의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 공격수 이정협 또한 이번 시즌 K리그에서 30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캐나다 전에서 이 세 선수를 시험해 볼 구상이다. 그는 "이번 캐나다 전에서 박주호와 윤석영을 전후반 번갈아 45분씩 뛰게 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물론 이정협 또한 캐나다와의 경기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왼쪽 수비 자원인 윤석영은 한 때 '이영표의 후계자'로 지목받던 촉망받는 선수였다. 발이 빠를 뿐만 아니라 맨마킹에 능하고, 투쟁심 또한 돋보인다. 다만 공격 전환시 중앙으로 연결하는 크로스가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영과 경쟁을 펼칠 박주호는 측면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 시 크로스에 능하고 슈팅 능력도 뛰어나다. 상황에 따라서는 측면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발이 느린 탓에 스피디한 공격수를 자주 놓치는 등 수비력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협 or 황희찬
왼쪽 측면 수비 못지 않게 캐나다 전에서 원톱으로 나설 이정협 또한 팬들의 관심을 끈다. 지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던 이정협은 소속팀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슈틸리케 감독에게 '특혜'나 다름없는 선택을 받았다.
186cm 신장을 갖춘 이정협은 제공권은 물론 구자철, 남태희 등 2선 공격진들과의 연계플레이에도 능하다. 196cm 장신 수비수 스티븐 비토리아(GD 에스토릴 프라이아)가 버티는 캐나다 수비진을 뚫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는 "리그에서 부진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또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렵게 기회를 주신 만큼 대표팀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캐나다전에서 이정협과 원톱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칠 '대표팀의 막내' 황희찬(21,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4일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I조 4라운드 경기에서 OGC 니스(프랑스)를 상대로 2골을 몰아치며 국내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황희찬은 올 시즌 소속팀 잘츠부르크에서 경기당 평균 0.5골(12경기 6골)을 넣을 정도로 유럽 무대에서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을 비롯해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등이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대표팀 막내이기도 한 황희찬은 지난 9월 1일에 열린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지동원에게 밀려 출전시간이 채 34분(2경기 중국전,시리아전)에 불과했다.
적은 출전시간으로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아쉬운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만큼 국가대표팀에 대한 각오가 누구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황희찬은 "너무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올 수 있게 돼 영광이다"며 "단 1분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열심히 뛰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우즈벡과의 운명의 전을 앞두고 열리는 캐나다전은 선수단의 사기 진작을 위해 어느 때보다 승리가 요하다. 슈틸리케호가 이번 평가전에서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두고 우즈벡 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갖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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