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배구 순위표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8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챔피언' 삼성화재가 4위,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이 5위에 머물러있다. 대신 하위권이 유력했던 OK저축은행이 2위, 한국전력이 3위에 올라있다. 대한항공이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2위 OK저축은행보다 2경기를 더 치렀기에 진정한 선두로 보기 어렵다.
물론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돌풍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우승후보로 꼽히는 삼성화재, 대한항공 등 강호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심상치 않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 시몬, 화끈한 공격으로 승리 견인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개막 3연승을 질주하며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OK저축은행의 돌풍은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시몬의 힘에서 나온다.
'배구 강국' 쿠바의 국가대표 출신인 시몬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삼성화재와의 데뷔전에서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하며 43득점을 올렸다. 반면 지난 2년간 프로배구를 평정한 삼성화재의 외국인 공격수 레오는 시몬의 철벽 블로킹에 막혀 26득점으로 부진했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의 활약을 앞세워 개막전에서 삼성화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시몬의 공격력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불을 뿜었다. 시몬의 쿠바 국가대표 동료이자 대한항공의 외국인 공격수 마이클 산체스가 분투했지만 시몬이 버틴 OK저축은행에 결국 패하고 말았다.
OK저축은행은 앞서 맞붙은 팀들보다 약한 LIG손해보험도 완파하며 3연승을 질주, 삼성화재나 현대캐피탈보다 더 적은 경기를 치르고도 2위에 올라있다. 206㎝의 탁월한 신체조건, 대포알 같은 스파이크와 서브를 뿜어내는 시몬의 활약 앞에 한국 무대 선배인 레오와 산체스 모두 '조연'이 될 수밖에 없었다.
토종 선수의 활약으로 비상하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의 돌풍은 OK저축은행과는 다르다. 한국전력은 개막전에서 LIG손해보험을 3-1로 격파했으나 대한항공에 완패를 당하며 '반짝' 돌풍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를 꺾으며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전력은 지난 2일 삼성화재를 홈으로 불러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현재 3승 1패로 당당히 3위에 올라있다. 2012~2013시즌 2승 28패, 2013~2014년 7승 23패로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은 올 시즌 벌써 지난 시즌 7승의 절반에 가까운 3승을 올렸다.
OK저축은행과 달리 한국전력의 돌풍은 토종 선수들이 이끌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리베로와 세터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기에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낸 한국전력은 망설임 없이 리베로 오재성을 지목했다. 또한 LIG손해보험과의 트레이드로 권준형을 영입하며 세터를 보강했다.
특히 오재성은 상대 공격수들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환상적인 디그로 철벽 수비를 과시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오재성의 디그와 권준형의 토스가 안정되자 국가대표 전광인의 공격이 더욱 살아났다. '노장 삼총사' 후인정, 방신봉, 하경민이 버티는 센터진도 노련한 블로킹으로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아직 시몬처럼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전력이 올 시즌 새로 영입된 외국인 공격수 쥬리치도 충분히 제 몫을 하고 동료들과도 손발을 잘 맞추며 전광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돌풍에 희생양이 되면서 벌써 2패를 당했다. 1라운드가 끝나면 간판 공격수 박철우가 병역을 위해 떠나는 삼성화재는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돌풍,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부진으로 각 팀의 전력이 평준화됐다. 올 시즌 프로배구 초반 판도는 치열한 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프로배구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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