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페스트를 가득 채운 노랑과 녹색의 브라질리언들16강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데도 이미 넓은 광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가득찼다.
이창희
'아… 절대 지면 안될 텐데. 이 광장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광장은 발디딜 틈도 없고, 숨쉴 공기조차 부족할 지경이었다.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지지부진한 채 1대 1로 마무리되어 버렸다. 나는 이대로 이곳에 있어도 좋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이 절대 우세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뒤엎고 칠레의 효과적인 방어가 힘을 발휘한 상황. 경기 상으로는 절대 나쁠 것이 없지만, 만약 브라질이 진다면 광장을 빽빽이 채워버린 노란 물결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광란에 갇혀 버릴 수도 있다는 긴장이 스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승부차기 하기 전에,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별 일 없을 거야. 여기서 이들의 희로애락을 찐하게 한번 느껴보자고!"두려움에 떨며 한껏 소심해져서 물어보는 나에게 일행 중 한 명이 별 걱정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피말리는' 승부차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 버렸다. 내 앞에서 두 시간 반 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브라질 여성은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승부차기가 시작되기 전, 수많은 사람들이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연인과 함께 두 손을 꼭 잡은 채 승리를 기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예 화면을 뒤로한 채 귀를 막은 사람들도 있었다.
브라질의 승리를 기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브라질 다비드 루이스의 시원한 슛이 골망을 가르고, 백전노장 골키퍼인 줄리우 세자르의 환상적인 선방으로 칠레 키커들이 기가 죽을 무렵. 부상 때문인지 칠레의 적극적인 방어 때문인지 계속 움직임이 좋지 않았던 브라질 국민 영웅 네이마르가 페널티 라인에 섰다.
사실 이번 여행 내내 노란색의 브라질 유니폼은 (네이마르의 등번호인) '10번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었다. 혹자는 길을 걷다보면 10초에 다섯 명쯤의 네이마르가 지나간다고 할 정도였다.
모두가 등번호 10번인 노란 세상에서 네이마르는 그림처럼 슛을 성공 시켰다. 그리고 칠레 키커의 실축!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뛰어 오르기 시작했고, 울기 시작했고, 그들의 응원가와 브라질 골키퍼인 줄리우 세자르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승부차기 내내 뒤로 돌아서 있던 여성은 결국 엉엉 울며 환호를 했다. 뒤에 서 있던 브라질 청년은 열광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고 있던 나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리기도 했다. 우리도 덩달아 브라질리언 코스프레의 절정에서 그 기쁨을 같이 만끽했다. 그것이 우리의 승리인 것처럼, 우리의 승리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승리 직후의 환호와 함성모두가 일순간 함성을 지르며 뛰어 올랐다. 서로 얼싸안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나의 마음도 즐거워졌다.
이창희
장장 세 시간의 말 그대로 '혈투'가 브라질의 힘겨운 승리로 끝이 났다. 나의 15박 17일의 '브라질 월드컵 대탐험'도 이렇게 끝이 났다. 꿈만 같던 보름간의 경험이었고, 꿈만 같은 환호와 함께 떠날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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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끝 승리... 브라질인들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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