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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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선 서봄이 마치 슈퍼우먼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예상했듯 '치이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고시 최연소합격자 자리를 노리는 뛰어난 인재인 데다, 예술에 대한 조예 또한 뛰어나고 주변인들까지 쥐락펴락하는, 때로 한정호에 필적할 만한 강력한 외양의 그가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는 것.
서봄에게서는 무언가에 대한 초조함과 안간힘조차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질시에 대응하려는 무언의 저항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물론 서봄이 모든 일들에 거의 천재적으로 적응하는 사람이라 이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지극히 현실의 반사판처럼 그려지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갑질' 적응기는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늘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었던 여러 조건들, 그로 인한 열등감 등등이 제대로 표현되었다면 어땠을까. 그 변화가 좀 더 섬세하게 묘사되었더라면 마음속 수많은 감정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서봄의 안간힘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서봄이 낯설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건 서봄 자신이 아니라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우리는 마치 이선숙에 빙의하듯 그의 시각에서 서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갑을 인정하며 그 앞에선 무릎 꿇을지언정 뒤돌아서서는 여전히 경멸을 거두지 않는 바로 그 시선 말이다. 을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다. 서봄의 갑질이 왠지 안쓰러운 순간이다.
어찌 되었든 이제 이 드라마 내 최대 권력자의 위상에도 서서히 금이 갈 모양이다. 한정호의 지영라(백지연 분)에 대한 나이를 잊은 대시가 시작된 것. 그 요상한 기류를 눈치 못 챌 리 없는 최연희다. 마음 약한 그가 당차기 그지없는 서봄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한정호, 늘 그의 부속품일수밖에 없었던 최연희의 반격, 그리고 그것을 빌어 나날이 그 힘을 더해 갈 서봄의 행보. 그 앞길을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풍문으로 들었소>의 권력 놀음,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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