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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구' 채프먼 양키스행, 진검승부 벌이게 된 김현수

[MLB] 양키스, 가정 폭력 물의 일으킨 채프먼을 품다

15.12.30 10:58최종업데이트15.12.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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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FA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주요 상대 팀들에 조심해야 할 선수가 추가된 것이다.

지난 29일(이하 한국 시각) 뉴욕 양키스의 자체 중계 방송사인 YES 네트워크는 양키스가 쿠바 출신의 왼손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채프먼 영입 대가로 오른손 투수 케일럽 코댐과 루키 데이비스, 내야수 에릭 자기엘로와 토니 렌다 등 4명의 선수가 신시내티 레즈로 떠난다.

1988년 2월 28일 쿠바에서 태어났던 아롤디스 채프먼은 쿠바 리그에서 뛰던 시절, 통산 76경기 중 63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24승 19패 평균 자책점 3.74에 365탈삼진을 기록했다. 원래는 1루수였으나 투수로 전향한 이후 구속이 시속 160km를 넘어 최고 시속 170km까지 근접했던적이 있다.

채프먼은 2007년 팬 아메리칸 게임즈에 출전하여 쿠바의 우승에 기여했고, 같은 해 대만에서 열렸던 야구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7이닝 9탈삼진의 괴력투를 선보였다.당시 쿠바는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험난했던 메이저리그 진출, 공포의 왼손 파이어볼러

그러나 미국과 쿠바의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쿠바 출신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해외로 망명하지 않으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없었다. 채프먼도 2008년 봄 탈출을 시도했으나 붙잡혔다. 그러나 그는 쿠바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에게 불려가 면담까지 거친 끝에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 때문에 채프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결승전 선발이었던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8.1이닝 역투에 힘입어 채프먼이 없던 쿠바를 꺾고 전승으로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채프먼은 2009년에 열렸던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출전하며 다시 세계 야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선발투수로 나섰던 그는 일본과의 4강전에서 다소 부진했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월드 포트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했는데, 이 대회 기간 중 채프먼은 망명에 성공했다.

안도라 공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채프먼은 메이저리그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됐다. 그리고 2010년 1월 신시내티 레즈와 6년 3025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드디어 메이저리그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미국 진출 첫 해에 채프먼은 일단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적응 수업을 받았다. 처음에는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은 문제로 남았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간 채프먼은 종전에 조엘 주마야가 세웠던 시속 168.6km(104.8마일)의 기록을 뛰어 넘어 시속 169.1km(105.1마일)의 구속 신기록을 세웠다.

채프먼은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시속 170.6km(106마일) 최고 구속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빠르기만 한 공은 충격이긴 했지만 생각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채프먼이 빠른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공의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위협구가 될 뿐이었다.

신의 한 수가 된 보직 선택, 리그 정상급 마무리가 된 채프먼

레즈는 장기적으로 그를 선발투수로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영입했던 마무리투수 라이언 매드슨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전체 시즌을 날리게 됐다. 당시 스프링 캠프에서 제구를 잡는 데 치중했던 채프먼은 마무리로 전환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채프먼은 2012년 평균 자책점 1.51에 38세이브 122탈삼진을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제구가 잡힌 왼손 투수의 시속 160km 짜리 광속구는 제구가 되지 않는 빠르기만 한 170km 짜리 공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채프먼의 활약 속에 레즈는 그 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에도 준수한 시즌을 보냈던 채프먼은 2014년 스프링 캠프 시범 경기 도중 살바도르 페레즈(당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직선타에 얼굴을 강타 당했다. 심한 골절상을 입은 채프먼은 안면에 철판을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돌아왔다.

채프먼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324경기를 모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12년부터는 풀 타임 마무리투수가 되었고, 통산 324경기에서 19승 20패 23홀드 146세이브를 기록했다. 319이닝에 155볼넷을 기록하는 동안 무려 546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품행 문제로 인한 다저스 이적 불발, 그를 품은 양키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4년 연속 올스타 게임에도 참가했던 채프먼은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트레이드될 것으로 보였다. 리빌딩에 들어간 레즈는 당시 에이스였던 쟈니 쿠에토도 FA 시장에서 붙잡지 않았고, 채프먼의 트레이드 협상도 윈터 미팅에서 어느 정도 진행됐다.

그러나 채프먼도 임창용(전 삼성 라이온즈)이나 오승환(전 한신 타이거즈)과 마찬가지로 야구 외적인 문제로 물의를 빚었다. 10월 말 채프먼의 가정 폭행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다저스와 레즈의 협상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채프먼은 플로리다 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던 여자친구와 싸우다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왼손을 차창에 내리치고 차고 안에서 총을 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괴상한 행동까지 보였다.

