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격투팬들을 전율하게 만든 '불꽃하이킥'이 돌아온다.
크로아티아의 격투영웅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이하 크로캅)는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크라쿠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Fight Night 64'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곤자가와 격돌한다.
지난 2011년 10월 UFC137에서 로이 넬슨에게 3라운드 TKO패를 당한 후 옥타곤을 떠났던 크로캅은 무려 1261일 만에 UFC 무대에 복귀한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된 크로캅은 과거의 화려한 타격솜씨를 다시 선보일 수 있을까.
프라이드의 최강 타격가 크로캅, UFC에서 하이킥에 실신KO패
국내에서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의 라이벌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크로캅은 1996년부터 입식 격투 무대인 K-1에서 활약했던 킥복서다. 비록 어네스트 후스트와 고 앤디 훅의 벽에 막혀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현란한 타격솜씨로 수 많은 강자들을 때려 눕혔다.
제롬 르 밴너,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마크 헌트 등을 차례로 꺾은 크로캅은 2003년 6월 프라이드로 전장을 바꾸며 종합격투기(MMA) 무대에 진출했다. 초반에는 MMA특유의 그래플링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기도 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크로캅은 2004년 5월부터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리며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고 2005년 8월 '얼음황제' 표도르와 타이틀전을 치르기도 했다. 비록 완성형 종합 격투가였던 표도르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크로캅은 이듬 해 무차별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크로캅은 2006년 조쉬바넷전을 마지막으로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UFC헤비급은 선수층이 얇아 세계 최고의 타격가였던 크로캅이라면 충분히 정상을 노크할 수 있을 거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2007년 2월 옥타곤 데뷔전에서 에디 산체스를 1라운드 TKO로 가볍게 꺾은 크로캅은 두 달 후 주짓수 파이터 곤자가를 만났다. 당시만 해도 곤자가전은 크로캅이 타이틀전으로 직행하기 위한 통과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크로캅은 곤자가전에서 끔찍한 악몽을 경험하고 말았다.
UFC 특유의 그라운드 압박에 익숙치 않았던 크로캅은 하위포지션에서 곤자가의 팔꿈치 공격을 수차례 맞으면서 당황했고 1라운드 종료 10초를 남기고 기습적인 오른발 하이킥에 실신KO패를 당했다. 그동안 하이킥으로 수많은 강자들을 잠재웠던 크로캅이 하이킥에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UFC 떠난 후 K-1 정상 등극, 2913일 만에 설욕전 성공할까
충격적인 하이킥 패배 이후 자존심이 한풀 꺾인 크로캅은 칙 콩고, 주니어 도스 산토스에게 패하며 평범한 헤비급 파이터로 전락했다. 결국 크로캅은 2010년부터 프랭크 미어, 브랜든 샤웁, 넬슨에게 3연속 KO패를 당한 후 UFC무대를 떠나며 은퇴수순을 밟는 듯했다.
이미 옥타곤에서 한계를 드러냈지만 격투기를 향한 크로캅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크로캅은 2012년 3월 9년 만에 K-1무대로 복귀했고 2012년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K-1의 권위와 인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하락했다곤 하지만 40대를 바라보는 크로캅이 20대의 젊은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정상에 오르는 장면은 올드팬들을 뭉클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크로캅은 이후 종합격투기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결국 UFC는 지난 1월 크로캅을 재영입했다. 비록 타이틀전선에 뛰어들기엔 지나치게 고령이지만 유럽과 아시아권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흥행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크로캅은 아직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는 파이터다.
크로캅의 복귀전 상대는 8년 전 그에게 굴욕의 하이킥 패배를 안긴 곤자가로 결정됐다. 곤자가는 크로캅을 꺾은 이후 한창 기세를 올렸다가 랜디 커투어와 파브리시우 베우둠에게 연속 KO패를 당한 후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는 중견파이터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스티페 미오치치와 맷 미트리온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옥타곤 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3연패를 당할 경우 퇴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곤자가 입장에서도 크로캅전 승리가 절실하다.
크로캅은 곤자가전을 앞두고 작년 1월 곤자가와 경기를 펼친 적이 있는 크로아티아계 파이터 미오치치와 합동훈련을 하며 복귀전을 준비했다. 비록 현지 예상은 곤자가의 승리가 우세하지만 국내 격투팬들은 일요일 아침 '하이킥 영웅' 크로캅의 불꽃이 폭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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