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흥청망청 연말 시상식이 그래도 빛날 때

'그들만의 잔치' 된 방송국 시상식, 그래도 의미 있는 순간들

14.01.01 15:34최종업데이트14.01.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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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집에 남겨진 사람들이라면 원하건 원치 않건 연말 시상식 한두 개 정도는 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사 별로 연기·가요·연예 부문 시상식을 3일 동안 하루씩 편성하면서 습관적으로 그 시간에 TV를 틀던 이들은 시끌벅적한 잔칫집을 목도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또 한 해가 지나간다는 허전함도 화려한 출연진의 면면과 그들의 수상 소감에 흘려 잊을 수 있기도 하다.

이제는 시상식 대신에 축제로 대신하는 가요 부문과는 달리, 여전히 '나눠 먹기식'이든 '공로'상 수준이든 앞으로 잘 봐 달라는 '입도선매'의 의미이든 수상자가 정해지는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그 나름의 박진감을 지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 봤던 작품을 되새기며 시상식 현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해 받기도 한다.

<2013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수지. ⓒ MBC


하지만 언제나 시상식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31일엔 하루 종일 검색어 순위엔 '수지 수상소감'이란 단어가 오르내렸다. MBC <구가의 서>의 여주인공 담여울을 연기했던 수지가 예상치 못한 최우수상을 받아들고 당황한 나머지 수상소감을 매끄럽게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겨우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최우수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린 여배우의 통과 의례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수지의 연기를 보고 기대했던 상의 무게와 실제 그녀에게 주어진 상의 무게의 차이, 그리고 어쩐지 가벼워 보이는 듯한 수지의 태도가 하루 종일 상을 타고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결국은 상식이 아닐까. 가장 핫한 '스타'가 상을 받건, 높은 시청률은 아니더라도 명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의 주인공이 상을 타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준의 결과라면 설사 '내 스타'가 상을 받지 않더라도 수긍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건 극과 극의 의견을 달리하는 우리 사회에서 '상식'이란 말만큼 애매한 단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SBS 연예대상의 수상자로 김병만이 선정된 것은 또 하나의 인간 승리를 목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의 감격을 흔쾌히 나눌 수 있었다. 또 '무관'임에도 불구하고 3사의 연예대상에 참석해 후배들의 수상을 아낌없이 축하해 주고, 축하 공연에 맞춰 춤도 춰주고, 심지어 자신의 엉덩이 라인까지 아낌없이 노출해주는 유재석의 풍모는 이미 그가 '대상'을 넘어선 '대가'라는 느낌을 충분히 전해 주었다.

3년 간의 도전 끝에 김병만이 <2013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강호동과 유재석이 김병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 SBS


그 뿐만이 아니다. 뻔하다 하면서도 매년 연말 시상식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화려하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의미로 빛나는 수상자들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지기 때문이다. 공로상을 받은 김수미도, 중견의 연기자 장현성·김미경도, 이제는 누구를 가르치는 게 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연기가 어려우며 자신이 맡는 캐릭터에 고민을 한다는 고백은 진실한 울림으로 전해져 왔다.

우리는 그의 연기에 환호했지만, 정작 자신은 몹시도 힘이 들었다는 소지섭의 고백도 뜬금없었지만 진실했다. 자신의 수상을 공동작업인 드라마를 함께 했던 스태프들에게 돌리는 마음 씀씀이는 따스함 그 자체다. 특별 연기상이건 황금연기상이건 혼신의 연기를 다한 중견 배우들이 후배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상을 거머쥐는 모습은 흐뭇했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과 함께 경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이경규의 수상 소감은 또 다른 공감을 낳았다.

흥청망청한 시상식의 순간들 속에서, 트렌디 드라마들 사이 홀로 <황금의 제국>의 존재감을 알린 이요원과 당당한 미스김의 모습으로 대상을 거머쥐고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는 드라마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소원하는 김혜수의 모습은 그저 '인기'의 이름만으로 덧칠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시청률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시청률 만능주의가 판치는 시상식장에서, 진정 좋은 작품의 가치는 무색해 지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부디 2014년이 좋은 작품을 선보인 이들에게 노력의 대가가 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유재석 수지 소지섭 김병만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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