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KBS
왕호박이 엄마의 사과를 받고 싶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엄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다. 다른 모녀지간처럼, 아니 언니와 엄마 사이처럼 자신도 엄마와 함께 찜질방도 같이 다니고, 팔짱 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앙금에게는 허튼 소리일 뿐이다. 이앙금은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 쫄딱 망한 언니는 나 몰라라 하고 집장만을 해버린 둘째 딸이 얄밉고 괘씸하기만 하니까.
이 장면은 참 많은 것을 시사했다. 편애라는 것이 얼마나 독하고 잔인한 것이며, 그것이 결국 편애를 당하는 이에게 어떠한 아픔을 남기게 되는지 단편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 자식 지간은 지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편애로 똘똘 뭉친 부모, 그것에 시달리며 눈물짓는 자식. 스스로의 깨달음이 없이는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병든 관계 말이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부모 공경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효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필수적인 덕목이었고, 불효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까지 가기도 전에 윤리적 측면에서의 질타와 비난이 앞서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효의 정신이 요즘에는 많이 퇴색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깊숙이 배어있다.
그에 비해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예부터 전해들은 바가 거의 없다. 그저 내 자식이기 때문에 주게 되는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사랑 외에는 달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점점 더 그렇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좋은 유치원, 번듯한 학원, 화려한 결혼식, 집장만을 위한 적금 등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자식에게 해줌으로써 부모가 할 도리를 다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왕호박이 이앙금에게 토해낸 말은 그러한 것들이 아니었다. 왕호박은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은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관심, 이해, 배려, 관용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자식들에 대한 크고 작은 편애가 자식들에게는 얼마나 뼈아픈 상처로 남게 되는지를 처절하게 알려주었다.
이앙금의 편애는 짜증의 수준을 넘어 자식의 숨통을 조이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 듯하다. 목 놓아 울어보기도 하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애원을 해봐도 '그래, 미안하다. 지난 날 편애했던 일들을 용서해다오!' 이 한 마디를 해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어떠한 마음으로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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