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한 장면. 세계를 위협하는 힘에 맞서기 위해 뭉친 악당들이지만, 딱히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다른 하나는 좀 더 진지한 느낌이 나는 드라마를 시도하되, 끔찍한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에 가깝다고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관객들은 인물보다는 그의 동기와 목표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취한 성공적인 예로는 제이크 질렌할의 열연이 돋보이는 <나이트 크롤러>(2014)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에이어는 여성 캐릭터들을 다룰 때는 전자의 방식을 취하면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할리 퀸이나 카타나(카렌 후쿠하라)는 물론이고 주된 적수로 등장하는 인챈트리스마저도 가벼운 터치로 처리되어 있을 정도죠.
그러나, 주요 남성 캐릭터인 데드샷(윌 스미스), 릭 플래그(조엘 키너만),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를 다룰 때는 좀 다릅니다. 이들은 간간이 유머를 구사하고 서로 소소한 신경전을 펼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진지한 이유나 비장함에 빠진 인물들입니다. 감독은 그런 부분을 가볍게나마 언급해 두는 것이 악당들과 관객 사이에 감정적 유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실제 효과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모두 중2병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녀석들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만약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 <엔드 오브 왓치>나 <퓨리>처럼 주인공들이 확연히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영화였다면 그럭저럭 봐 줄 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악당과 범죄자가 이야기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이 먹히지 않고 역효과만 낼 뿐입니다.
오히려 할리 퀸처럼 '나 약간 제정신 아니고 미친 거 맞는데, 그게 뭐 어때서?'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순전히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는 적정 수준의 팀 워크를 발휘할 줄 아는 쿨한 놈들이라는 정도로만 설정했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겠지요. 이 영화에서 할리 퀸만 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에 속하는 작품으로서는 세 번째로 공개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편보다 예고편이 더 생동감 넘치고 기대를 자아내는, 참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나올 DC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히 <저스티스 리그>와 <원더우먼>을 필두로 한 후속 작품들에는 더욱 정의롭고 진지한 주인공들이 등장할 예정이니까요. 시리즈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잭 스나이더는 아무래도 그런 인물들과 궁합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포스터. '악당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은 매력 있지만, 악당 캐릭터를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와 제작자 잭 스나이더의 실책으로 재미를 살리지 못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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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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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걸린 악당들, 세상은 구했지만 관객은 못 구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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