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헌트>의 한 장면
(주)엣나인필름
영화는 이렇듯 루카스에게 진실이 있고 클라라에게 거짓이 있다는 걸 천명한 채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그 진실이 어떻게 묻히고 거짓이 어떻게 진실로 둔갑하는지의 과정, 그리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이후 피해자의 삶, 이를 타개하려는 피해자의 행동 등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진실만큼 약하고 허무맹랑한 게 없다유치원 원장은 거짓이 진실이 되는 과정에서 제일 가는 공로를 한, 연결고리의 핵심이다. 그녀는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본 것을 그대로 말한다' 등의 명제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클라라가 루카스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다.
원장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유치원생들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루카스가 클라라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에게 손을 댔다고 폭로한다. 루카스는 하루 아침에 유치원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인간 쓰레기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루카스가 할 일은 해명밖에 없다. 마을 전체가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진실은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한 마디에 무너져 버렸다. 진실은 위대하다고 하는데, 진실만큼 약한 게 없다. 누구든 진실을 입에 달고 살아가지만, 진실만큼 허무맹랑한 게 없다. 루카스를 몰아 붙이는 마을 전체가 거짓으로 점철된 진실을 말하지만, 사실 거짓이다.
영화가 한적하고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서로 모르는 게 없이 모두 아주 각별한 사이인 만큼,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곳을 노리는 집중 또한 엄청난 것이다. 곧 '집단 폭력'이다. 진상은 알지 못한 채 들려온 말 한 마디에 마을 모든 사람들은 루카스에게 전에 없는 폭력을 휘두른다.
집단은 진실이고 개인은 거짓이 되는 마녀 사냥여기서 생각나는 게 '마녀 사냥'이다. 과거 백년 전쟁 때 이단으로 몰려 남장을 했다는 혐의로 처형된 잔 다르크가 대표적이다. 한번 밑보여 부정적인 말이 퍼지면 곧 치명적인 독으로 변하고 만다. 마녀사냥의 양상은 참으로 다양한데, 전체주의의 산물이자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 그리고 정상이 아닌 것들에 대한 가혹한 처사, 집단의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 행위 등이다. 그야말로 개인은 절대로 집단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 집단은 진실이고, 개인은 거짓이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집단의 광기는 루카스 개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루카스의 제일 친한 친구인 테오보다도, 다른 친구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더 난리를 치니 말이다. 오히려 테오가 말리고 있지 않는가. 집단의 폭력은 테오의 아들 마커스에게도 심지어 반려견에게도 미친다. 과연 진실의 개인은 거짓의 집단에게 대항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실의 개인일 때도, 거짓의 집단에 속해 있을 때도 많을 것이다. 작게는 가정, 학교, 직장 나아가 인터넷 상, 국가, 세계까지. 이 작은 나라에서는 몇 개의 주요 언론이 거짓된 같은 기사를 쓰면 국민 모두가 믿곤 한다.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곧 '빨갱이'의 낙인이 찍힌다.
집단은 개인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자신들이 내세우는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속죄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면 쫓아내지 않고 같이 살게는 해준다는 것이다. 그럴 때 개인은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휩쓸리고 만다. 자신의 생각이 진실에서 거짓된 진실로 바뀌고, 자신의 입에서 거짓을 진실인 양 말하게 된다. 그리고 곧 집단으로 편입된다.
거짓된 집단에 대항하는 개인의 방법?세월호, 밀양 송전탑, 쌍용차 해고, 땅콩회항 사건 등에서 개인의 진실은 쉽게 묻히고 만다. 자본 집단, 권력 집단, 국가 집단의 거짓과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의 진실을 압도해 버린다. 그리고 한번 묻힌 진실은 다시 진실의 권위를 찾기 힘들다. 집단의 진실 아닌 진실을 상쇄할 그 무엇을 찾기란 힘들다.
그래도 루카스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이 없는 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신이 알고 아들이 알고 가족이 알기에 물러서지 않는다. 대신 그의 방법은 집단 대 개인이 아니다. 사건의 당사자와 개인 대 개인으로 진실을 어필한다. 제일 현명한 방법이자 어쩔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나마 이런 방법이 통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그런 조직에 몸담고 있는가? 그런 가정에서 태어났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진실과 거짓을 올바르게 판명할, 거짓된 집단에서 과감히 몸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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