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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지 못한 에이스' 김광현의 조기강판

승리투수 요건 눈앞에 두고... 서운함보다는 분발이 더 필요

15.06.03 08:41최종업데이트15.06.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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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의 5회 이전 조기 강판, 야구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4점 차로 앞서 있는 가운데 아웃카운트 두 개만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는 상황, 더구나 마운드에 서 있는 것이 팀의 1선발 에이스라면?

이런 상황에서의 교체는 충분히 논란이 될법하다. 만일 당신이 감독이라면 눈앞의 승리를 지키기 위하여 냉혹한 결단을 내려야할 것인가. 하지만 마운드의 기둥인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믿음을 보내줘야할 것인가.

김용희 SK 감독은 에이스에 대한 신뢰보다 승리를 향한 확률을 선택했다. 2일 수원에서 열린 SK와 kt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SK 김광현은 4⅓이닝 동안 9피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6자책점)으로 부진했다.

김광현은 10-4로 앞서있던 5회,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뒀으나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1사후 이지찬에게 2타점을 얻어맞으며 4점 차까지 점수차가 좁혀 들자 김용희 감독은 승리조건에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결국 김광현을 강판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다행히 구원등판한 전유수가 승계주자 실점을 막으며 자책점 상승은 피했지만, 김광현으로서는 자존심이 적지 않게 망가졌을 하루였다.

투구 내용 들쭉날쭉... 아쉬운 성적

공교롭게도 이날 SK 타선은 근래 보기 드물게 대폭발했다. 김광현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에도 8~9회에만 10점을 몰아치며 20-6의 대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김광현의 투수교체가 너무 빠르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했다. 눈앞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에이스의 자신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용희 감독이 너무 조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김광현은 당시 투구수 95개를 기록했지만 힘이 떨어지지는 않은 상황이었고 점수차도 아직 4점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김용희 감독의 결단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날 김광현의 공은 그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라있는 동안 팀 타선이 무려 10점을 뽑아준 상황에서 김광현은 점수차를 지키지 못하고 수차례 불안감을 노출했다. 에이스에 필요한 안정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벌써 6실점을 내준 가운데 아직 4점 차라고 하지만 장타 한 방이면 점수차가 바짝 좁혀질수도 있었던 상황. 야구가 흐름의 스포츠라는 것을 감안할 때 김용희 감독이 여기가 승부처라고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8-9회 SK의 빅이닝이 또다시 터진 것도 결과적인 행운일뿐, 만일 이때 흐름을 내주고 kt에 역전을 허용했다면 이후의 경기 분위기가 또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문제는 이날 한 경기만이 아니라, 김광현이 그만큼 에이스로서 신뢰를 받을 만한 투구를 꾸준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김광현은 올시즌 11경기에 등판하여 6승(1패)을 거두고 있지만 자책점은 4.55(전체 14위)에 불과하다. 퀄리티스타트는 고작 4회뿐이다. 에이스라는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무엇보다 최근 투구 내용이 너무 들쭉날쭉하다. 지난달 27일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5연패를 끊어냈던 에이스다운 장면도 있었지만, 이전 등판이었던 5월 20일 한화전(5.2이닝 7안타 5실점 4자책), 14일 두산전(3이닝 6안타 7실점 6자책)에서는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탈삼진 6개를 기록했지만 볼넷을 5개나 내주며 컨트롤이 들쭉날쭉했다. 김광현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된 건 올시즌 두 번째다.

김광현에겐 이날 경기가 큰 자극이 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그것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조기 강판시킨 감독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그 정도 점수차에도 신뢰를 주지 못한 자신의 투구에 대한 반성과 분발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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