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트를 이긴 선수가 두 번째 세트 초반 기세도 등등했다. 3-0으로 달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까지 얻었으니 결승전치고는 매우 싱겁게 끝날 듯 보였다. 하지만 고비를 넘긴 상대는 그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역시 결승전도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7번 시드를 받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우리 시각으로 7일 밤 10시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열린 2014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롤랑 가로)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4번 시드를 받은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2-1로 물리치고 2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었다.
첫 번째 갈림길, 두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
57분이 걸린 첫 세트는 샤라포바가 5-4로 이겼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 두 번째 게임. 할렙이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멋지게 때려넣은 샤라포바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듀스가 되었지만 할렙의 서브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한된 선을 살짝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공이 떨어진 것이었다. 결국 할렙은 두 손 백핸드 받아치기를 왼쪽 옆줄 밖으로 보내고 말았다.
바로 다음 게임에 서브권까지 쥔 샤라포바는 3-0으로 달아날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결승전은 예상 밖으로 아주 쉽게 끝날 것이 뻔했다. 그러나 시모나 할렙의 대반격이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15:30 상황에서 찾아온 발리 공격을 머뭇거리며 어정쩡하게 평범한 스트로크로 처리한 샤라포바는 할렙의 받아치기에 허를 찔렸다. 두 개의 브레이크 기회를 내주며 당황한 샤라포바는 그대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두손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4-3으로 샤라포바가 앞서고 있는 상태에서 맞이한 여덟 번째 게임에서도 서브권은 할렙이 쥐고 있었지만 두 차례의 브레이크 기회가 샤라포바에게 주어졌다. 그 중 하나라도 포인트로 가져왔다면 마지막 게임을 자신이 서브권을 쥐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할렙의 끈질긴 수비력이 돋보였다. 결국 샤라포바의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위기 탈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
야속한 결승전 승부는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 세트 초반 분위기로는 분명히 샤라포바의 완승이 예견될 정도였는데 세계 랭킹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모나 할렙이 그냥 물러설 리 없었다.
샤라포바는 타이 브레이크 첫 포인트를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로 내주며 시작했다. 그러나 할렙이 서브를 넣은 두 개의 포인트를 모조리 자기 점수로 가져오며 2-1을 만들어냈다. 이 기세만으로도 충분히 승기는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두 포인트 이상의 점수차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샤라포바는 타이 브레이크 들어와서 할렙의 서브를 잘 받아넘겼다. 그녀의 서브 코스를 제대로 읽고 대비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할렙의 서브를 무력화시키며 4-2를 만든 샤라포바는 우승을 향한 한 포인트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할렙은 3-5까지 내몰렸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것이었다. 거기서 두손 백핸드 스트로크가 빛났다. 두손 백핸드로 침착하게 받아넘기지 못했다면 샤라포바에게 바로 거기서 무너졌을 것이다. 상대에게 연거푸 두 개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뒤집기에 성공한 할렙은 서브권을 쥔 샤라포바의 공을 오른쪽 구석에 떨어지는 포핸드 역 크로스로 받아넘겼다. 백핸드로 이 공을 받아친 샤라포바는 옆줄 밖으로 멀리 벗어난 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타이 브레이크는 그렇게 시모나 할렙의 역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흙바닥에 무릎 꿇고 우승 감격을
벼랑끝에서 살아돌아온 시모나 할렙은 세 번째 세트를 자기가 서브를 넣으며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분위기라면 대역전 우승 드라마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큰 대회 빅 게임 경험이 풍부한 샤라포바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샤라포바는 할렙의 두손 백핸드 받아치기가 끝줄 밖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기회가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확신했다.
샤라포바로서는 올해 마드리드에서 열린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할렙에게 2-1로 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떠올랐을 것이다. 첫 세트를 1-6으로 허무하게 내줬지만 이어진 두 번째 세트와 세 번째 세트에서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그 뒤집기 경험이 샤라포바에게는 큰 약이 된 셈이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할렙이 세 번째 세트 두 번째 게임과 세 번째 게임을 내리 따내며 2-1로 판세를 뒤집었지만 샤라포바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듀스 끝에 멋지게 따냈다. 할렙을 코트 구석구석 뛰게 만든 그녀의 스트로크는 절정 그 자체였다.
샤라포바 최고의 장면은 할렙이 서브권을 쥔 다섯 번째 게임에서 나왔다.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던 포핸드 크로스가 아슬아슬하게 네트를 넘어와 떨어졌다. 0:40으로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곳이 실질적인 마지막 승부의 갈림길이 된 셈이다. 두손 백핸드 받아치기가 네트에 걸린 할렙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래도 할렙의 뒷심은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메이저 대회 첫 번째 결승 경험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결과였다. 할렙은 샤라포바의 서브 게임을 붙잡아내며 점수판을 4-4로 만들었다. 경험 많은 샤라포바로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었다.
할렙이 서브권을 쥔 아홉 번째 게임. 샤라포바의 두손 백핸드와 포핸드 크로스는 보는 이들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 정도로 코트 구석구석을 꿰뚫었다. 나무랄 것 없는 완벽한 샷이었다. 그렇게 0:40을 만들며 세 개의 브레이크 기회를 잡은 샤라포바는 두손 백핸드 크로스를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거기서 러브 게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샤라포바가 공을 쥐고 코트에 섰다. 샤라포바는 자신의 서브 게임마저도 러브 게임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할렙의 받아치기가 높게 떠올라 오른쪽 옆줄 밖에 떨어지는 순간을 확인한 샤라포바는 무릎을 꿇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일어서서 양손 검지손가락만 치켜세운 샤라포바는 아름다운 파리 하늘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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