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동료들과 매우 소모적인 논쟁을 했다. 얼핏 보기엔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기도 했다.
UPI 코리아
영화는 특이하게 전개된다. 누가 봐도 알기 쉽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3번의 역사적 런칭 프리젠테이션이다. 마치 연극 같다. 연극 무대의 뒷이야기를 연극에 올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영화의 전체적 흐름은 서사지만, 그 40분 간의 뒷이야기는 눈과 귀에 피가 쏠릴 만큼 몰입감이 높다. 단순 서사라면 그렇게 몰입할 수 없다.
막상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까지 40분 간의 무대 뒷이야기를 다루었다. 누구나 알만 한 유명한 프리젠테이션을 굳이 영화로 옮길 필요까지 없을 거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영화에서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3번의 현장에서 고정된 몇 사람을 만난다. 마케팅 담당자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 분),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위즈니악(세스 로건 분), 애플 CEO 존 스컬리(제프 다니엘스), 개발팀 엔지니어 앤디 허츠펠트(마이클 스털버그 분), 그리고 전 여자친구 크리산 브레넌과 딸 리사 잡스.
그들의 대화는 놀랍게도 굉장히 사적이고 소모적이고 비타협적이다. 중요하기 그지 없는 런칭 프리젠테이션을 코앞에 두고 할만 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조안나와는 그래도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들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신만이 옳다고 말하는 잡스와 데이터로 현실적인 주장을 펼치는 조안나의 끝없는 소모적 설전이다. 위즈니악은 찾아와 '애플 2'를 언급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한 마디만 해주라는 부탁이다. 하지만 잡스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절대. 결국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적 논쟁이다.
그런 형태의 논쟁을 제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앤디와의 논쟁이다. 잡스는 1984년 매킨토시 런칭에서 반드시 '안녕'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데 담당자인 앤디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도무지 고칠 수 없다. 문제는 잡스가 무조건 '안녕'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프리젠테이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할 수 없다'와 '해라'의 평행선이 계속 된다. 소모적 논쟁의 극치다. 스컬리, 크리산, 리사와도 마찬가지다. 잡스의 굽힐 줄 모르는 신념 또는 고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와 대척점을 이루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잡스가 가진 신념과 철학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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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의 신념이 옳았다. 그 당시에는 분명 고집이었을지 모른다. 잡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말이다. 아마 그는 그때도 그것이 신념이었을 것이다. 그 신념은 자신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되었고, 시간이 흘러 그 신념과 확신은 성공을 이루었다. 성공은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되었다.
이 영화는 태반이 아주 사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잡스의 신념과 확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 장면들이 모두 신화, 전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에겐 그런 (쓸데없는) 논쟁이 중요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쓸데없음의 옮음을 증명했다.
참으로 깔끔하고 빠르고 몰입감 높은 이 영화로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진 않지만, 그와 같은 신념과 철학을 갖고 싶다. 그와 함께 일하긴 싫지만, 그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애플을 애용하는 게 먼저고 그 이유가 스티브 잡스 때문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가 먼저고 그가 만든 게 애플이기 때문에 애플을 애용하는 거였다. 난 스티브 잡스를 애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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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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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스티브 잡스'를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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