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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 슈틸리케 감독의 뚝심인가 고집인가

대표팀 선발 이번에도 깨진 원칙, 수비 보완 위해 풀백 자원 총동원

16.10.31 16:53최종업데이트16.10.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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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결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울리 슈틸리케(61, 독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우즈베키스탄) 및 캐나다와 친선경기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한 번 원칙을 깼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자신에게 익숙한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박주호(29, 도르트문트)와 윤석영(26, 브뢴뷔 IF)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고, 소속팀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25, 울산 현대)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전북 현대의 오른쪽 풀백 김창수(31)와 최철순(29)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고, 남태희(25, 레크위야 SC)와 한국영(26, 알 가라파), 정우영(27, 충칭 리판) 등 슈틸리케 감독의 총애를 받는 선수들 역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인 만큼 이번 슈틸리케 감독의 결정이 어떠한 성과를 낼지 관심을 끈다. 다만, 과거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원칙을 깨면서까지 불러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표팀 풀백 고민 해결은 가능할까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11일 천안에서 캐나다와 친선 경기를 치른 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11일 천안에서 캐나다와 친선 경기를 치른 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연합뉴스

이번 대표팀 명단에 전문 풀백만 5명이 뽑혔다. 왼쪽 풀백에는 홍철(26, 수원 삼성)과 박주호, 윤석영이 선발됐고, 오른쪽 풀백에는 김창수와 최철순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왼쪽부터 보면 홍철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걱정이다. 먼저, 박주호는 2015년 여름 도르트문트 이적 후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 소속팀 주전 왼쪽 풀백인 마르셀 슈멜처(28, 독일)와 포르투갈 국가대표인 라파엘 게레이로(22)가 잇달아 부상을 당하며 기회를 잡았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박주호는 지난 22일 잉골슈타트와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서 오랜만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심하게 떨어진 경기 감각과 수비에서의 불안한 모습만을 노출한 채, 전반만을 뛰고 교체됐다.

윤석영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덴마크 브뢴뷔와 4개월 단기 계약을 맺으며 유럽 잔류에 성공한 윤석영은 지난 27일에서야 '덴마크컵' 3라운드 BK 프렘(3부리그 소속)과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가 윤석영의 이번 시즌 유일한 공식 경기 출전이고, 리그 데뷔전은 아직 치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 두 선수를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고광민(28, FC서울)과 박원재(32, 전북 현대), 정운(27, 제주 유나이티드) 등이 있었음에도 경기 감각이 심히 우려되는 해외파 선수들을 소집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른쪽 풀백은 전북 현대 선수들로 채웠다. 먼저, 최철순은 K리그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특히, 투지를 앞세운 '찰거머리' 수비는 이번 시즌 전북의 상승세에 큰 힘이 됐다. 다만, 김창수의 발탁은 조금 의외다. 최철순과 함께 전북 소속인 김창수는 부상으로 인해 이번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김창수는 지난 9월에서야 그라운드로 복귀했고,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도 7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최근 보여준 경기력도 대표팀에 합류할 수준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골키퍼와 중앙 수비진은 큰 변화가 없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올라선 김승규(26, 비셀 고베)가 건재한 가운데, 수비진의 맏형 곽태휘(35, FC서울)와 김기희(27, 상하이 선화) 등이 이번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6일 카타르와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홍정호(27, 장쑤 쑤닝)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아내며, 우즈베키스탄과의 일전을 준비하게 됐다.

기성용의 짝, 한국영과 정우영이 최선인가

미드필드진도 큰 변화는 없다. 기성용(27, 스완지시티), 이청용(28, 크리스탈 팰리스),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 구자철(27, 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25, 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 선수들이 예상대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K리그 최고의 중앙 미드필드로 손꼽히는 김보경(27, 전북 현대)과 이재성(24, 전북 현대)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한국영과 정우영의 꾸준한 발탁에는 의문이 따른다.

현재 국가대표팀의 전술은 4-2-3-1뿐이다. 변화가 있다면, 주장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4-1-4-1이 있긴 하다. 그러나 기성용이 어디에 위치하든 그에 대한 의존도와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 4-2-3-1 전술에서 기성용의 짝이나 4-1-4-1 전술에서 1의 위치로 경기에 나서 포백 보호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영과 정우영의 능력이 기성용의 역할을 나눠 가질 수 있을 만큼 뛰어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전 경기들에서 한국영과 정우영은 수비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들은 포백 바로 앞에 위치해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고, 중원 싸움에도 힘을 보태야 했다. 우리 풀백들의 공격 가담 시에는 그 자리를 메워줘야 하고, 상황에 따라선 중앙 수비수의 역할을 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리아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실점하고 있다는 점, 상대의 빠른 역습과 패스 한 번에 상대 공격진과 우리 중앙 수비진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영과 정우영은 패스의 질이 기성용과 비교해 너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공격으로 전환되는 패스는 대부분 기성용의 발을 거쳐야 했고, 기성용이 없을 땐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길게 넘어가는 패스가 대부분이었다. 기성용에 대한 의존도만 더욱 높아졌고, 기성용의 체력 저하는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로도 이어졌다.

그래서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주세종(26, FC서울)의 대표팀 탈락이 너무나도 아쉽다. 주세종은 수비형 미드필드로 경기에 나서 포백 보호의 역할과 함께 공격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주세종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압박과 수비, 패스의 질과 중거리 슈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기성용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주세종을 대표팀으로 부르지 않았고, 기존 선수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였다.

이번 대표팀 경기에서 박주호가 미드필드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주호는 마인츠 05 시절 수비형 미드필드로 경기에 나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적이 많고,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기성용의 짝으로 부족함 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다만, 박주호의 경기 감각이 정상이 아니란 점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현 대표팀에 필요한 스트라이커가 과연 이정협일까

 축구대표팀 차두리 전력분석관(왼쪽)과 신태용 코치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차두리 전력분석관(왼쪽)과 신태용 코치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진에서는 이정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우뚝 올라선 이정협은 한동안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졌었다. 그러나 소속팀 울산 현대에서의 부진이 길어지며 대표팀과 멀어졌고, 이정협의 경기력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시즌 이정협은 울산 현대 소속으로 29경기에 나서 4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기록이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수치다. 실제 소속팀 경기에서도 활동량만 눈에 보일 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수들이 상대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정협을 다시 뽑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이란전에서 보았듯이 스트라이커에게 필요한 건 움직임이 아닌 골이다.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올라선 지동원이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잡으려 했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 카타르전에서도 후반전 교체 투입된 김신욱(28, 전북 현대)이 상대 수비를 흔들지 못했더라면, 3-2 역전승을 일궈낼 수 있었을지 의심되는 경기력이었다.

우리 대표팀에는 상대 수비 뒷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손흥민이 있다. 전방에서의 많은 활동량과 압박을 선보일 수 있는 지동원도 건재하다. 무엇보다 지난 최종예선 경기들에서 우리 대표팀에 필요한 스트라이커는 상대 수비와 끊임없이 몸싸움을 해주면서 큰 부담을 가할 수 있고, 손흥민과 이청용, 구자철 등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란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     

그런데도 기존의 지동원과 스타일이 비슷한 이정협을 무리하게 대표팀에 발탁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이정협은 스트라이커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득점이 너무나도 적다. 이정협이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조국(32, 광주FC)이나 양동현(30, 포항 스틸러스), 박주영(31, FC서울) 등과 비교했을 때, 경기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차전 시리아전과 4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안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만약 승점 3점이 아닌 다른 결과물을 받아들인다면,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은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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