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메이저리그 타자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 말린스)가 메이저리그 2900안타 고지를 넘어서며 대망의 3000안타 고지에 이제 두 자릿수 안타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치로는 3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말린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 우익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멀티 히트로 기록을 넘겼다.
2900안타 기록 돌파의 기회는 2회말 첫 타석에서 처음 생겼다. 2사 상황에서 6번 타자 데릭 디트리치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치로는 워싱턴의 선발투수 덕 피스터의 2구째 시속 138km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 쳤다.
통산 2899안타로 경기를 시작했던 이치로는 좌측 외야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 메이저리그 진출 이래 2900번째 안타를 기록했고, 2루에 있던 디트리치가 홈을 밟으며 선제 타점까지 올렸다(1-0).
하지만 마이애미는 선발투수 톰 쾰러가 4회초 선두 타자 브라이스 하퍼에게 안타를 내줬고, 이안 데스몬드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리드를 날렸다(1-1). 그리고 마이클 타일러의 희생 플라이까지 겹치며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1-2).
4회말 저스틴 바우어의 볼넷으로 2사 1루가 된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치로는 피스터의 시속 120km짜리 체인지업을 받아 쳐 메이저리그 2901번째 안타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아데이니 에체베리아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마이애미는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2-2).
그러나 이 과정에서 3루까지 노리던 이치로가 오버 런으로 아웃되면서 마이애미는 더 이상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후 마이애미는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경기 도합 5안타 4볼넷 2득점에 그쳤다. 타선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선수는 이치로뿐이었다.
마이애미는 쾰러가 5회초에 유넬 에스코바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제이슨 워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등장한 하퍼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내 주고 말았다(2-5). 8회초에는 하퍼에게 또 홈런을 맞았고, 타일러에게도 홈런을 맞으며 확인 사살을 당했다(2-7). 이치로의 기록적인 안타가 이 날 워싱턴의 득점 순간에 모두 기여한 하퍼에게 묻히고 만 것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3000안타까지 -99, 트레이드 시장 덕에 출전 기회도 보장
사실 이치로는 일본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스) 시절에도 9년 동안 1278안타를 기록했고, 2013년에 미일 통산 4000안타를 넘긴 상태였다. 하지만 2014년 양키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치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만 세운 순수 3000안타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떠나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많이 출전하면서 타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하여 안타 생산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와 계약하며 현역 연장의 의지를 이어갔다.
사실 마이애미에서도 이치로가 확실하게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치로의 나이도 걸렸고, 마이애미는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팀이었다. 게다가 이치로가 주로 맡았던 우익수 자리는 팀의 간판 타자였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치로는 꾸준한 기량 유지에 힘썼고, 백업으로라도 찾아온 기회를 충분히 활용했다. 중견수로 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치로는 결국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고, 보다 많은 기회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주전 우익수 스탠튼이 6월에 왼손 골절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스탠튼은 빨라도 8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이치로가 다시 선발 출전의 기회를 많이 얻게 되었고, 이치로는 결국 대기록을 향한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스탠튼이 8월에 복귀하더라도 이치로는 중견수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1루수와 외야수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출전하던 마이클 모스가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투수 맷 레이토스와 함께 팀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사이에 3각 트레이드 협상이 거의 완료되어 이적이 확정된 가운데 공식 발표만 남겨 둔 상황이다.
현재 이치로는 현역 최다 홈런이자 최다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3032안타 678홈런)에 이어 현역 안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 순위인 애드리안 벨트레(텍사스 레인저스, 2687안타 402홈런)와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2616안타 550홈런) 사이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다.
이치로가 2016년에도 출전 기회를 보장 받으면 2016년 시즌 도중 3000안타 달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치로 이후 3000안타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을 더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다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이치로 다음 순위에 있는 아시아 선수는 커리어 1090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다.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되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피트 로즈(4256안타)인데, 이치로가 일본에서 9년을 뛰었던 점을 감안하여 메이저리그 3000안타를 달성하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이치로는 아시아 선수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해가면서 세계 야구 역사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행진을 계속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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