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몬스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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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런데 몬스터가 나타난 날 그 마을에 두 개의 달이 떴다. 그 중 한 달은 너무 밝아서 또 다른 달은 달답지 않게 너무 어두워 사람들은 그 '달들' 얘기에 정신이 팔려 정작 마을에 나타난 몬스터에는 도통 관심들을 주지 않았다.
바로 이런 상황이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SBS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와 경쟁하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월화드라마 시청률이 10%를 넘기는 것도 힘든 시대에 20%를 넘나드는 경쟁작(<구르미 그린 달빛>)이 있음에도 <몬스터>는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5% 내외의 또 다른 경쟁작(<보보경심>)이 화제성에서는 1위를 차지한다. 이처럼 <몬스터>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나 역시 <몬스터>를 킬링타임용 드라마로 생각했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당을 향한 남자의 복수극'이 <몬스터>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었다.
그래서 무려 50부작인 <몬스터>에 대해 글을 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몬스터>는 선악이 너무나 명확하게 구분되는 인물들의 갈등을 담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린 시절 영웅이 나오는 만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영웅이 언제 어떻게 이길까이지 다른 것은 궁금하지 않다.
<몬스터>도 드라마에 담긴 복잡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주인공 강기탄(강지환 분)이 강기탄의 부모를 죽인 변일재(정보석 분)을 언제 어떻게 파멸시킬지가 가장 궁금한 드라마다. 더불어 시청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온갖 악랄한 일을 멈추지 않는 변일재의 파멸을 통해 현실 사회에서 종종 느끼는 부조리함에 복수하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정보석이 몬스터라고? 글쎄 그런데 '악당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구조의 <몬스터>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양심의 가책이 들 때가 많다. 왜일까? <몬스터>에서 누가 '몬스터'인지는 분명하다. 몬스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괴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괴물과 더불어 '잔악무도한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몬스터>에서 가장 잔악무도한 인물은 당연히 주인공의 부모를 죽이고 돈, 권력 등 온갖 욕망을 추구하는 '변일재'다. 누가 봐도 나쁜 악당 변일재, 그런데 그는 도대체 50부작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그렇게 그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가 그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도움 때문이다.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역시 현실 세계를 반영한 것 아닌가. 그런 악당을 돕는 인물들이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변일재를 돕거나 도왔던 인물은 그룹 회장이 되려는 욕망에 휩싸인 도건우(박기웅 분)와 대통령이 되려는 욕망에 휩싸인 황재만(이덕화 분)이었다.
비록 변일재만큼은 아니지만 변일재를 도우며 나쁜 짓을 같이 한 그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도 비난하게 된다. 변일재만큼 잔악무도한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변일재 편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건우와 황재만은 잔악무도한 짓을 하는 것이 동참했다 할 수 있다.
그들이 변일재 편에 선 것이 '욕망' 때문이라면 진정한 몬스터는 '욕망'이 아닌가 생각할 때, 대사 한 마디가 귀에 강렬하게 꽂혔다.
"쉽게 분노하는 것도 국민이지만 쉽게 잊기도 하거든요."방산 비리를 저지른 황재만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유력한 대권 주자가 되자 그를 한탄하는 이에게 주인공 강기탄이 한 말이었다. <몬스터>의 몬스터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 변일재와 그를 도왔던 황재만, 도건우 등이며 그런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 '욕망'이라면 결국 몬스터의 또 다른 이름은 욕망이라 생각했는데 저 대사를 듣고 나니 우리 사회의 진짜 몬스터는 '잘못된 것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또는 분노했더라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잊는 우리들의 마음 또한 '몬스터'가 아닐까
▲월화드라마 <몬스터> 속 강기탄(강지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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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관심은 생각보다 강력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최근 지속되어왔던 사드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북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드를 배치해야 하며 심지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은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라는 보고도 믿기 힘든 내용의 기사(신동아)가 나오기까지 한다.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화를 통한 평화보다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사드가 설령 북한 핵 억제에 도움을 준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힘이다. 남의 힘을 빌린 평화가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자신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는커녕 자신의 손으로 힘을 약화시키는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처럼 방산비리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1993년 율곡 비리 사건 이후로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산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만약 이런 일들을 쉽게 잊지 않고 좀 더 오래도록 분노했다면 '남의 나라 무기'인 사드 배치를 놓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지는 않지 않았을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스스로를 더 단단히 지킬 수 있는 힘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들이 정말 국가 안보를 위한다면 진짜 목소리를 높여 비판해야 할 이들은 바로 이런 방산 비리를 저지르는 이들이다. 국민의 안전과 목숨을 담보로 돈이라는 욕망을 취한 몬스터들이 우리 사회에 또다시 나타나지 않게 막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잊지 말자. 방산 비리 외에도 돈 또는 권력에 취한 우리 사회의 몬스터는 우리가 그가 저지른 잘못을 쉽게 잊을 때 또 다시 나타난다는 것을. 그것을 쉽게 잊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달빛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드라마 <몬스터>가 진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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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지영입니다.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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