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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수비 허문 잭슨, 기자단 쇄국정책은 못 넘었다

16.03.30 11:07최종업데이트16.03.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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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이 전주 KCC를 꺾고 14년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오리온을 이끈 추일승 감독은 감독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9일 열린 2015-2016 KBL 챔피언결정전 6차전은 오리온 선수단이 홈팬들을 위해 준비한 쇼타임이나 다름 없었다. 오리온 선수단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다 득점 타이기록인 120점을 몰아 넣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감격스런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은 여느 팀들과 달리 한두 명의 활약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의 외국인 선수 조합은 물론이고 김동욱, 허일영, 문태종, 최진수, 이승현, 장재석 등 풍부한 토종 파워드진의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완전체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잭슨과 김동욱, 이승현의 활약은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결정적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87표 중 51표를 받으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이승현의 활약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이승현은 자신보다 24cm나 큰 KCC 센터 하승진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냈다. 이승현은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32분을 뛰며 14.2득점 5.5리바운드 2.2어시스트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5.8득점 14.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GC 골밑을 무참히 폭격한 하승진은 이승현 앞에서 특유의 높이를 살리지 못했다. 하승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8.7득점 8.7리바운드에 그쳤다. 평균 출장 시간은 4강과 거의 동일했지만, 득점 및 리바운드 기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승현이 하승진의 높이를 효과적으로 봉쇄한 덕분에 오리온은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승현의 활약상이 김동욱, 잭슨과 비교해 압도적이었나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KCC 에이스 에밋을 전담 수비한 김동욱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31분을 뛰며 12.7득점, 3.8리바운드, 2.8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8.2%로 맹활약했다. 특히 김동욱은 이승현과 마찬가지로 수비에서 큰 몫을 해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33.8득점 7.8리바운드를 기록한 에밋은 김동욱의 전담마크에 막혀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25.7득점 5.7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에밋이 4강 플레이오프 때와 달리 자유롭게 플레이하지 못하면서 KCC의 공격은 답답하게 전개됐다. 에밋의 봉쇄로 인해 하승진의 높이는 물론이고 KCC 공격 패턴 전체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김동욱의 에밋 봉쇄는 오리온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뿐만 아니라 김동욱은 공격에서 미스매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정교한 3점슛까지 성공시켰다. 이승현과 김동욱을 객관적으로 비교한다면, 김동욱이 딱히 밀릴 이유 없다.

하지만 김동욱보다 MVP 수상 실패가 아쉬운 선수가 있다. 바로 포인트가드 잭슨이다. 잭슨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국내 최고 포인트가드인 모비스 양동근을 완벽히 제압하고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김동욱과 이승현이 공격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 4강 플레이오프에서 잭슨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잭슨은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29분을 뛰며 23.0득점 3.8리바운드 7.0어시스트로 KCC 수비를 유린했다.

양동근이 막지 못한 잭슨을 KCC 가드진이 막을 수는 없었다. 김태술, 전태풍, 신명호, 김효범, 김민구, 김지후 등 잭슨을 수비한 KCC 가드진은 그의 돌파가 이루어질 때마다 거침없이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잭슨을 중심으로 한 빠른 농구에 KCC는 준비한 수비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잭슨이 KCC 수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덕분에 오리온의 나머지 선수들은 편안한 상황에서 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 또한 잭슨으로 인해 수비 부담이 커진 KCC 선수들은 공격에서도 영향을 받으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승현 없이 장재석, 헤인즈, 최진수 등이 하승진을 막았다면 오리온의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동욱 없이 허일영, 문태종, 헤인즈 등이 에밋을 막아야 했다면 역시 오리온의 우승 달성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잭슨 없이 이현민이나 한호빈, 정재홍 등이 오리온의 주전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했다면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결단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잭슨은 MVP 투표에서 절반은커녕 30표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가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KBL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우 인색하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의 MVP 수상을 극도로 꺼린다. 그로 인해 정규시즌에서 MVP와 외국 선수상을 따로 두고 있다.

여기에서 MVP란 사실상 국내 선수상을 의미한다. 지난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외국 선수상을 폐지해 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외국 선수의 정규시즌 MVP 수상은 나오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챔피언결정전(플레이오프) MVP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수상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7년 KBL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가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경우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01-2002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의 마르커스 힉스와 2002-2003시즌 원주 TG삼보(현 원주 동부)의 데이비드 잭슨 이렇게 두 명 뿐이다. 데이비드 잭슨의 수상을 끝으로 외국인 선수가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많은 농구팬들이 알고 있듯, KBL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절대적이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고 못 뽑고에 따라서 우승이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규시즌 우승 및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달성한 KCC만 보더라도 에밋의 영향력과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4강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상대 수비 전체를 뒤흔든 잭슨이지만, 그는 MVP가 될 수 없었다. 그의 신분이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에 인색한 KBL, 그리고 국내 선수가 MVP를 수상해야 인터뷰 및 기사 거리를 더 많이 뽑아낼 수 있는 KBL 기자단들은 좀처럼 그들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승현과 김동욱, 잭슨의 3파전으로 진행된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에서 이승현이 무려 51표를 받고 잭슨이 절반의 표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하나가 되어 쇄국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가장 뛰어난 선수)의 약자다. 이승현은 분명 Valuable Player(뛰어난 선수)다. 그렇지만 그가 플레이오프에서 팀 동료 잭슨을 제치고 'Most'(가장) Valuable Player(뛰어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KBL과 KBL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우 인색하다. 그들의 관점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사실 '소모품'이나 다름없다. 언제 KBL을 떠나질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KBL을 지탱하는 이들은 특급 외국인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인색함을 풀고 문호를 개방할 때, KBL은 보다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리그가 될 수 있다. 그저 국내 선수들이 잘했다라고 칭찬하며 띄워주는 것만으로 KBL이 발전, 흥행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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