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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누른 '풀하우스', 농담보다 센 가족의 힘

[TV리뷰] 수요일 밤 11시대로 편성시간 옮기자마자 시청률 1위...비결은?

14.07.10 14:28최종업데이트14.07.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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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MC 이경규, 이정민.
KBS 2TV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MC 이경규, 이정민.KBS

SBS <정글의 법칙>에 밀려 늘 금요 예능의 단골 2인자였던 KBS 2TV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이하 <풀하우스>)가 수요일 밤 11시로 방송 시간을 옮기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지난 9일 방송된 <풀하우스>는 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고, MBC <라디오스타>가 5.3%, SBS <도시의 법칙>이 3.0%로 그 뒤를 이었다.

편성 시간을 옮겼다 반갑게 말하는 MC 이정민 아나운서의 인사에, 공동 MC 이경규는 냉정하게 말한다. '살벌한 시간대'라고.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풀하우스>가 늘 <정글의 법칙>에 밀려 2위를 했듯이, 수요일 밤에는 최강자 MBC <라디오스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가 예전만 못한데다가, 최근 들어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라디오스타>를 시청률로 누른 적도 있기에 혹시나 했는데, 결국 편성의 한 수가 만년 2인자 <풀하우스>의 설움을 씻어줬다.

'라스' 하향세...'가족'으로 공략한 편성의 한 수

수요일 밤의 지각 변동은 이미 예상된 바 있다.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해도 늘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수성하던 <라디오스타>가 <오 마이 베이비>라는 가족 예능을 맞이하여 고전하기 시작했다.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오 마이 베이비>와 1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시청률의 지각 변동의 원인은 <라디오스타>에 있다. 생기발랄한 B급 농담을 하며, 비주류적인 시각을 견지하던 <라디오스타>가 어느새 '어디 한번 웃겨봐'하는 MC군단의 고압적 권위를 지니게 되었고, 게스트의 능력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 편차가 심해진 고인 물이 되었다. 누가 나와도 그의 새로움 면면을 발견하다가, 누가 나와도 뻔한 프로그램이 되기 시작한 것이 수요일 밤 예능 최강자 <라디오스타> 내리막길(?)의 징조였다.

물론 그런 <라디오스타>에 먼저 도전장을 낸 것은 야심차게 새로 시작한 SBS <도시의 법칙>이었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출연진들, 이방의 낯선 도시에 지갑조차 빼앗긴 채 던져진 그들의 생존기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며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이 <도시의 법칙>에는 없었다. 프로그램이 미처 만들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꾸려가던 <정글의 법칙>과 달리, 특별할 것 없는 게스트들에, 이방의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을 담으면서도 신선하지 않은 <도시의 법칙>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렇다면, 편성시간을 옮기고 대번에 1위에 오른 <풀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징조는 <오 마이 베이비>에서 시작되었다. 아기에만, 혹은 아기와 아빠라는 특수한 상황에만 집중을 하던 여타 육아 프로그램과 달리, <오 마이 베이비>에서 부각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 키우는 아기, 가족 속의 아기, 그래서 누가 아기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오 마이 베이비>의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 <오 마이 베이비>가 보다 살벌한 주말 예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에 역시나 '가족'에 방점이 찍힌 <풀하우스>가 이동한 것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 편성의 성공이라 보인다.

진솔한 고민의 공유와 전문가 평의 조화

 9일 방송된 KBS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변우민.
9일 방송된 KBS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변우민.KBS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종편의 여느 프로그램들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라 하는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가족생활에 대한 훈수 두기 프로그램처럼 시작되었던 <풀하우스>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처럼 일반인 사례는 아니지만,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빙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수용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9일 방송분에서 보이듯이, 갓난아기를 가진 도경완 아나운서에서부터, 19개월 된 딸을 가진 배우 변우민, 유치원생 아이를 둔 한상헌 아나운서, 세쌍둥이 엄마 슈까지 출연하면서, <풀하우스>는 아이를 키우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가진다.

19살 연하의 아내와 이제 19개월 된 딸을 가진 중후한 변우민에게 대놓고 '세대 차이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직설 화법에, '전혀 세대 차이는 느껴지지 않고 육아가 너무 재밌다'고 답하는 변우민, 또 '아이 보기가 재밌는 건 아버지보다는 첫 손자를 본 할아버지의 마인드'라는 촌철살인의 조크에서부터, 실제 부부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중 '나이 차이'는 없다는 전문가의 평가까지 다양한 시각이 바로 <풀하우스>의 재미 요인이다.

무엇보다 품격 있는 가족생활을 위한 진솔한 고민의 공유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모유 수유를 위한 팁에서부터, 모유 수유를 가능케 한 시도에 대한 19금 토크, 거기에 매일 밤 우는 아기에 대처하는 아빠의 자세까지, 실제 아기를 키우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풀하우스>는 뻔한 신변잡기 류의 농담을 넘어서 진지한 고민의 공유로 넘어간다.

매일 밤 아기 때문에 잠 못 들고 다음 날 직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에, 24시간이 모자라는 엄마의 고충이 맞서고, 그런 아버지에게 각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부부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이상론이 맞선다. 출연자들은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누군가의 엄마·아빠인 이상, 프로그램은 그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리얼'해진다.

거기에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가의 식견,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의 조화가 매력이 된다. 때로는 육아를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을 두고 조선시대 안채 바깥채를 쓰던 상황을 이상적이라 풀어내는 지나치게 고답적인 해결책이 등장하거나, 논리와 상관없이 '내가 해봤는데' 식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겨버리는 상황도 종종 등장한다. 그럼에도 세대간, 혹은 성간의 차이를 진솔한 고민의 토로를 통해 조금 더 '이해'에 접근하려는 자체가 품격 있는 가족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의 성취이다.

가장 남성 중심적인 듯하면서도 이런 세대별 성향을 아우르는데 탁월한 이경규와 직접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의 진솔함이 매력인 이정민 아나운서의 조화 역시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프로그램의 개성도 개성이지만,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삼은 <도시의 법칙> <라디오스타>를,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시각을 대변하며 세대 간 조화를 지향하는 <풀하우스>가 단번에 누르고 1위를 쟁취한 것은 수요일 밤 11시 시청자 층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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