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기술자들' 건방진 이현우 "관객 속여야죠"

[인터뷰] 컴퓨터 해커 종배 역..."성인 연기 욕심? 억지로 도전하고 싶지 않아"

14.12.31 17:37최종업데이트14.12.31 17:37
원고료로 응원

영화 <기술자들>에서 서버해킹 기술자 종배 역의 배우 이현우가 2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앳돼 보이는 외모지만 이현우는 단단했다. 그만큼 아역 배우로서 쌓아온 공력이 있어서일까. 영화 <기술자들>에서 컴퓨터 해커이자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격의 종배 역을 맡은 그는 "캐릭터 고민이 컸을 뿐 액션이나 밤샘 촬영은 고생이라 할 수 없다"는 말부터 했다.

장르로 치면 <기술자들>은 케이퍼 무비, 즉 범죄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단순한 액션만 보이는 게 아니라 치열한 두뇌싸움과 전략, 그리고 관객들 예상을 뒤엎는 반전 요소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종배가 <기술자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물론 지혁(김우빈 분)이 리더로서 전면에 나서지만, 이야기의 진짜 재미는 바로 이런 조력자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이현우 역시 어려서부터 범죄물에 열광했던 관객이었다. 막상 종배 캐릭터의 분석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관객들만 속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라는 결론을 내고 이번 영화에 임했다.

착하고 곱상한 외모 덕? "좀 더 건방져지길 원했다"

▲ 이현우 "올해가 제겐 참 중요했어요. <기술자들>과 <연평해전> 두 작품을 찍었는데 배우로서 생각이 깊어졌고, 그만큼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도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이정민


장르로 보나, 출연진으로 보나 <기술자들>은 소위 말하는 분위기로 일단 점수를 얻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젊은 층의 절대 지지를 받는 김우빈과 전 세대에게 친근한 이미지인 고창석, 여기에 꾸준하게 자기 영역을 확보해온 이현우는 상업 영화에 있어서 분명 기대되는 조합이다.

"멋과 외적인 요소가 훌륭한 우빈이 형, 개성 넘치는 고창석 선배처럼 나 역시 그런 색을 찾고 싶었다"고 이현우는 바람을 전했다. 순하고 무난해 보이는 이미지의 이현우가 종배를 통해 가지고 싶었던 건 건방지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이 이현우에게 특별히 '건방짐'을 요구했단다.

"사람마다 선악이 공존하지만 10개월 전 제 모습을 많이 담으려 했어요. 감독님 성향대로 좀 건방지게 만든 건 있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말투 등은 제 것이었죠. 남들이 제게 종종 포커페이스(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라는 말을 하긴 해요(웃음). 스타일리스트 분과도 계속 상의하면서 제 모습을 만들어갔어요. 그만큼 많이 고민하며 임했죠.

올해가 제겐 참 중요했어요. <기술자들>과 <연평해전> 두 작품을 찍었는데 배우로서 생각이 깊어졌고, 그만큼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도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동료 스타들 의식 안 해, 경쟁 상대는 나 자신"

▲ 이현우 "성인 연기에 대한 욕심은 배우라면 누구나 하겠죠. 근데 전 차근차근 내 모습을 보여드리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요." ⓒ 이정민


앞서 언급했듯 이현우는 아역 배우를 시작으로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을 경험했고, 이후 <태왕사신기>의 어린 청룡, <선덕여왕>의 어린 김유신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아역 배우라면 사춘기처럼 겪는 게 바로 성인 연기에 대한 갈망과 변신에 대한 고민인데 이현우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성인 연기에 대한 욕심은 배우라면 누구나 하겠죠. 근데 전 차근차근 내 모습을 보여드리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요. 스스로 준비가 안 됐고, 관객들 역시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분위기를 타서 억지로 도전하고 싶진 않아요."

그저 축구가 좋았고 매일 공 차러 다니던 소년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배우가 꿈도 아니었다. 막연하게 축구 선수를 하고 싶었던 그가 어느새 배우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연기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 스타의 셀카봉-이현우 영화 <기술자들>에서 서버해킹 기술자 종배 역의 배우 이현우가 2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엄청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절 생각해주고 알아봐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또 다른 연기에 도전하는 거죠.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더 큰 그림이 나오겠죠. 그때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면 감사한 거고요. 조급함이 없습니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어도 그 안에서 나름 기쁨을 느끼면 돼요. 제 삶이 행복한 게 우선입니다.

사실 제가 욕심이 없어요. 누굴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없죠. 간혹 제 또래의 배우들과 비교하는 말이나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긴 해요. 유승호나 여진구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렇게 단순 비교할 건 아닌 거 같아요. 같은 배우지만 할 수 있는 게 다릅니다. 저도 그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그저 전 제가 가진 장기를 잘 사용하면 되는 거 같아요. 결국 경쟁 상대는 나 자신입니다."

그렇다고 배우의 열정이 없는 건 아니니 오해말자. 이현우는 "작품을 통해 이현우라는 사람이 이만큼 컸고 성숙했다는 걸 보이고 싶다"며 "연기 잘 하는 칭찬도 좋지만 무엇보다 밝은 성격의 이현우라는 사람이 좀 더 깊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각오 및 바람을 밝혔으니 말이다.

이현우 기술자들 김우빈 고창석 김홍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