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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끊임없이 올리면서 위안부는 식상하다고?"

[인터뷰] 연극 '봉선화' 구태환 연출가 "한국인으로서 역사적 아픔을 다루고 싶었다"

14.04.29 11:52최종업데이트14.04.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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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 <봉선화> 포스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 <봉선화>포스터서을시극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는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일갈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짓밟힌 종군위안부의 숫자는 무려 20만 명. 하지만 일본은 진심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려는 참회의 자세는커녕 무라야마 담화마저 무효하하려는 노골적인 우경화의 발톱을 감추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는 고령으로 한분씩 세상을 떠나는데, 이분들 살아생전에 언제 일본의 성의 있는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봉선화>는 일본군에게 희생당한 위안부의 아픔만 다루는 연극이 아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감추려는 세력을 극 중에서 보여주며 친일파도 서슴치 않고 고발한다. 이야기의 힘 덕분에 공연 내내 객석에는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자 옆에 앉아있던 남자 관객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기에 바빴다. 일본과 친일파의 만행을 용기 있게 고발하는 연극 <봉선화>의 연출가 구태환을 만났다.

- <봉선화> 연출도 맡으면서 곧 있을 연극 <사랑별곡> 연출도 맡았다.
"작년에 <봉선화> 초연을 할 때 재공연할 줄은 몰랐다. <사랑별곡>은 예정된 스케줄이었다. 작년에 <봉선화>를 본 관객이 좋은 평을 남겨주고, 재공연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인천대학교에서 강의까지 해야 하지만, 오전부터 자정까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연출했다.

식상한 소재를 건드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햄릿>과 <맥베드>는 공연가에서 끊임없이 올리면서 위안부 소재가 식상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무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많이 올라가면서도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격하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이야기도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우경화에 맞서 목소리 내고 싶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 <봉선화> 의 구태환 연출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 <봉선화>의 구태환 연출가구태환

- 아베 정권 들어 일본이 우경화로 돌아설 때 마침 <봉선화>가 초연되었다. 일본이 우경화할 때 작품이 올라갈 수 있어서 시의성이 적절했다.
"서울시극단이 공연할 때 다른 극단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라는 작품을 읽은 게 기억나서 이 작품을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 기획적인 의도가 있기보다는, 한국 사람이라면 위안부라는 역사적인 아픔을 소외시키고 싶지 않았다.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 일본이 노골적으로 우경화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조금씩 역사 왜곡을 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우경화 작업을 시도한다. 이런 일본의 우경화 목소리에 맞서 예술인이 우리의 목소리로 바른 역사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 일본군이 운영하는 위안부 기지에 '섹스 특공대'가 있다는 점은 처음 알았다.
"작가님이 고증을 바탕으로 쓴 대본에 있다. 위안부 기지를 차려놓고 수동적으로 일본군을 받는 게 아니라, 기지에 일본군이 없으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위안부가 찾아가게 만들어 매춘을 강요했다. 14~15살 혹은 초등학생 뻘 되는 어린 소녀를 성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다. 한 명의 위안부가 하루에 상대하는 병사가 하루에 2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월경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약을 주입하기도 했다."

- 상자라는 오브제로 위안부의 아픔을 특징 있게 묘사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일본 군복이나 군화발이 나오는 오브제는 이미 다른 공연에서 충분히 보아왔다. 리얼리티를 구현한다는 명분 아래 위안부가 일본군에게 당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건 불쾌감만 준다. 일본군에게 당했다는 것만 짐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상자를 활용했다. 상자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조선의 젊은 아가씨들이 개울가에서 노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지만, 전쟁터에 끌려가면서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위안부의 아픔을 묘사하는 기호로 만들고 싶었다."

- 연극에서는 퇴각할 때 부상당한 자국의 병사를 독물 주사로 안락사시키는 일본군의 잔인함도 보여준다.
"연합군에게 쫓겨 퇴각은 빨리 해야 하는데, 부상병을 데리고 퇴각하는 게 짐이 된다고 판단한 일본군은 자국 병사들도 안락사시키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 <봉선화>는 위안부 문제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인 아픔도 짚고 있다.
"초연에는 조금만 건드렸다면 이번에는 깊이 건드렸다. 독일인이 다른 민족보다 양심적이어서 과거사를 참회한 게 아니다. 유태인이 집요하게 피해 물증을 국제 사회에 내놓고 고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역시 치밀한 증거 자료를 국제 사회에 제출하고 고발했다면 일본에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친일 세력을 청산하기는커녕 그대로 남아있지 않나. 

우리나라의 아가씨에게 돈 버는 일이라고 속이고는 종군위안부로 착출한 매국노 세력도 청산되지 않았다. 한 학교의 설립자가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의 동생은 형과는 반대로 독립운동을 했다. 그 학교가 학교 설립자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운다고 했다가 독립운동 단체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극 중 수나의 외가 집안은 역사의 가해자지만, 친가 쪽은 피해자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인 수나와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인 도식으로 나눌 수 있었다. 친일 세력을 청산했다면 깔끔하게 역사 청산이 이루어졌을 텐데 할아버지-아버지를 거쳐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서는 친일 세력과 피해자가 뒤섞이게 되었다."

봉선화 위안부 구태환 사랑별곡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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