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은 별사탕과 같은 존재다. 그녀는 건빵처럼 투박하고 밋밋한 영화에서 별사탕처럼 사랑스럽게 빛난다.
(주)예인플러스
안일한 연출과 허술한 구성, 작위적인 설정과 상투적인 웃음 그리고 억지스러운 눈물에도 불구하고 <수상한 그녀>는 설 명절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최후 1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선물세트는 그다지 매력적인 선물은 아니지만 적절한 대체상품이 없으면 어쩔 수 없기 찾기 마련이다. 게다가 영화 마지막 '그 분'(이미 검색어에도 등장한 공공연한 스포일러지만 예의 상 이렇게 표현한다)의 짧은 등장은 적어도 여성관객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큰 만족감을 주는 듯 하다.
한국의 노인은 가난 속에 살고 있다'청춘'은 모든 노인의 욕망이다. 젊음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노인들이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이다. 진시황 이래 수많은 노인들이 젊음과 영생을 갈망했지만 그것은 오직 극장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부질없는 욕망이다.
오말순은 겨우(?) 몇달 동안 요양원에 가야하는 상황 때문에 절망하지만 그녀는 비교적 행복한 노인이다. 2010년 현재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의 비율은 30.3%에 불과하며 독거 노인의 비율은 34.3%로 급증했다. 오말순은 상위 30%에 해당하는 중산층 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21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0년 간 부자 나라가 된 한국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며 "고성장을 이룬 이들이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울에서는 노인들이 물이 새는 언덕 위의 낡은 집에 살고, 줄을 서서 급식을 기다리고, 몇 천 원을 벌기 위해 폐지를 모으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한국 노인의 빈곤실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에 고령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원조달 방식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증세를 꺼리면서 계획이 축소됐다"는 비판적 의견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1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박근혜 정부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소득·건강·요양 등 다각적 노인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모두 6조4000억 원의 노인복지예산을 편성했고, 이는 작년보다 2조965억 원, 48.7%나 증액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7월부터 노인들에게 최대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해당 예산으로 올해 5조2000억 원을 편성했다"며 "정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어르신들의 복지를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복지부의 결연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인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은 부정하기 힘들다. 흔히 20대를 '잉여'라고 하지만 노인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잉여'라고 할 수 있다.
▲오말순은 상위 30%에 해당하는 중산층 노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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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이 발행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연간 평균 가처분 소득이 전체의 중간치 3600만 원의 절반인 1800만원에 미치지 않는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2년 현재 49.3%로 절반에 육박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평균의 4배로 OECD국가 중 최하위였다.
폐지 수거는 빈곤층 노인들의 대표적인 생계 유지 수단 중 하나다. 폐지 줍는 노인의 월 평균 수입은 26만 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거의 유일한 수입이다. 그나마 정부가 폐지 수거업체의 세액공제를 절반으로 줄여 더 감소하게 되었다. 관련 업체들은 폐지 매수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증세'를 한 셈이다.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1.8명으로 미국 14.1명, 일본 17.9명보다 크게 높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9340건이었으며 이중 저소득층 노인의 비율은 69.1%였다. 빈곤은 노인 자살과 학대의 주요 원인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18대 대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의 72.3%가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 모든 선거에서 노년층은 대체로 보수적인 투표성향을 보였지만 18대 대선에서는 유독 두드러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근혜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공약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보 후보들은 노인 빈곤문제와 관련해 뚜렷이 부각되는 공약이 없었다. 관권 부정선거라는 결정적 변수를 제외하면 노인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무관심은 대선 패배에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어르신들이 새누리당에 열광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께 현재의 2배인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은근 슬쩍 '최대 월 20만 원'으로 바뀌었다.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국민연금에 곁눈질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공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 노인들의 연금으로 현재 노인들의 연금을 지급하는 '타임슬립' 돌려 막기는 결국 더 큰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노인들에게 '청춘'은 사치다. 그들에게는 생존이 더 절박하다. 20만 원은 한국의 노인들에게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20만 원을 미끼로 가난한 노인들을 낚은 '수상한 그분'은 아직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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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원으로 노인 낚은 그분... 왜 말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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