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1킬로그램 >의 한 장면. 이승연 배우(왼쪽)의 모습이 보인다.
박영주
그래서일까. 박영주 감독은 "이제야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치열하게 했으니 후회 또한 남지 않았다. 이게 바로 이번 칸영화제 진출의 의미였다. 단편 영화를 하겠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덥석 손 내민 딸에게 카드 한 장을 쾌척(?)한 아버지를 비롯해, 초보 감독의 말 한 마디만 믿고 출연에 응해준 배우 이승연, 박현영 등 고마운 사람도 많았다.
"나를 조금 더 믿어도 되겠다는 정도에요. 물론 가족은 많이 좋아해주시죠. 딸이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말리시진 않았지만 얼마나 걱정했을까요. 영화한다고 이번엔 잘 될 거 같다고 빌린 아빠 카드 덕을 봤죠. 제 첫 투자자가 아빠인 셈이에요(웃음).또 이승연 선생님은 제가 박정범 감독의 <산다>에서 보고 너무 좋아서 연락처를 수소문해 뵐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편혜영 작가 소설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 시나리오 수정 중이라 좀 애매한 반응이셨는데, 제게 순간 영화 계속 할 거냐고 물으셨어요. 계속 할 거라는 말에 그때부터 믿음을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코미디 영화를 바라는 진지한 영화 감독지금까지 박영주 감독이 완성한 단편은 총 세 편. 한 소녀의 일상을 극화한 <소녀 배달부>와 취업 준비생 이야기와 점집을 다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운슬러>,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다.
이중에서 박영주 감독은 코미디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정말 웃기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도 안 웃어서 <카운슬러>는 대실패했다"며 민망해했지만 "언젠간 꼭 코미디 영화를 잘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바로 이어서 드러냈다. < 1킬로그램 >에서 보인 진지함과 다르게 유쾌함 자체가 그의 주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로 느껴졌다.
"그땐 너무 자만했던 거죠.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아질 수 있었을텐데. 진짜 영화는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거 같아요. 실수하는 게 다 보이고요. 코미디 영화를 꼭 하고픈데 실패 경험이 있어서 좀 두렵긴 해요. 영화는 이래 봬도 전체관람가가 최고죠! 닫힌 결말에! (웃음) 하하 호호 웃으면서 관객이 나오는 작품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리틀 미스 선샤인> <보우 핑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에요.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이렇게 말을 하지만 당장 준비 중인 장편 영화는 또 진지한 드라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사람의 감정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작은 응원을 보태게 된다. 보편적 감정 안에서 차별성을 만드는 그만의 장기가 이번 칸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만큼, 한국에서도 조만간 오지 않을까. 더 많은 관객이 박영주 감독의 작품을 만나게 될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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