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후스트
K-1
'미스터 퍼펙트'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네스트 후스트는 공수에서 가장 완벽한 기술을 갖췄던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타격파워, 스피드, 체격, 맷집 등 하나하나 따져 봤을 때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다.
후스트는 링위의 마법사였다. 무시무시한 스윙을 자랑하는 하드펀처를 짧은 펀치연타로 무너뜨리는가하면, 스피드가 좋은 선수는 길목을 선점해버려 발을 묶고 무섭게 몰아쳐 바닥에 주저앉혀버린다. 단순히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해 패퇴시키는 수준을 넘어 장점을 역으로 찔러 경기 의지까지도 꺾어버리는 놀라운 흑마술을 구사했다.
후스트 흑마술의 시작은 '마병(魔兵)'으로 불리는 검은 채찍 로우킥이다. 종아리나 허벅지 등 상대의 하체를 노려 가격하는 기술인 로우킥은 K-1 무대에서 복싱의 잽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짧은 거리에서 나가는 발기술 중 하나인 데다 얼굴이나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선을 놓치기 쉬운 하체 쪽이라 대비한다 해도 제대로 막기 어렵다. 더욱이 거푸 맞을 경우 관절이나 근육 등에 충격이 누적, 자칫 입식의 가장 기본인 스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균형을 깨거나 리듬을 깨는데 매우 효과적인 공격이다. 후스트는 이러한 로우킥을 누구보다도 잘 구사했다. 가장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장 복잡하고 깊은 경지까지 끌어올린 그야말로 '로우킥 마스터'였다.
후스트 로우킥의 특별함은 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테크닉이 뛰어난 아웃복서의 잽처럼 경기 내내 로우킥을 구사할 수 있고, 강·중·약을 정확하게 구분해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기술을 펼친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에게는 스텝의 진행 방향을 미리 막는 용도로, 힘과 주먹이 강한 상대에게는 펀치를 뻗는 순간 카운터로 사용했다.
외형적으로 후스트 다리는 타 선수들과 비교해 굵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단단하게 잘 단련된 하체에서 곡선의 궤도를 최대한 활용해 터져 나오는 로우킥의 순간 파괴력은 살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부를 찢고 유혈을 머금는 한자루 혈편(血鞭)이 되어 상대를 무너뜨렸다.
후스트의 로우킥은 타 선수들에 비해 방어가 훨씬 어렵다. 로우킥에 대한 디펜스로는 무릎을 세워 막는 방법을 비롯 발을 들어올리거나 재빨리 거리를 벌려 흘리는 방어법 등이 있다. 하지만 후스트에게는 이같은 방어가 잘 안통한다. 풀파워로 휘두르는게 아닌 적당한 힘으로 차되 절묘한 타이밍에서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때문이다.
상대의 안면과 복부를 펀치로 가격하는 컴비네이션의 마지막 자락에서 자연스럽게 로우킥을 연결시키는가하면 다음번에는 패턴을 거꾸로 뒤집어서 상대를 혼란시킨다. 방어할 생각을 못하는 혹은 다른 곳을 막느라 방어하기 힘든 타이밍에서 로우킥이 꽂히는지라 상대선수들은 속절없이 공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파워보다는 타이밍'이라는 타격의 격언에 가장 잘 부합되는 파이팅을 펼쳤던 선수가 바로 후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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