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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2013년 보낸 비 "이젠 말할 수 있다"

[인터뷰] '레인 이펙트'로 3년여 만에 컴백...독기 빼고 진정성 담은 비 "여유 생겨"

14.01.02 08:04최종업데이트14.01.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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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 ⓒ 큐브DC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인플루엔자에 걸려서 크리스마스까지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는 비(본명 정지훈, 31)는 "20대 때의 체력이 아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콘서트를 하고 나면 밥 먹으러 갈 힘도 없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지만, 지난 11월 Mnet Asian Music Awards(MAMA)에서 보여준 무대와 31일 선보인 '30 SEXY'의 티저 영상을 보고 있자면 '그래도 비는 비'라고 읊조리게 된다. 

3년 9개월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정규 6집 < RAIN EFFECT(레인 이펙트)>를 발표하는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는 힘을 뺀,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뒤로 하고, 신년 벽두부터 다시 신발 끈을 바짝 조인 비는 작곡가 배진렬과 공동 작곡하고 직접 작사한 12곡으로 대중에게 '진정성'을 내보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돌아온 비, 더블 타이틀곡 내세운 이유는? 

"'30 SEXY'는 딱 나답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나답지 않은 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반면 'LA SONG'은 다크한 모습이 아니라 밝고 사이코틱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 큐브DC


더블 타이틀곡 '30 SEXY(30 섹시)'와 'LA SONG(라 송)'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다. 얼굴에 찍힌 입술자국과 3kg에 달하는 쇠사슬 액세서리, 10cm 하이힐로 포인트를 준 '30 SEXY'가 딱 떨어지는 섹시함을 내세운 곡이라면, 빈티지한 의상의 'LA SONG'은 일탈에 가깝다. 비는 "'30 SEXY'는 내가 원한 곡이었고, 'LA SONG'은 다른 이들이 점찍은 곡이었다"고 털어놨다.

"'30 SEXY'는 딱 나답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나답지 않은 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반면 'LA SONG'은 다크한 모습이 아니라 밝고 사이코틱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난 '30 SEXY'를 절대 포기할 수 없어서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우게 됐다. 전체적으로 예전에 비해 힘을 많이 뺐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앨범을 만들기 전, 비는 소위 '잘 나가는' 프로듀서들에게 수십 곡을 받았다. 하지만 짙게 드리운 아이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비는 배진렬과의 공동 작업을 택했다. 그는 "3~4년 전부터 쓴 곡을 추려서 조금씩 살을 붙였다"면서 "민요도, 창도 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엔 무대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노래에 중심을 맞춘 것도 주요한 변화였다.

"라이브 느낌이 물씬 나는 밴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1980년대의 리듬 앤 블루스를 보여주는 곡들도 있다. '마릴린 먼로'는 (박)진영이 형에게 배운 '공기 반 소리 반'을 이용한 노래고. 내 노래 실력은 '음반 만들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비주얼이 세다 보니까, 아무래도 춤보다는 노래가 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담긴 노래는 만족스럽다."

'월드스타' 비가 보는 '국제가수' 싸이 "되게 고통스러울 것" 

"영화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 차려진 상을 잘 먹으면 된다. 그러나 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한다. 어찌됐던 싸이 형은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정말 많은 것을 이뤄냈다. 빌보드 차트 2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상실감보다는 '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큐브DC


20대에 데뷔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비는 지난 시간을 통해 부쩍 힘을 뺐다. 과거의 비가 '기다려라. 내가 왔다. 세상을 뒤집어 보일 테다'라고 이를 악물었다면, 지금의 비에게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잘되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 그는 "독기를 뺐다"면서 "예전엔 폭죽이 화려했다면, 이제는 담백한 국물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도 비구나'라는 것만 보여주겠다"고 했다.

'월드스타'로 불리던 그가 군대에 있는 동안, 가요계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강남스타일'을 내놓은 싸이가 '국제가수'로 불리며 빌보드 차트 2위에까지 오른 일은 일찌감치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비마저도 놀라게 했다. "내 성공은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었다는 것, 할리우드 영화를 2편 했고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것"이라고 자평한 비는 "싸이 형의 성과는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뿌듯해했다.

"영화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 차려진 상을 잘 먹으면 된다. 그러나 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한다. 어찌됐던 싸이 형은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정말 많은 것을 이뤄냈다. 빌보드 차트 2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상실감보다는 '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싸이 형은 되게 고통스러울 거다. 도대체 다음에 뭘 해야 할까 싶을 테니까. '젠틀맨'이 20위권에 든 것도 정말 대단한 건데 말이다."

비가 활동하던 3년 9개월 전과 2014년의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유튜브의 활성화'다. 그는 "입대 전까지만 해도 유투브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나 큰 하나의 창구가 되었다"면서 "인터넷의 활용도가 엄청나게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앨범을 발표하고도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의 촬영, 아시아 프로모션 등의 일정을 연이어 소화해야 하는 그는 "(월드스타로 불리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많이 생기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3년..."대중은 부모님 같다"

"대중은 내게 부모님 같은 존재다. 나를 키워줬으니 혼내기도 하는 거다. 좋은 성적을 갖고 가면 또 안아주기도 하고. 하던 대로 그 길을 간다면, 대중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풀어지지 않을까." ⓒ 큐브DC


지난 2013년은 그에게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딱 1년 전, 1월 1일을 배우 김태희와의 교제설로 장식했던 그는 탈모보행으로 징계를 받았고, 뒤이어 연예병사의 복무규정 위반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비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비는 "군부대 합동 조사본부, 검찰, 경찰까지 모두 조사를 받은 최초의 연예인"이라면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희로애락이 다 있었다. 입방아에 많이 올랐는데, 이제는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중이 내게 여전히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인 것 같다. 대중은 내게 부모님 같은 존재다. 나를 키워줬으니 혼내기도 하는 거다. 좋은 성적을 갖고 가면 또 안아주기도 하고. 하던 대로 그 길을 간다면, 대중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풀어지지 않을까."

컴백을 앞두고, 비는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인 이펙트>를 통해 31세 정지훈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밖에서는 스타지만, 집에서는 TV도 제대로 켤 줄 모르는 허당이다. < god의 육아일기 >를 보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저런 애였구나' 하시는 것 같더라"면서 "아버지도 <레인 이펙트>를 통해 나의 일상을 아시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고통받는 모습은 안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에 대한, 노래에 대한 스트레스 이런 거 말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비' 하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댄서가 악플 하나를 읽어주더라. 'MAMA에 너 나와서 TV 껐는데 무대가 궁금해서 다시 켰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아직 보여줄 게 있다는 게 감사하다.

한때는 다음 행보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보인다. 그래서 행복하다. 힘을 뺀 나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예전처럼 무대를, 그리고 노래를 즐겨줬으면 좋겠다."

정지훈 30 SEXY LA SONG 레인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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