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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는 여자라고? 중년도 사랑이 어렵다

[프리뷰] <관능의 법칙> 솔직하고 진실한 중년 여성의 사랑과 섹스

14.01.29 17:57최종업데이트14.01.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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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여성들의 사랑과 섹스에 관해 진솔하게 그려낸 <관능의 법칙>
40대 여성들의 사랑과 섹스에 관해 진솔하게 그려낸 <관능의 법칙>롯데 엔터테인먼트

흔히 사랑은 2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착각하기 쉽다. 나이가 들어가면 뛰던 심장이 식고, 몸까지 차가워지는 걸로 여기는 경향마저 있다. 삶에 치이고 생활에 발목 잡히고, 아이들에게 젊음을 내어주고 적당히 포기하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물론 매스미디어의 영향도 한 몫 한다. 안방극장에서 이미 20대는 노인네 취급, 10대 정도는 되어야 젊은이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니 중년의 사랑과 섹스라고 하면 무언가 끈적거리는 음지의 것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랑과 섹스에 관해 대놓고 이야기하면 이른바 '밝히는 여자'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여성이면서도, 딸아이뻘의 이들은 '적당히 참고 살지'라고 구박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관능의 법칙>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유쾌하고 즐거운 일침을 가하는 영화다. 중년도 여전히 아름답고 생기 넘치고, 가슴 저리는 사랑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혹 아직도 사랑은 젊은 시절에만 가지는 특권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영화 시작 전 편견을 내려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즐기고 싶은 40대 친구들의 이야기

 조카 뻘의 남자와 사랑을 보여 준 엄정화.
조카 뻘의 남자와 사랑을 보여 준 엄정화.롯데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TV 예능 프로듀서인 신혜(엄정화 분)는 이른바 골드 미스다. 5년 동안 사귀던 국장이 어린 여자와 결혼한다는 선언을 했다. 나이에 밀린 것 같아 더욱 분하다. 홧김에 꼭지가 돌게 마시고 조카뻘인 외주업체 조연출과 '원나잇'을 해 버렸다. '미쳤지'란 자책에 빠졌는데, 진지하게 만나자며 들이대기 시작한다. 안 된다고 밀어내도 요지부동이다.

미연(문소리 분)은 성에 적극적이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애니메이션 코스프레까지 하며 섹스를 즐긴다. 정작 고개 숙인 남편은 아내 몰래 비아그라 등 각종 보조제로 연명한다. 사실을 알게 된 미연은 '인삼으로 깍두기를 만들어서라도' 기를 살려주겠다지만 남편은 힘들어 한다.

셋 중 언니뻘인 싱글맘 해영(조민수 분)은 한 번씩 아픔이 있는 남자 친구(이경영 분)와 너무 행복하다. 다만 시집 안 가고 집에서 바가지를 긁는 딸 때문에 피곤하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다행히(?) 딸이 속도위반을 해 집에서 나가게 되니 날개를 단 듯하다.

물론 셋 다 행복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신혜는 주변의 눈총도 그렇고, 남자친구가 자신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으려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미연도 남편의 '고개 숙임'이 육체적 문제라기 보단, 아내에 대한 매력 반감이란 걸 알게 된다. 해영은 딸만 나가면 오붓한 생활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상대는 구속받지 않는 지금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중년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

유쾌한 웃음과 버무려진, 솔직담백한 중년의 사랑과 수다

 성에 솔직한 주부 역할을 소화해 낸 문소리.
성에 솔직한 주부 역할을 소화해 낸 문소리.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무게를 잡거나 심각하지 않다. 어느 정도 노출이 보이는 정사신도 섹시해 보인다기 보단, 가벼운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세 친구는 끝없는 수다를 나눈다. 친구의 애인에 대해 부러워하기도, 함께 욕설을 퍼붓기도 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맞장구쳐 주기 좋아하는 여성의 심리선을 잘 따라간다.

한편 극 중에서 세 친구의 나이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저 40대의 이야기다. 어느 언저리려니 하고 짐작은 가지만, 굳이 한정지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비슷한 동년배들이 끄덕일 법하다. 물론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중년도 사랑에 목마르고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 세 여배우의 연기는 모두 만점에 가깝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탁월함을 보여준 엄정화는 일처리에 똑 부러지지만, 사랑 앞에서 고민하고 번뇌하는 역할을 몸에 맞춘 듯 보여줬다. 수다스럽고 다혈질인 주부 역의 문소리 역시 제 역할 이상을 보여주며 작품에 소금이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조민수의 경우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통해 진정한 열연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단순히 딸아이와 말싸움을 겪어내는 싱글맘이 아닌, 삶의 아픔을 처연하게 받아내는 여성의 모습을 눈물겹게 그려냈다. 상대 배역의 이경영도 그 상처를 보듬는 역할의 호흡에서 눈물보다 깊은 묵직함을 전해줬다.

중년 아닌,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봐도 좋을 영화

 서로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을 연기한 조민수, 이경영의 호흡이 훌륭했다.
서로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을 연기한 조민수, 이경영의 호흡이 훌륭했다.롯데 엔터테인먼트

중년의 사랑을 위험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배우자를 버리거나 가정을 깨뜨린 이들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외도나 불륜을 미화하는 작품은 아니다. 가정이 있는 이들은 섹스에 대해 보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혹 미혼이거나 여러 이유로 홀로 된 이들은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미 이른바 '한 부모 가정'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0%인 160만 가구 450만 명에 이르고 있고, 2030년까지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중 이혼 가정이 약 36%로 가장 많다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2012 한국의 성 인지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5~39세 여성의 미혼율은 35.5%, 남성 미혼율은 무려 52.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이 자료는 2010년도 기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중년의 사랑을 외도나 불륜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회현상 자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한편 영화는 이분법적으로 '남자는 여자를 울리는 나쁜 놈'식의 선악구도를 만들진 않는다. 사랑이란 서로 오해하기도 하며, 때로는 용서하고 고백하는 밀고 당기기임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 막판 이런 해결구도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싶은' 여성관객에게는 강도가 약해 보일 우려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늘 설렘을 간직하고 싶은, 중년 여성들에게 흐뭇하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중년이 아니라도 혹 상처받을까, 사랑의 발걸음도 못 떼고 있는 이들에게 권할만하다.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행복 속에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2월 13일 개봉.
관능의 법칙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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