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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포기 안해요... 아빠니까" 세상 울렸다

[리뷰] 영화 <또 하나의 약속>

14.03.07 14:23최종업데이트14.03.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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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의 50만 기록을 눈앞에 둔 소리 없이 강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소개해볼까 한다.

영화는 반도체 기업에 일하다 얻은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딸을 가슴에 묻고,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건 한 아버지의 세상과의 싸움이 그 줄거리다.

택시기사 상구(박철민)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는 딸 윤미(박희정)가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직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대학도 보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오히려 기특한 딸 윤미는 빨리 취직해서 아빠 차도 바꿔드리고, 동생 공부까지 시키겠다며 밝게 웃는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J반도체(국내 최대기업 S사를 뜻한다)에 입사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윤미는 큰 병(백혈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나이에 가족 품을 떠났던 딸이 이렇게 돌아오자 상구는 가슴이 미어진다. 자랑스러워하던 회사에 들어간 윤미가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 없자, 힘없는 못난 아빠 상구는 상식 없는 이 세상이 믿겨지지 않는다. 상구는 차갑게 식은 윤미의 손을 잡고 약속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내 딸, 윤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아빠가……, 꼭 약속 지킬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난 그 이야기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영화 속 장면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해 오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 영화의 내용이 그저 허구이기를,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냉정한 현실임을 믿고 싶지 않아졌다.

"거기에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

지금도 노조가 없다는 S대기업. 과연 노조가 없으니 '노사분규가 없는 건강한 회사'인 것일까? 영화 속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S기업이 망하라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영화가 아무리 넘쳐난 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거대기업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고 지적한다. 고장난면 버리고 새로운 기계로 바꾸면 되다는, 인간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해,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시선을 거두고, 거기에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상구는 외친다.

고장난 장비처럼 수리비만 던져주기 전에 일단은 쓰러진 노동자를 일으켜 세우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인간미를 찾으라고, 그 말 한마디가 태도 하나가 돈 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정치비판보다 더 힘든 것이 기업비판?

사회 비판의 소재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은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무성한 영화였다. 그런데 압도적인 예매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관 100개도 확보하지 못했고, 특히 롯데시네마는 서울에 단 한 개의 개봉관으로 이 영화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정치비판보다 더 힘든 것이 기업비판이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법으로 세상을 재단하지만 기업은 광고로 세상을 재단하지만 기업은 광고로 세상을 재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영관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거대자본을 무기로 한 S사의 외압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극장은 자기 검열에 눈치만 살피고, 방송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영화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 단 한 곳, 종편 J사의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잠시 언급한 것이 전부다.

영화를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해 두 번이나 극장을 찾은 느낌은, 지금 물질만능이 지배하는 이 사회의 추악한 현실을 무방비로 마주하면서 금전이 얼마나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만들어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그저 영화관에서 울고 웃고 끝낼 수 있는 픽션이 아닌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렸는지도 모른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한 때는 김태윤 감독과 함께한 시사회 자리였는데, 영화가 끝난 후 감독은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전제하고 "다시는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그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멍게는 동물로 태어나 식물로 죽는다'

아버지 한상구는 열혈노무사 유난주에게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멍게는 동물로 태어났지만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자신의 뇌를 소화시키고 식물이 됩니다."

우리들 모습 같지 않은가? 동물로 태어나서 20대 때는 세상에 저항하고 밟으면 꿈틀대지만, 나이가 들면 식물처럼 그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 버리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요즈음 이미 20대에서부터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저 식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이키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난 최근 화제를 모은 <변호인>보다 <26년>보다 더 큰 울분을 느끼며 이 영화를 지켜봤다. 답답함과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며……. 이제 겨우 1심에서 실낱같은 정의가 남아있음을 확인했을 뿐, 영화에서도 더욱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듯이, 우리 사회의 현실 역시 80년대 민주화의 추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누군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영화보다 더 암담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에서 일하던 중 2007년 3월 6일 당시 23살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고인을 추모합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음을 끽하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간 고인을 가슴 속에 담아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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