채프먼과 여자친구는 일단 갈라서기로 합의하면서 플로리다 주의 법에 따른 처벌은 면했다. 하지만 채프먼의 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8월에 가정 폭력 방지 규정이 만들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채프먼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를 받는 상태이다.

채프먼은 징계 수위가 가볍더라도 최소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징계 수위가 높아진다면 채프먼은 최악의 경우 2014년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약물)가 그러했듯이 메이저리그 한 시즌 전체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는 그를 품었다. 현재 FA 시장이나 트레이드 시장에서 채프먼 만큼 가치가 높은 마무리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2014년까지 활약했던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 역대 1위)가 은퇴한 뒤 앤드류 밀러가 마무리투수를 맡고 있지만 리베라 만큼의 위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채프먼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양키스는 7회에 델리 베탄시스, 8회에 앤드류 밀러, 그리고 9회에 채프먼을 등판시키는 철벽의 필승 계투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기존 투수들의 과부하를 덜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설사 채프먼의 징계가 길어져도 괜찮다. 채프먼은 레즈와 맺었던 6년 계약 중 현재 서비스 타임 5년 34일을 채웠다. 데뷔 초반 마이너리그에서 적응 수업을 받았던 기간이 서비스 타임에서 제외되어 산출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채프먼이 서비스 타임을 채우고 FA 자격을 얻으려면 앞으로 정규 시즌 138일 동안 양키스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은 40인 로스터에서 빠지게 된다. 2016년에 서비스 타임 138일을 채우지 못한다면 채프먼은 2017년에도 양키스에서 뛰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AL 동부지구 입성한 김현수와 채프먼, 얼마나 많이 만날까

채프먼이 입성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메이저리그 6개 지구들 중 평균적으로 화력이 가장 강한 지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3위) 그리고 양키스(4위) 등 팀 홈런 랭킹 5위 안에 드는 구단만 해도 3개나 된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팀타점이 4위이며 팀 평균 기록은 낮지만 탬파베이 레이스에도 간판타자 에반 롱고리아 등이 건재한다. 때문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투수들이 살아남기 가장 힘든 지구로 손꼽히고 있다.

그 중 볼티모어 오리올스에는 최근 2년 계약을 통해 이적이 확정된 김현수도 있다. 김현수는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없지만 통산 타율이 0.318에 OPS가 0.895에 이른다. 통산 0.406의 출루율을 기록하는 둥 타격의 정확도와 선구안에 있어서 오리올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계약에 성공했다.

다만 김현수는 아직 채프먼과 국제 대회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다.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타율 0.421, 2009년 WBC에서 0.393,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0.500,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0.333(대회 MVP) 등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채프먼은 2008년은 국가 내 징계로 인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2009년 WBC에서는 준결승전 선발로 등판하느라 결승전 상대인 대한민국을 만날 수 없었다.(물론 쿠바도 일본에게 패)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느라 채프먼은 더 이상 국제 대회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같은 지구에 속하게 되면서 한국 메이저리거들 중 김현수가 채프먼과 가장 많이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같은 리그에 소속된 팀들과는 '홈 & 어웨이'로 각자의 홈에서 1번 씩의 시리즈를 치르며, 특정 지구와의 인터리그를 3년에 1번 순환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그리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같은 지구 소속 팀들과의 경기로 편성한다. 이에 따르면 2016년에 오리올스와 양키스는 도합 19번의 정규 시즌 경기가 잡혀 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채프먼을 상대했던 타자들의 성적은 어땠을까? 일단 추신수(현 텍사스 레인저스)가 클리브랜드 인디언스 시절 인터리그 시리즈 때 채프먼과 맞대결한 적이 있다. 추신수는 2012년 채프먼을 상대로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추신수의 채프먼 상대 전적은 이게 전부다. 추신수는 2013년 레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채프먼과 같은 팀에서 1번 타자로 활약했고, FA 계약으로 이적한 뒤에는 리그가 달라서 아직 만날 기회가 없었다. 추신수 역시 다시 채프먼과 같은 리그에 소속되면서 최소 1~2번 이상의 대결은 성사될 전망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채프먼과 3번의 대결을 벌였다. 3번 타석에 들어서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강정호는 채프먼의 속구를 받아친 하나의 안타가 2루타였다. 양키스와 피츠버그는 2016년 인터리그 일정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정호와 채프먼은 2016년에는 서로 올스타 게임이나 월드 시리즈에 출전했을 경우에나 만날 수 있다.

투수가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해서 타자가 주눅들지 않는다면 진검 승부를 펼쳐볼 수 있다. 만일 채프먼과 같은 지구에 소속된 김현수가 채프먼 킬러로 등극하게 된다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적응은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같은 지구에 소속된 상대 팀의 마무리투수를 철저하게 공략할 수 있는 선수라면 그 만큼 소속 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채프먼의 양키스 이적으로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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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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