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연극 <봉선화>의 구태환 연출가
구태환
- 아베 정권 들어 일본이 우경화로 돌아설 때 마침 <봉선화>가 초연되었다. 일본이 우경화할 때 작품이 올라갈 수 있어서 시의성이 적절했다."서울시극단이 공연할 때 다른 극단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라는 작품을 읽은 게 기억나서 이 작품을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 기획적인 의도가 있기보다는, 한국 사람이라면 위안부라는 역사적인 아픔을 소외시키고 싶지 않았다.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 일본이 노골적으로 우경화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조금씩 역사 왜곡을 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우경화 작업을 시도한다. 이런 일본의 우경화 목소리에 맞서 예술인이 우리의 목소리로 바른 역사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 일본군이 운영하는 위안부 기지에 '섹스 특공대'가 있다는 점은 처음 알았다."작가님이 고증을 바탕으로 쓴 대본에 있다. 위안부 기지를 차려놓고 수동적으로 일본군을 받는 게 아니라, 기지에 일본군이 없으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위안부가 찾아가게 만들어 매춘을 강요했다. 14~15살 혹은 초등학생 뻘 되는 어린 소녀를 성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다. 한 명의 위안부가 하루에 상대하는 병사가 하루에 2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월경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약을 주입하기도 했다."
- 상자라는 오브제로 위안부의 아픔을 특징 있게 묘사했다."위안부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일본 군복이나 군화발이 나오는 오브제는 이미 다른 공연에서 충분히 보아왔다. 리얼리티를 구현한다는 명분 아래 위안부가 일본군에게 당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건 불쾌감만 준다. 일본군에게 당했다는 것만 짐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상자를 활용했다. 상자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조선의 젊은 아가씨들이 개울가에서 노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지만, 전쟁터에 끌려가면서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위안부의 아픔을 묘사하는 기호로 만들고 싶었다."
- 연극에서는 퇴각할 때 부상당한 자국의 병사를 독물 주사로 안락사시키는 일본군의 잔인함도 보여준다."연합군에게 쫓겨 퇴각은 빨리 해야 하는데, 부상병을 데리고 퇴각하는 게 짐이 된다고 판단한 일본군은 자국 병사들도 안락사시키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 <봉선화>는 위안부 문제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인 아픔도 짚고 있다."초연에는 조금만 건드렸다면 이번에는 깊이 건드렸다. 독일인이 다른 민족보다 양심적이어서 과거사를 참회한 게 아니다. 유태인이 집요하게 피해 물증을 국제 사회에 내놓고 고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역시 치밀한 증거 자료를 국제 사회에 제출하고 고발했다면 일본에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친일 세력을 청산하기는커녕 그대로 남아있지 않나.
우리나라의 아가씨에게 돈 버는 일이라고 속이고는 종군위안부로 착출한 매국노 세력도 청산되지 않았다. 한 학교의 설립자가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의 동생은 형과는 반대로 독립운동을 했다. 그 학교가 학교 설립자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운다고 했다가 독립운동 단체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극 중 수나의 외가 집안은 역사의 가해자지만, 친가 쪽은 피해자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인 수나와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인 도식으로 나눌 수 있었다. 친일 세력을 청산했다면 깔끔하게 역사 청산이 이루어졌을 텐데 할아버지-아버지를 거쳐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서는 친일 세력과 피해자가 뒤섞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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