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주)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그런가 하면 <숨바꼭질>은 한 개인이 무력으로 타인의 가정에 무단으로 침입해 자신의 집으로 만드는 우울한 보금자리 담론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사는 보금자리가 언제든지 불안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불안감을 폭력적인 대안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설국열차>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 역시 객차 안의 부당한 지배층-피지배층의 도식을 폭력으로 타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숨바꼭질>과 <설국열차> 모두, 불공평한 현실에 몸부림을 쳐도 최종적인 승자는 없다는 우울함을 남기기도 한다.
무단 가택 침입자가 집을 빼앗는데 성공하면 집을 빼앗긴 원래의 집 주인은 다시 집을 되찾기 위해 무단 가택 침입자와 싸워야 한다. <설국열차> 속 엔진칸에 도달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가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의 자리를 물려받았다면 열차의 또 다른 누군가는 하층민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이는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자본주의의 우울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부당한 권력 앞에 촛불 같은 개인 5위 <베를린>과 6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올 한 해 위세를 떨친 '북한 출신 공작원(간첩)'을 소재로 했다. 현재 상영 중인 <용의자> 역시 비슷한 소재로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발(發) 인간병기는 권력 다툼 속에서 결국 희생되는 개인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때로는 남한 사람보다 더욱 인간적인 이로 묘사되기도 하고, 동시에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북한 내부의 변화로 인한 체제의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또한 1위 <7번방의 선물>과 3위 <관상>은 거대한 힘 앞에서 개인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은 억울한 누명을 쓴 지적장애인이 개인적인 복수심에 물든 부당한 공권력 앞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가를 피맺히게 묘사한다. 결정론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관상>은 앞으로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아는 선각자가 역사를 바꾸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에는 역사를 바꾸지도 못하고 아들마저 최고 권력자에게 잃고 마는 내경(송강호 분)의 비애를 그려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스틸컷
(주)화인웍스, (주)CL엔터테인먼트
마땅히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 권력이 잘못 작동해 개인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는 이 같은 영화 속 설정은,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인 '한'을 건드리면서 동시에 국가 권력이 오작동하지 않게끔 개개인이 얼마만큼 각성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렇듯 이들 흥행 영화의 주된 코드는 '현실 비판'이었다. 현실에 각을 세웠던 이들 영화들이 대중의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이 작품들이 전세 대란이나 민간인 불법 사찰처럼 현실의 가려운 곳을 은유적으로나마 긁어주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세상의 불공평함이나 공권력의 부당함을 직시하게 만들어주는 영화가 승승장구했다는 건 지금 대중이 몸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팍팍한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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