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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해진 스페인, '알바니아의 버스'를 넘다

[해외축구] 로페테기의 유연해진 스페인, 지배력을 되찾다

16.10.10 14:45최종업데이트16.10.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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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렌 로페테기의 스페인은 다시 지배력을 되찾았다.
훌렌 로페테기의 스페인은 다시 지배력을 되찾았다.스페인 축구협회

홀렌 포페테기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대표팀이 어려운 알바니아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G조 1위(승점 7점, 2승 1무)로 올라섰다.

단순히 승리만 거둔 게 아니다. 스페인은 로페테기 체제 출범 이후 매 경기(3경기 11득점) 득점에 성공하고 있고, 유로 2012 이후 떨어져가던 팀의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다양한 실험을 하며 고정적인 스페인에 유동성을 더하고 있다.

알바니아 원정 대비한 로페테기의 변칙전술

사실 천하의 스페인이더라도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G조 3차전에서 만난 알바니아와 경기는 쉽지 않은 일전이었다. 경기 전까지 알바니아는 앞선 예선 1,2 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조 1위에 올라있었고, G조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위협할 유일한 팀이었다.

지안니 데 비아시 감독이 2011년 알바니아 지휘봉을 잡은 이후 팀이 안정화됐다. 최근엔 알바니아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대회 본선에까지 진출하며 유럽의 강호도 무시 못할 팀으로 급부상했다. 그 가운데 유로2016 예선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지난해 6월 친선경기에선 프랑스가 알바니아에 무너지기도 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알바니아를 상대하기 위해 변칙적인 3-3-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나초 몬레알 제라드 피케 세르히오 라모스가 백스리를 구성했고,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백스리 앞을 보호했다. 코케와 티아고 알칸타라가 중원에서 빌드업을 도우면 전방의 다비드 실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비톨로가 최전방 디에고 코스타를 지원했다.

로페테기 감독의 백스리 선택은 수동적이라기보단 능동적인 대처였다. 지난 이탈리아와 2차전에서 주전 레프트백 호르디 알바가 부상당했으나 아스널의 몬레알과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멀티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세르지 로베르트까지 활용할 자원이 있었다. 수비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상대방 진영에서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찬스를 만들려는 판단이었다.

로페테기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경기를 스페인에 방향으로 이끌었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70% 이상의 볼을 소유하면서도 공격 찬스를 여럿 만들었다. 이니에스타와 실바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진영 근처에서 볼터치와 패스만으로 위협적인 찬스를 여럿 만들었다.

로페테기 감독 체제 이후 확실하게 자리 잡은 코케와 비톨로의 존재감도 드러났다. 전반 11분 티아고와 코스타, 그리고 알칸타라로 이어진 패스를 통해 알바니아의 수비를 무너트리고 시도한 슈팅이 에트리트 베리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17분에도 실바를 시작으로 티아고를 거쳐 비톨로에 이어진 패스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이어졌다.

전반 스페인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슈팅까지 만들었으나 득점에 실패한 건 박스 부근에 서 있는 알바니아의 '버스' 9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베리샤 골키퍼의 선방 덕분이었다. 알바니아는 최전방에 베킴 발라이 한 명만 배치하고 90분 내내 6-3-1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다시 높아진 지배력을 바탕으로 스페인은 상대에 위협적인 찬스 자체를 내주지 않았다. 스페인은 전반 슈팅을 7개 시도하는 동안 알바니아는 하나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로페테기의 스페인은 유연해졌다

로페테기 감독은 백스리로 전형을 변화한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도 디테일 하게 조정했다. 실바와 이니에스타가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며 패스할 공간을 찾으면 후방에 있던 코케도 과감하게 상대 진영까지 전진했고, 몬레알 역시 측면 풀백과 같이 사이드라인을 깊숙이 올라갔다. 순간적으로 스페인의 공격 숫자가 늘어났다. 수비 상황에선 부스케츠가 내려오면서 피케와 라모스와 함께 3명의 수비숫자를 유지, 상대의 역습을 대비했다.

후반에 계속해서 득점이 나지 않았다면 스페인도 조급할 수 있었겠지만, 후반 초반 스페인에 행운 섞인 기회가 왔고 스페인은 놓치지 않았다. 후반 10분 전반 내내 신들린 활약을 펼치던 베리샤 골키퍼의 킥이 멀리 벗어나지 않았고 비톨로와 실바를 거쳐 코스타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한동안 스페인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코스타는 로페테기호 출범 이후 유럽예선 3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대표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로페테기 감독은 코스타를 활용할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

지난 이탈리아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행운의 득점이 이어졌지만, 상대가 한 번 실수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도 강팀의 능력이다. 로페테기 감독은 선제득점에 만족하지 않고 5분 뒤 기동력이 떨어진 비톨로를 대신해 놀리토를 투입했다. 놀리토는 투입된 지 3분 만에 자신의 장기인 측면에서 중원으로 비집고 들어와 시도하는 간결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전임 감독이었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유로2016 내내 동일한 선발라인업을 내세우며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포메이션 뿐만 아니라 선수의 기용과 교체에서도 과감해진 로페테기 감독의 수가 맞아떨어졌다.

후반에도 전반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경기가 이어졌다. 스페인은 전반(7)과 비슷한 6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경기를 통제하면서 알바니아에 위협적인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로페테기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떨어진 압박의 밀도를 다시 강화했고, 이제 스페인은 볼을 뺏겨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볼을 되찾아오는 압박의 밀도를 되찾았다.

후반 32분엔 이니에스타를 대신해 이스코를 투입하며 교체카드를 아끼지 않으며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후반 33분 라모스가 헤딩 이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에 부상을 당하면서 이니고 마르티네스로 바뀐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 상황에서도 로페테기 감독은 포메이션을 4-3-3으로 수정하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경기 후 로페테기 감독은 어려운 알바니아 원정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기쁨을 나타냈다. "우리는 참고 인내 했고 우리 훈련한 대로 경기를 했다. 알바니아 원정은 포르투갈, 프랑스도 패배한 곳"이라면서 "후반전 득점 이후에도 편안하게 경기했다"고 밝혔다. 로페테기 감독의 유연함이 스페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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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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