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지상파 연말 연기대상, 진정한 승자는?

[분석] 2013년 3사 연기대상 모두 여배우들이 석권...무관 여배우들도 '승승장구'

14.01.01 13:21최종업데이트14.01.01 19:13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2013년 12월 마지막 날, SBS와 KBS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 시상식은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순간에 방송될 만큼 각 방송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상징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상당한 신경을 기울인 모습들을 보여줬다.

시상식의 재미와 완성도, 콘텐츠의 승자는?

SBS는 가수 효린의 축하공연은 물론 마술쇼, 뮤지컬 등을 통해 다채로운 진행을 선보였다. 특히 이휘재의 순발력과 재치 있는 입담은 적재적소에서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KBS는 방송국에 모여드는 스타들의 레드카펫 입장을 통해 공영방송의 위용을 과시했으며, 주원의 라이브 열창과 함께 <개그콘서트>를 활용한 축하공연 등이 재미를 선사했다.

두 방송사 모두 이날 열린 연기대상 시상식에 각별한 신경을 쓴 듯 무대나 축하공연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SBS는 시상식을 전 세계에 중계했고,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현지의 팬들이 참여하는 실시간 인기투표 방식을 선보였다. KBS는 네티즌들이 상을 주는 순서를 마련해 두 방송사 모두 시청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SBS는 국내 연기대상 시상식 사상 최초의 글로벌한 시도를 통해 조금 더 앞서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SBS와 KBS가 같은 날 개최한 <2013 연기대상 시상식> ⓒ SBS, KBS


또한 시상식에 오른 후보작들을 비교했을 때 SBS는 KBS보다 콘텐츠 측면에서 조금 더 우위에 있는 듯 보였다. <야왕>,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은 모두 시청률 20% 이상의 대박을 친 작품들이다. 여기에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황금의 제국> 같은 기타 드라마들까지 합치면, 상당한 후보작들이 높은 완성도와 다양성을 갖춘 모습이었다.

KBS는 <비밀> <굿닥터> <직장의 신> <최고다 이순신> <왕가네 식구들> <루비반지> 등의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들 모두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후보작들이 '막장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제작비 200억 대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아이리스 2>는 시청률 참패에 이어 시상식에서도 철저한 외면을 받으며 KBS의 '흑역사'가 되다시피 했다. 그나마 '공영방송' 드라마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재미를 얻어낸 <직장의 신> 덕분이었다.

2013년 연기대상 시상식의 진정한 승자는 '여배우들'

공중파 방송들의 2013년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 여성 배우들의 힘이다. SBS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 KBS는 <직장의 신> 김혜수, MBC는 <기황후> 하지원이 대상을 받으며 여성 배우들의 위상을 실감케 한 것이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받은 여배우들. 왼쪽부터 하지원(MBC), 김혜수(KBS), 이보영(SBS) ⓒ 이정민, 이희훈


이보영의 경우 올해 초 시청률 바닥을 헤엄치던 KBS 드라마들 가운데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며 안방극장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출연한 KBS <내 딸 서영이>는 2013년 종합 시청률 1위(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SBS의 수목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한 그는 코믹한 모습부터 진지한 법정 장면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생애 최초로 연기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김혜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간판 연기파 여배우다. 막장 드라마나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면 별다른 시청률을 얻지 못한다는 비판으로부터 KBS의 자존심을 살려내는 데 그만큼 적합한 배우가 또 있었을까.

김혜수가 열연한 <직장의 신>은 연초부터 저조한 시청률을 이어가며 깊은 수렁에 빠진 KBS 월화 드라마를 건저 올리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특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MBC <구가의 서>같은 경쟁사 대작들에 비해 스케일이 작은 내용이었음에도 시청률은 15% 가까이 유지됐으며 작품성까지 호평 받은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분투하며 얻어낸 값진 승리였다.

끊임없는 역사왜곡 논란 속에서도 <기황후>가 살아남으며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은 주연을 맡은 하지원의 성실한 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퇴출 운동까지 촉발시킨 <오로라 공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MBC를 향해 <기황후>는 또 하나의 막장이 아닌 의외의 히트작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며 시청자의 꾸준한 호응을 얻는 중이다. 액션은 물론 섬세한 감정까지 노련하게 연기하며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는 하지원이 이 드라마의 큰 버팀목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안정적이면서 선 굵은 연기로 <야왕>을 무사히 끌고 갔던 수애, 연기변신으로 KBS의 구원투수가 되어준 <비밀>의 황정음,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엽기적인 그녀>를 뛰어넘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전지현 등 2013년은 여배우들이 드라마 흥행을 이끌며 한류 콘텐츠의 중심을 잡아준 한 해였다.

연기대상 김혜수 이보영 하지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