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크리스마스 패션쇼>가 11월15일과 16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극단 물결
출연진부터 수상한 향기가 폴폴 풍긴다. 한마디로 업계에서 한 자리 한다는 '쎈' 언니들이 출연 배우다. 궁금하다. 연극 <크리스마스 패션쇼>가 11월 15일과 16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출연 배우는 강영은, 유영미 아나운서와 호텔리어였던 중부대학교 이애리 교수, 이명순웨딩드레스의 이명순, 전주혜 변호사, 이정순 주얼리 디자이너, 곽영미 플로워리스트 등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각 분야의 전문가. 그녀들이 그동안의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치열한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연출은 세종대 연극영화과 송현옥 교수(극단 '물결' 대표)가 맡았다.
그 중에서 안정환·신동엽·유재석·박경림·전도연·한채영·권상우·이루마·엄지원·린 등 수많은 유명인의 결혼식을 맡아왔던 웨딩디렉터 겸 중부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이애리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크리스마스 패션쇼>로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일만 하던 우리가 연극 무대에...즐거운 도전"- 어떻게 연극을 올리게 됐나."친한 선후배들끼리 의견을 모았다. 우리가 인생에 너무 받은 게 많았다. 20년, 많게는 30년 동안 여자로서 엄마로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주변으로부터 받은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다시 돌려줘야 했다.
뜻깊은 길을 도모해보자는 데는 합의를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유영미 아나운서가 '나는 나중에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 제가 '언니가 연기자 하면 내가 매니저 할게'라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종대 송현옥 교수님이 '멘토링도 집어넣고, 연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하는 생활극을 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을 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 전문직 여성들의 일과 고뇌 등에 대해 담고 있는데 마지막에는 패션쇼도 열리는 것으로 안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갈 때 이명순 웨딩디자이너가 '내가 드레스 디자이너가 된 지 25주년이다. 항상 일하느라고 너희들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을 텐데, 연극 안에서 패션쇼도 해보면 어때?'라고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이명순 드레스를 우리에게 주는 선물처럼 마지막에 패션쇼를 하고 막을 내리게 된다."
-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수다처럼 오갈 수는 있는데, 막상 여러 사람들의 스케줄을 고려해 공연장을 잡고 무대에 올리기란 각자 바쁘게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울 법도 하다. "송현욱 교수님이 워낙 연극 쪽에서는 베테랑인데, 우리가 그런 수다를 나누자마자 다음 날로 대관을 잡으셨다. 만약 다음날로 대관을 하지 않았다면 다들 힘들어서 중간에 안 한다고 포기했을 것이다."
- 첫 연극인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몇 개월 동안 다들 각자 일을 하다가 저녁에 모여서 연기 연습을 했다. 몸을 푸는데 다들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고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연극 연습을 하면서 7명의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고, 가정에서도 눈물을 쏟을 만한 세월들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는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고단해도 서로 웃고 울면서 서로 공감하며 '으쌰으쌰' 하면서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중부대학교 이애리 교수
극단 물결
- 연습하면서 가장 뭉클했던 때가 있다면. "곽영미 플로리스트는 중간에 화를 내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 감정을 겉으로 드러낸 적이 없어서 연기를 못 하는 거다. '저는 화가 났을 때 한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그 감정을 살리기가 어렵네요' 그랬더니 연출님이 '남편하고 싸웠을 때 감정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하니까 '남편이랑 싸울 때도 참지..겉으로 말을 한 적이 없어요'라고 하더라. 그때 마음이 참 뭉클했다. 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꽃 준비 때문에 병원에 같이 가지 못 하는 이야기를 독백으로 하는데 그때도 마음이 뭉클했다."
- 연극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이제 곧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선보일 텐데. "우선은 새로운 도전에 굉장히 설렜고 굉장히 즐거운 도전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감정을 죽이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 됐다. 연극을 하면서 '지난 50여년의 시간을 내가 정말 감정을 죽이면서 살았구나' 싶었다.
저 역시 누군가를 위해서 플래닝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파티든 웨딩이든 고객에게 '감동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저의 감정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살았다. 방송을 하는 분들은 특히 더할 테고. 이 작업을 하면서 그래도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았는데 협업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할 수도 있었다.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감동을 느꼈다.
이렇게 연극을 통해서 서로에게 받은 감동과 은혜를 관객들에게 흘려보내고 싶다. 또 앞으로도 연극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후배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일들이 뭔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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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내본 적이 없어 연기 못한다는 배우에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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