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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론 성장... 하지만 한국영화는 지금 아프다

[2015 한국영화 결산] 표현의 자유 위축... 자본의 힘에 점점 휘둘리다

15.12.28 17:04최종업데이트15.12.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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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천만 관객을 넘긴 <암살>과 <베테랑> ⓒ 케이퍼필름, 외유내강


전체 관객 2억, 한국영화 관객 1억 돌파 - 올해 한국영화는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2억 관객을 넘겼고,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와 모두 1억 관객을 넘기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모두 253편으로, 지난해 217편에 비해 15% 정도 증가했다. 천만을 넘긴 영화도 <암살>과 <베테랑>, 지난해 연말 개봉한 <국제시장>까지 포함해 3편이나 나왔다.

100만을 넘긴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인 작품까지 24편으로, 지난해 25편과 같은 수준이다. <사도>와 <연평해전>이 600만 이상을 기록했고, 현재 상영 중인 <내부자들>은 700만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500만을 넘겼다. 300만 영화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과 <스물> 2편이었다. <극비수사>, <강남 1970>, <탐정 : 더 비기닝>, <악의 연대기> 등은 200만을 넘겼다.

이렇게 외형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드리운 그림자가 꽤 짙다.

영화계에도 심화된 부익부빈익빈

대기업 극장의 홀대에 가로막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소수의견> ⓒ 리틀빅픽쳐스, 시네마서비스


200만~300만 영화들이 10편이 안 되고, 차기작 제작의 바탕이 될 수 있는 300만 이상 중박 영화가 적은 것은 한국영화의 부진을 의미한다.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도 많지 않고 영화 한 편당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잘 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표현의 자유 위축과 대기업 자본의 힘이 흥행을 좌우하는 모습은 여전히 한국 영화에 짙게 깔린 그늘이다.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소수의견>은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대기업 극장들이 스크린 배정에 인색한 태도를 나타내면서 불과 38만 관객에 머물러야 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천안함 프로젝트>와 <또 하나의 약속>, <탐욕의 제국> 등 민감한 정치적 소재나 대기업의 산재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기업 극장들의 노골적인 방해에 가로막힌 일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특히 최근 부산영화제에 가해지고 있는 정치적 압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를 한국영화의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연말 개봉했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역시 대기업 스크린의 소위 '갑질'에 좌절된 영화로 꼽힌다. 형식적인 상영회차를 배정한 탓에 불과 26만 관객에 머물렀고, 결국 배급사 대표가 흥행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 소식을 전하며, 독과점 자본에 당해야 했던 설움을 위로받는 모습이다.

10년 넘게 문제를 지적해도... 최고 기록 갈아치운 스크린독과점

스크린독과점은 올해도 맹위를 떨쳤는데, <어벤저스>가 무려 1843개 스크린을 차지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10년째 이어온 스크린독과점 문제제기를 비웃었다. <암살>은 1519개로 뒤를 이었고, <사도>가 1290개를 기록했다. 스크린독과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독립영화들의 부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난해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긴 독립영화가 32편이었다면 올해는 19편에 불과했다. 독립다큐멘터리 역시 지난해 10편이 1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올해는 <위로공단>과 <춘희막이>, <나쁜 나라> 등 고작 3편에 불과하다.

대기업 극장이 민감한 작품에 스크린을 배정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세월호 다큐 <나쁜 나라>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2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그나마 독립다큐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독립영화를 옥죄고 입맛에 맞는 영화만을 키우려는 자본의 위력은 한국 영화의 발전보다는 위협으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정권 입장 대변한 영진위

오늘 3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영화계의 관계가 또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올해 한국 영화가 처한 어려움의 하나였다. 영진위는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김종국 부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영화계의 반대 정서에 부딪혀야 했다. 이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미래포럼에 참여했던 전력은 불신의 바탕이 됐다. 영화와 관련 없는 인사가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며 영진위 사무국장에 임명된 것도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영진위는 영화제 상영작들의 영화등급분류면제추천심의 면제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검열 논란으로 확산되며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영진위가 직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가 직전에 연기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지원을 끊고 부산영화제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영화계의 이익보다는 현 정권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영진위가 '영화침체위원회'나 '영화진상위원회'가 됐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최근 강행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도 영화계의 반대 속에 강행해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독립영화관들은 어려움 속에 하나둘 폐관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영진위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진위원들 자체가 대부분이 영화계 신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고, 김종덕 문화부 장관과 학연이 얽힌 인사들이 여럿이라는 것도 영진위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기자간담회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아 소통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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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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