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거인' 최우식, 소년의 고통에 공감하다

[리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년, 실감나게 연기해

15.01.01 09:26최종업데이트15.01.01 09:26
원고료로 응원

영화 <거인>의 포스터 ⓒ 필라멘트픽쳐스


열일곱 살 고등학생 영재는 이삭의 집이라는 가톨릭 보호시설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2년 전에 제 발로 집을 나왔는데 어려운 집안 형편과 무책임한 부모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재는 성당의 신부나 보호시설의 원장 내외에게는 미래에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뒤에서는 후원물품을 훔쳐 팔아 용돈을 마련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친구를 배신하기도 합니다. 이제 나이가 차 시설을 나가야 할 때가 다가오지만 영재는 무능력한 데다가 무책임하기까지 한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영재에게 동생마저 떠맡기기 위해 시설로 찾아오게 됩니다.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거인>은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10대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재는 가톨릭 보호시설에 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보호시설을 나와 오갈 데가 없어졌을 때 자신에게 어떤 비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영화는 영재의 친구 범태를 그 예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영재에게 보호시설은 자신을 살려줄 유일한 동아줄입니다. 영재는 구원의 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동아줄을 잡은 손이 피가 날 정도로 쓰라려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줄을 놓치는 순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영재가 겪는 고통에 주목하는데 관객은 그 고통을 절절하게 전달받게 됩니다.

영화 <거인>은 배우 최우식의 호연이 돋보입니다. 최우식은 고통스러운 소년 시절을 보내는 영재를 실감 나게 연기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는 누구보다 어른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아이다운(영재 역시 돌아갈 집이 필요한 어린아이입니다) 영재의 두 가지 서로 다른 면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냅니다. 이따금 화면 가득 잡히는 배우의 얼굴에서 영재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내밀한 죄책감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등장인물에 대한 배우의 탁월한 공감 능력 없이는 불가능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비교적 희망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보호시설을 방문한 신부의 기도문처럼 영재는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남은 아이 중 한 명입니다. 영재는 삶의 고통에도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 합니다. 영화는 애정과 위로가 담긴 시선으로 그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봅니다. 이제까지 영재가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던 삶의 고통을 홀로 감내하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영화의 따스한 시선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인 김태용 최우식 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