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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의 토론다운 토론, 속 시원하다

[TV리뷰] 신년 특집 '2014 한국사회, 4인의 논객이 말한다'가 보여준 가능성

14.01.02 11:15최종업데이트14.01.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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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매년 해가 바뀌면 신년이랍시고 여러가지 특집을 한다. 올해가 말의 해라니, 아니나 다를까, 방송사마다 말들이 단골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의 해인들, 혹은 닭의 해인들, 그 프로그램들이 무수히 늘어놓는 정보들이 한 해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무에 그리 다를 게 있으랴.

뉴스도 마찬가지다. 겨우 하루 차이로 해가 바뀌었다고, 뉴스마다 신년 특집이라고, 지난 한 해를 총괄하고, 새해를 예견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런 들, 매일 하는 뉴스와 그 내용이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지난 1일, < JTBC 뉴스9 >은 신년 특집으로 '2014 한국사회, 4인 논객이 말한다'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토론에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전원책 자유경제원장,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논객으로 참석했다. ⓒ JTBC


그런 의미에서, 1월 1일 < JBTC 뉴스9 >은 돋보이는 신년 특집을 선보였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한 8시부터 신년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더니, 이어 2부에서는 '2014, 한국 사회, 4인의 논객이 말한다'는 토론을 통해 여야의 내로라하는 논객,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 전원책 자유경제원장,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를 불러 모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오랫동안 MBC <100분 토론>에서 날선 공방 속에서도 꼿꼿이 사안의 중심을 잡고 시원하게 토론을 이끌던 좌장 손석희의 귀환이다. 비록 그간 <뉴스9>을 통해 짤막한 토론을 이끌기도 했지만, 그런 찰나의 의견 조율과는 다르게, 이른바 대표적 논객을 이끌고 온전히 한 시간 여의 토론 프로그램을 이끄는 손석희를 만나는 반가움이다. 이것은 곧, 손석희 개인에 대한 반가움이 아니라, 토론 프로그램다운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의 소산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손석희와 함께 4인의 논객으로 나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과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존재도 반갑다. 정계에서 은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이제는 컬이 들어간 머리를 하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속 시원한 질문을 하는 유시민과,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두고 "돈 잘 버는 큰아들을 분가시키고 비정규직인 둘째아들에게 집안 전체를 먹여 살리라고 하는 상황"이라는 말 그대로 '쾌도난마'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는 노회찬의 단호한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속이 뚫리는 느낌을 줬다.

서로 다른 입장을 듣는 것만으로도...제 몫 해낸 <뉴스9>

토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뉴스9>이 사전 여론 조사를 통해 조사한 국정 현안 중 가장 다수의 의견이 나온 '국가 기관 선거 개입'과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논란', 그리고 '복지 공약 후퇴와 증세 논란'이 다루어 졌다. 시간은 충분치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네 사람의 의견은 충분히 피력되었다.

방송의 말미, 시청자 의견을 들었다. 사당동에 사는 60대의 시청자는 그까짓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댓글 때문에 날선 정치 공방으로 1년을 보낸 허송세월이 아깝단다. 그에 반해 LA에 사는 70대 시청자는 이명박 정권의 과를 박근혜 정부가 털어내지 못하고 덮어주려다 보니, 결국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두 시청자의 의견처럼, 4인의 논객의 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의 궤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 서로 다른 의견을 적나라하게 쏟아놓을 수 있는 시간만으로도, <뉴스9>의 성과는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중년층들이 즐겨 본다는 종편의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은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하루 종일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YTN는 매 뉴스의 사안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그 전문가들의 입장이 무에 그리 다른지 그것 또한 불명확할 뿐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이른바 전문 논객들의 세 치 혀에 무방비하게 좌우되는 시점에,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논객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뉴스9>은 그 의견을 전달하려고 한 것만으로 제 몫을 이미 일정 정도 해낸 것이다.

지난 1일 방송된 <뉴스9>의 한 장면. ⓒ JTBC


이날 토론에서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말끝마다, "그것은 좌파의 생각"이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누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냐'는 유시민의 질문에 조차, "좌파의 프레임"이라고 덮어씌웠다. 모든 길을 서울로 통한다더니, 그에게 모든 비판은 오로지 좌파들의 책동일 뿐이라는 식이다.

행복하냐는 질문조차, 어느새 좌파의 아이템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물론 그런 전원책 원장의 동문서답에, 유시민은 복지부 장관을 했던 혜안으로 복지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장 많은 의료 보험료를 내도 병원에 한번 가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들, 내 돈이 많이 나가도 아깝지 않은 공감대가 바로 복지의 출발이라는 그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전 원장은 파업에 참여한 기관사들을 '귀족'이라 매도했다. 코레일의 재정 적자에서 직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조의 파업 동안, 줄기차게 들려오던 소리이다. 그러자 유시민 전 장관이 모처럼 속 시원하게 한 마디 했다. 19년 근속이 보통인 가장의 연봉이 6000만 원이래 봤자 우리나라 국민 소득에 반도 안 된다고, 그런 사람들을 귀족이라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토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치상의 이익과 손실 사이에, 사업의 합리화란 이름하에 숨죽인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전원책 원장이 일관되게 좌파의 프레임으로 모든 비판을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것에 반해, 여당의 중진인 이혜훈 의원과 유시민 전 장관 사이의 토론은 평행선만은 아니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로서, 코레일이 사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최소한의 결론에 이르렀다. 차이는 분명했지만, 의논하다보면 양자 사이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였다. 토론을 위한 토론, 차이를 위한 입장 표명이 아닌,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한 이해의 가능성의 실마리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자기 논에 물대기 식으로 자기주장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불통'이다. 하지만 상식이 있다면, 이성적 판단을 제대로 내리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누가 이기거나 누가 지지 않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종편을 중심으로 한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그런 과정조차 생략한다. 또 하나의 프로파간다로서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인 논객들의 의견이 제시된 신년 특집은 모처럼 특집다운 특집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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