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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에 없는 세 가지

[리뷰]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아쉬운 <개그콘서트>... <개콘>의 '3무'

15.12.28 16:21최종업데이트15.12.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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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아래 <개콘>)은 공개 코미디로서의 자존심을 꽤 오랫동안 지켜왔다. 하지만 현재는 tvN의 <코미디 빅리그>(아래 <코빅>)는 물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아래 <웃찾사>)에도 화제성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개콘>의 위기는 이제 관망할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존심은 둘째치고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웃음을 창출하는 일마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곤두박질쳐 10% 미만으로 떨어질 때도 부지기수다. <개콘>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 참신함이 없다

<개그콘서트>의 코너 '어그봤'의 한 장면 ⓒ kbs


<개콘>이 처음 출범한 1999년에서 무려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예능의 트렌드는 수차례 변화했고, <개콘> 속 코너들도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는 했다. 그러나 <개콘>이 개그를 이어가는 방식은 오히려 퇴보했다. 단순히 공개코미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핑계를 대기엔, <코빅>이나 <웃찾사>의 도약이 발목을 잡는다.

<코빅>은 공개코미디에 순위제를 도입하여 코미디언들 스스로 기획을 짜고 그 기획을 관객에게 직접 평가받게 했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코미디언들의 화두가 되었고, 그들은 더욱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져가기 위한 끊임없는 코너개발에 몰두했다. 분기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코너로 시청자들을 찾아야 하는 그들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지만, 그 부담감에 따른 부단한 노력 덕택에 재미 포인트는 늘어나게 되었다. <웃찾사>도 끊임없는 쇄신과 자성의 노력으로 분위기를 쇄신했다. 캐릭터를 찾고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이 보이면 보일수록, 시청자들의 관심도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개콘>을 보라. <개콘>은 여전히 한 발을 뺀다. 비유와 풍자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속 시원히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뭔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야기가 있는 개그보다는 몸개그가 판을 친다. '이래도 안 웃어?' 류의 슬랩스틱은 시청자들의 표정을 점점 굳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이런 안일함은 최효종 개그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예전 코너 '애정남'에서 했던 개그 보다 퇴보한 개그를 선보인다. 스타들의 이름을 줄줄이 대며 자신의 팬클럽에 가입하라고 억지를 쓰는 '호불호'나 어떤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자아내려는 '어그봤' 모두, 최효종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토크식 개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토크는 공감이나 웃음이 아닌 강요로 이어진다. 도대체 왜 그 억지를 써서 팬클럽에 가입하라는 소리가 우스운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기 나라의 국기를 그릴 수 있을까 같은 부류의 질문에 대한 궁금증에 공감이 가는지 알 수가 없다. 포인트를 찾으려 하지만 그 포인트는 식상하고 진부하기만하다.

가장 오래 <개콘>을 지켜온 김준호 역시 뛰어난 아이디어는 없다. 그저 옷을 벗거나 오버를 하는 등의 안일한 방법으로 코너의 클라이맥스를 만들려 한다. 참신함이 없이 가끔이나 통할 몸개그를 매주 선보이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고 봐야 할 이유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스타 게스트들을 출연시켜 화제 몰이를 하려는 또 다른 안일함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스타 게스트들의 출연은 분명 홍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그들의 출연이 개그에 양념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스타들에 쏟아지는 주목도가 코너의 주가 되는 것은 말 그대로 주객전도다. 이 모든 문제점을 <개콘>은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둘, 캐릭터가 없다

<개콘>에서 소비되는 캐릭터의 방식은 한결같다 ⓒ kbs


이런 문제점 속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코미디언들은 <개콘> 안에 있을 때 유행어가 생성되고 스타가 탄생하며, 화제성이 높아졌다. 그런 요새는 다르다. 장도연, 박나래 등은 오히려 <개콘>을 떠나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개콘>의 플랫폼이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여성 코미디언을 활용하는 방식이 그들의 매력을 살리는 통로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코미디언들은 여전히 <개콘> 안에서 얼굴을 비하하고 남성에게 무시당하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남성 코미디언 역시 그보다 진일보한 방식의 개그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식상함 속에서 단순히 '웃기게 생겼다'는 것 이상의 캐릭터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초창기 코미디언들이 출연해, 그때 당시의 코너를 재현한 특별 회차가 더욱 반응이 뜨거웠다. 현재 주목할 만한 인물이 <개콘>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현실이다.

셋, 개그가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문제점이 바로 개그가 없다는 것이다. 명색이 '개그' 콘서트인데 그 안에서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방향성을 찾지 못한다. 참신함과 캐릭터가 없다면 웃음이라도 존재해야 하는데 웃음 자체가 <개콘> 안에서 실종되었다는 것이 재앙이다.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오버를 하고 과장된 연기를 펼치지만, 맥락이 없고 포인트가 없는 개그 형식 속에서의 그런 연기는 뜬금없을 뿐이다.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개콘>이 과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성찰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개콘>이 변화를 통해 예전과 같은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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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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