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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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암살>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리며 지극한 오락 액션영화의 문법으로 승부한 <도둑들>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이 영화에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하는 중이다. <암살>은 28일(오후 3시 기준)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이후 7일 만이다. <암살>이 1400개에 육박한 스크린 수에만 기대지 않는 '소구점'을 지녔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적 복수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단죄 사이, 그리고 그 행위들의 현재적인 의미. 그 의미망 안에서 최동훈 감독은 드라마와 액션, 그리고 유머라는 코드들을 자유자재로 섞고 가지고 놀 줄 안다. 무엇보다, 첫 번째 암살의 실패 이후 '복수'라는 강렬한 주제를 친일파의 단죄와 연결해 단단한 감정선을 유지해 나간다. 관객들이 긴 140여 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과 묵직한 주제에도 호응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또 진중함에 짓눌리지도 않는다. 신파나 당위의 유혹에 빠질 생각도 없다. 대신 극을 프롤로그와 전반, 후반과 에필로그로 나눠 영화적인 호흡을 조절하는 연출력을 자랑한다(물론 139분의 상영시간에 할애된 다소 설명적인 편집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180억의 제작비를 가지고 이런 주제를 설파하는 이야기꾼 최동훈의 뚝심이 놀라울 정도다.
더불어 대사와 캐릭터 운용, 연기 면에서 장기를 보인 최동훈 감독은 <암살>에서도 역시 배우들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낸다. 인터뷰 때마다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영화"임을 강조한 전지현이 대표적이다. 최동훈 감독은 그가 할리우드에서 실패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창조적으로 되살렸다. 남성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전지현의 몫이라면, 하정우의 팬들 역시 낭만파 킬러 하와이 피스톨에 만족감을 표시할 만하다.
한국영화 사상 손으로 꼽힐 악역을 강렬하게 연기한 이정재를 비롯해 카메오 출연에도 강렬한 아우라를 자랑하는 조승우와 오달수, 이경영, 김해숙 등 중견 배우 역시 이 의미심장한 시대극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줌 인·아웃을 주조로 한 김우형 촬영감독의 촬영이나 공을 들여 시대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 등 미술 역시 나무랄 데 없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한국 영화는 <암살>과 같은 논쟁적이면서 직설적인 주제를 담은 상업영화를 배출했다(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쓴 <아나키스트> 이후 동일한 소재를 다룬 주류 한국영화는 전무했다). 더욱이, '천만 영화'의 궤적을 따라잡는 흥행 스코어를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이 규모와 스타에의 홀림인지, 반일과 민족 코드의 부활인지, 최동훈의 연출력에 대한 신뢰인지, 스크린 독과점 시대의 또 다른 부산물인지, 그도 아니면 이 모두의 결합인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주제와 완성도가 행복하게 결합한 시대극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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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