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의 변신이 돋보였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SBS
이랬던 노희경이 확실히 변했다. 데뷔 20년을 넘어선 지금 "대중 속으로!"를 외치며 대중 안으로 파고들고 있다. 각종 인터뷰에서는 시청률에 대한 목마름을 토로하고, 인기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말조차 서슴지 않는다. 과거 '마니아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신봉했던 팬들에게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변신을 넘어서 배신으로까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전통적 콤비인 표민수와 호흡을 맞춘 마지막 작품인 <그들이 사는 세상>을 끝내 놓고 노희경은 이렇게 단언했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 10여 년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써 내려간 작가노트 속 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노희경은 과거의 발언은 '어리석은 말'이었다고 정리했다. 젊은 시절 너무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가 쓴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에서 털어놓은 변은 이렇다.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요즘 이전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꼭 재미있어야 한다. 굳이 재미없는 걸 이 재미없는 세상에 쓸 필요가 있나 싶다. (중략)사람들은 요즘도 내게 말한다. 남들처럼 재미있게. 그러나 나는 이전처럼 사양한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그걸 가진 채 다름 사람의 장점을 배우는 자세가, 내 것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욱 소중함을 알아차린 때문이다. 누굴 위해서? 나를 위해서."이렇듯 재미있는 드라마를 쓰겠다고 다짐한 이 후, 그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트렌디 물에 처음 도전한 그는 2013년 송혜교-조인성을 투톱으로 내세운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등극이란 기염을 토했고, 올해는 놀랍게도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꺼내들며 대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3위로 시작한 <괜찮아, 사랑이야>는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방송 2주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톱스타 조인성과 공효진의 출연에 여성 시청자들이 반응하고 있는데다가 예사 트렌디 물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양상이다.
재밌는 것은 노희경이 단순히 트렌디 드라마의 범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역시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치유와 극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 속으로!"를 외쳤지만 그의 작가의식은 여전히 건드리기 힘들 정도로 견고해 보인다. 다만 포장은 좀 더 세련돼 지고, 이야기는 좀 더 쉬워졌으며, 고민하는 드라마가 아닌 재미있는 드라마로 변해간다는 점에서 그의 변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대중 곁에 파고드는 노희경의 도전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확신하기 힘들지만 그의 오랜 팬으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느새 중견작가가 된 그가 품위를 잃지 않는 작품을 많이 써내려 가기를, 더해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훌륭한 작가로 남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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