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증>의 주인공 '카나코'.
GAGA
<갈증>이 놀라운 점은 올해 56세인 중견 감독이 마치 20대의 젊은 감독처럼 감각적이고 쾌락적인 영상과 이야기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고백> 등을 통해 알려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CF와 뮤직비디오 경력으로 익힌 스타일리시한 화면 구성을 고스란히 영화에 옮겨놓았다.
쉴 새 없는 편집으로 계속된 장면 전환이 이뤄져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테크닉은 일견 서툴러 보이지만, 끝내 보는 이들이 적응하도록 만든다. 범죄 미스터리답게 사건의 진실과 이야기의 결말이 무엇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카나코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서 추리하듯 관람할 수 있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불리우는 야쿠쇼 코지는 <갈증>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막장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맡은 아키카주는 비교적 좋은 이미지였던 그가 아니었으면 참아내기 버거운 캐릭터였으니 캐스팅이 '신의 한수'가 아닐까. 카나코 역을 맡은 고마츠 나나는 수지와 하연수를 섞어놓은 듯한 외모에 자유로운 이미지로 일본에서 각광받는 모델이자 배우다. 부성애가 결여된 가정에서 자신을 놔버린 소녀의 본성을 잘 표현했다.
두 배우 외에도 오다기리 조, 츠마부키 사토시, 니카이도 후미, 나카타니 미키 등 유명 배우들이 중요한 조연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심한 폭력과 유혈 낭자에 잔인하고 끔찍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사고와 난리가 벌어지는, 어찌 보면 괴작인 이 작품에 참여한 그들의 용기와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결국 아버지와 딸을 통해 부성애에 대해 탐구하며, 더 나아가 사람이라는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결혼은 했지만 사랑할 줄 모르는 부부와, 내가 낳은 자식인데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 그리고 사랑 없이 지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도리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아쉬운 건 분명 그런 철학적인 영화이지만 과한 영상미와 폭력성 추구로 깊이가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영화 시작에서 명시한 문장처럼 혼란스럽게 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혼란스러웠고, 시각적 쾌감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지만 철학적 깊이에 대한 '갈증'은 남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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