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의 김선미(김유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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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에 압박당하느라 사랑도, 젊음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젊은이들의 삶을 케이블 tvN이 그려내고 있는 동안, 종편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가 그려내고 있는 것은 그녀들의 언니급인 마흔 무렵의 삶이다.
직업적으로 안정된 지위에 올랐지만 결혼이라는 관문을 아직까지 넘지 못해 이제는 불안해하는 김선미(김유미 분)의 모습에 <로맨스가 필요해3>의 신주연이나 이민정의 미래가 오버랩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결혼을 했지만 그 번듯함이 허명이 되어 고통으로 다가오는 권지현(최정윤 분)은 SBS <따뜻한 말 한마디> 송미경(김지수 분)의 다른 버전 같기도 하다. 결혼도 넘고, 이혼까지 넘어버린,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가장이 되어 자기 삶을 꾸려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윤정완(유진 분)은 이 시대 마흔 무렵 여자들이 빚어낼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성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은 세대로 치자면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의 인물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의 논조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그녀를 연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미경의 시선이다.
자신의 동생이 미경의 동생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진은 자신이 전염병 같다고 오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재학(지진희 분)과 정신적 외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미경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 가족, 친지, 심지어 동네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외도 그 불가피성 여부랑 상관없이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려가고 있는 파장은 외도가 가족에 미치는 사회 병리학적 조사 보고서와도 같은 것이다. 가족이, 남편이 전부였던 삶을 살았던 40대 중반의 여성 미경의 눈높이다.
은진이 재학과의 외도 한 번에 천형과도 같은 형벌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에 오면 드라마의 제목처럼 상황은 한결 여유로워 진다. 비록 그녀가 낳은 숨겨진 딸의 아버지이자 첫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이제는 엄연히 남의 집 부인과 그 집 남편의 사업상 파트너라는 위치에 놓인 지현와 안도영(김성수 분)는 사람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나눌 만큼 대담해진다.
<따뜻한 말 한디>에서 '사랑'이기에 더 용서할 수 없던 외도가,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장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선미와 주완은 한 남자를 놓고 연적이 될 처지이지만, 결혼이란 제도에 놓인 그녀들이 철천지원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천형이던 외도에서 사랑이란 이름이 부각되고, 결혼이란 제도에서 헐거워진 그녀들은 한 남자의 사랑을 놓고 자유로이 경주한다.
<로맨스가 필요해3>로 가면 한 발 더 나아간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겼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신주연이지만 머리끄덩이 한 번 잡는 것으로 지나간 회한을 풀어내고, 사업상 그녀가 필요하자 그녀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하는 '쿨'한 선택을 한다. 얼굴만 마주대면 으르렁거리다가도 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냉철한 카리스마를 놓치지 않는다. 사랑에 상처받으면 일로 풀어내고, 일이 힘들어 졌을 때 다시 사랑이 채워주는, 양수겸장의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 하여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신주연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일과 사랑 모두에서 그녀의 버팀목이던 도윤의 냉정함을 마주쳤을 때이다.
이렇듯 동시간대 SBS, JTBC, tvN에서 월화 10시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각 그 드라마의 타깃층이 되는 여성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이혼을 해도 당장 먹고 살 걱정이 없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그녀들과 이혼 후의 가장이 되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일이 곧 삶의 주된 동인이 되어버린 <로맨스가 필요해3>의 그녀들은 우리 시대 세대별 여성상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풍요를 맛본 중년의 세대와 그 사이에 끼인 세대, 그리고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세대별 사회적, 경제적 삶의 반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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