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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이 정도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

[드라마리뷰] 왕호박에게 남겨진 상처, 어떻게 해야 하나

13.09.30 12:03최종업데이트13.09.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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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방송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KBS

이 정도면 범죄 수준이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다.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이앙금(김해숙 분)의 자식에 대한 편애 말이다. 29일 방송된 10회에서 이앙금과 그의 둘째 딸 왕호박(이태란 분)에게 서로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지만, 그 자리에 이해나 화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아픔과 설움, 갈등의 골만 더욱 깊게 남겨졌을 뿐이다.

왕호박의 집들이에 엄마는 오지 않았다. 중국집 음식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결국 이앙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퉁퉁 불은 음식들은 죄다 버려야만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가까스로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룬 왕호박은 엄마로부터 축하와 칭찬을 받고 싶었지만, 이앙금이 왕호박에게 전한 것은 싸늘한 무관심과 서러운 홀대다.

"엄마가 언니하고 나하고 차별한 거, 그거 진짜 제일 가슴 아파! 맨날 비교하고 편애하고 언니 반의반도 못 한다 욕하고…." 왕호박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이앙금은 그녀에게 쏘아붙인다. "못하니 못한다 하지!" 드디어 왕호박은 가슴에 쌓아둔 설움을 폭발해 버리고 만다. "그런다고 날 그렇게 때렸어?" 이앙금은 '내가 언제 널 때렸냐'고 반문해 보지만, 왕호박의 가슴에 새겨진 숱한 상처는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똑똑히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 화날 때 마다 나 두들겨 팼잖아. 어려서부터 시집가기 전까지 맞았어. 머리끄덩이 잡아서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면서 벽에다 밀치고 돌리고, 빗자루며 프라이팬이며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팼잖아. 난 내 자식 회초리로 때리던 날, 약 발라주면서 가슴이 아파 펑펑 울었는데, 엄마는 나 그렇게 때리면서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어?" 

한 마디로 왕호박은 가정폭력의 희생양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얻어맞았던 날이 허다했고, 그 후로 단 한 번도 엄마로부터 미안하다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왕호박의 서러웠던 기억에 이앙금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얘가 왜이래? 난 기억도 안 나는걸 뭐 하러 묵은 밥은 들먹거려?"라 말한 그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일어서는 엄마에게 왕호박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한다. 때려서 미안하다고, 언니랑 차별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이앙금은 도리어 너만 힘들었는줄 아냐며 그를 다그친다. '난 너 때문에 시집살이 했어. 연년생으로 딸딸이 낳았다고 너의 할머니한테 내가 얼마나 시집살이 당한 줄 알아?' 이앙금의 눈에는 자식의 아픔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아니, 보이지만 보려 하질 않았던 것일 게다.

 29일 방송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KBS

왕호박이 엄마의 사과를 받고 싶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엄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다. 다른 모녀지간처럼, 아니 언니와 엄마 사이처럼 자신도 엄마와 함께 찜질방도 같이 다니고, 팔짱 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앙금에게는 허튼 소리일 뿐이다. 이앙금은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 쫄딱 망한 언니는 나 몰라라 하고 집장만을 해버린 둘째 딸이 얄밉고 괘씸하기만 하니까.

이 장면은 참 많은 것을 시사했다. 편애라는 것이 얼마나 독하고 잔인한 것이며, 그것이 결국 편애를 당하는 이에게 어떠한 아픔을 남기게 되는지 단편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 자식 지간은 지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편애로 똘똘 뭉친 부모, 그것에 시달리며 눈물짓는 자식. 스스로의 깨달음이 없이는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병든 관계 말이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부모 공경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효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필수적인 덕목이었고, 불효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까지 가기도 전에 윤리적 측면에서의 질타와 비난이 앞서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효의 정신이 요즘에는 많이 퇴색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깊숙이 배어있다.

그에 비해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예부터 전해들은 바가 거의 없다. 그저 내 자식이기 때문에 주게 되는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사랑 외에는 달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점점 더 그렇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좋은 유치원, 번듯한 학원, 화려한 결혼식, 집장만을 위한 적금 등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자식에게 해줌으로써 부모가 할 도리를 다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왕호박이 이앙금에게 토해낸 말은 그러한 것들이 아니었다. 왕호박은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은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관심, 이해, 배려, 관용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자식들에 대한 크고 작은 편애가 자식들에게는 얼마나 뼈아픈 상처로 남게 되는지를 처절하게 알려주었다.

이앙금의 편애는 짜증의 수준을 넘어 자식의 숨통을 조이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 듯하다. 목 놓아 울어보기도 하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애원을 해봐도 '그래, 미안하다. 지난 날 편애했던 일들을 용서해다오!' 이 한 마디를 해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어떠한 마음으로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음대성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opicasia.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왕가네 식구들 이태란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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