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변호인>을 보고 부끄러워 울었습니다

14.01.02 09:26최종업데이트14.01.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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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모든 곳이 방학해 갈 곳이 없는 아이와 영화를 봤다.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투표소에 데리고 갔던 것과 같은 마음에서 보여 주고 이야기하고, 적어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억 하나 가졌으면 싶어서였다.

영화 <변호인>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고 들었다. 기실 나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울고 싶어졌다. 영화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사실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이 영화의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네 모습이 투영되고 그 엄청난 시기를 견뎌왔던 아련한 기억. 그리고 30년 전과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막막함, 먹먹함. 자괴감. 그리고 비겁함에 어쩔 줄 몰라서.

장면장면 겹쳐 문득문득 과거 기억 속에 떠오르는 대사들. 어쩌면 내 아버지 혹은 어른이라고 부르던 분들과 되풀이되던 상황을 엿보는 기분.

"세상이 그리 녹록한지 알아? 데모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공부하기 싫어서 발광하는 거지."

한편에서는 왜곡된 정의와 기본에 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법대로 하면 지금 대통령부터 반란죄로 사형이지. 언론에서 떠드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는가? 당신의 국가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어떻게 이런 질문이 오늘에도 그대로 투영하는가? 영화 속 송변은 말한다.

"변호인이 법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 없으면 국민의 앞에서 방패막이가 될 수 밖에요."

어쩌면 이런 이유로 법조인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뛰어들지는 않는 이유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무모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당한 권력을 꺾기 위해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게다. 조금만 더 키워 불의에 맞서겠다고 합리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보니 지금도 여전히 나의 힘이 너무 약해 어림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 세월을 보내며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고 말한다. 은근히 내가 할 일을 아이들에게 미뤄 놓는다. 그럭저럭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깨는 아이의 질문.

"경찰은 착한 사람들 아니야? 왜 약한 국민을 괴롭혀? 왜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

아이에게는 온갖 뒤틀린 세상이 의문투성이인가 본다. 뭔가 답을 해줘야 할 텐데 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 줘야 하는 것일까? 한마디 한마디 말을 이을 때마다 날이 선 칼날이 가슴을 찌른다.

"모든 경찰이 다 그런 것은 아니야. 힘이 있는 자는 약한 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어떤 경찰은 자기 생각을 갖지 않고 나쁜 일을 할 때도 있어. 그건 경찰뿐만 아니라 군인, 정치인, 선생님 혹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그럴 수 있어.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시킨다고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건 나쁜 일이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야. 그런데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해.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야 해."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진실로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가 그리고 그 다음 세대 그 누군가가 오늘의 박진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행동하지 않는 부끄러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하겠지?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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