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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더리퍼', 체코 원작 과감히 자른 이유 있다"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잭더리퍼'의 이건명-서지영 인터뷰 ①

13.05.25 09:44최종업데이트13.05.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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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의 이건명 "‘젊은이, 뭐 하는 친구인가’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답하면 ‘힘들지?’라고 위로를 하던 때다. 당시에는 백이면 백 이런 대답이 돌아오던 때였다. ‘그래도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라는 말을 할 때 ‘그래도’라는 단서가 붙는 직업이 뮤지컬 배우였다"
<잭더리퍼>의 이건명"‘젊은이, 뭐 하는 친구인가’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답하면 ‘힘들지?’라고 위로를 하던 때다. 당시에는 백이면 백 이런 대답이 돌아오던 때였다. ‘그래도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라는 말을 할 때 ‘그래도’라는 단서가 붙는 직업이 뮤지컬 배우였다" 엠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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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명은 <잭더리퍼>라는 한 뮤지컬 안에서 두 주역을 맡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배우다. 어느 때에는 살인마 잭더리퍼를 연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비운에 가득 찬 주인공 앤더슨 역을 맡으니, 지금은 눈 감고도 두 캐릭터를 연기할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한데 이건명에게는 한 가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매너리즘이다. 이만 하면 되겠거니, 하는 안주를 스스로가 경계하고 있었다. 그만큼 치열하게 연기에 임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지영은 앞서 인터뷰한 배우 김아선과 데칼코마니를 형성하고 있었다. 김아선의 동생과 올케가 각각 배우 김우형, 김선영이었다면, 서지영의 남편은 왕용범 연출가이고 오빠는 영화배우 서태화다. 오누이가 배우고, 남편은 뮤지컬 연출가이니 연기와 연출로 밥을 먹고 사는 부부였다.

이건명과 서지영 두 사람 모두 뮤지컬이 한국에서 열광받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이라는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뮤지컬 1세대는 아니어도 연기 인생 이십 년이 되었거나 다 되어가는 뮤지컬 2세대 배우들이다. <잭더리퍼>에서 연기하는 이건명과 서지영을 성신여대에서 만나보았다.

"뮤지컬만 20년, 그만 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잭더리퍼>의 서지영 "분량에 상관없이 무대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행복한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관객이 있으니까 뮤지컬 배우를 선택한 것에 대한 행복을 느낀다. 무대에서는 이십년 동안 '이 일 그만둘 거야'라는 생각을 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잭더리퍼>의 서지영"분량에 상관없이 무대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행복한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관객이 있으니까 뮤지컬 배우를 선택한 것에 대한 행복을 느낀다. 무대에서는 이십년 동안 '이 일 그만둘 거야'라는 생각을 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엠뮤지컬

- <잭더리퍼>의 원작은 체코 뮤지컬로 알고 있다. 원작을 보았는가? 원작이 우리나라 버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지영: "영상으로 체코 뮤지컬을 관람했다. 체코 뮤지컬과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각색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창작한 작품이라고 과언해도 좋을 정도로 다르다. 등장인물의 이름만 따왔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만일 원작의 설정을 고스란히 갖고 왔다면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다니엘이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자에게 수모를 당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고민한다. 한 술 더 떠 <파우스트>처럼 악마도 등장한다. 이런 원작의 설정이 우리나라 감성에 먹히겠는가. 한국 연출이 체코 원작의 이런 부분을 과감히 자르고 사랑이야기로 재구성한 것이 우리나라 버전 <잭더리퍼>가 되었다."

이건명: "그럼 (엄)기준이가 고자로 나와?(웃음) 소극장용으로 <잭더리퍼> 외전을 만들어야지.(웃음)"

서지영: "원작 설정을 고스란히 따왔다면 누가 하겠는가. 남자주인공 캐스팅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 한 작품에서 주인공 다니엘과 살인마 잭 모두를 연기했다. 연기 포인트가 궁금하다.
이건명: "잭은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면서도 유쾌한 캐릭터다. 포스터처럼 보랏빛의 색깔을 가진다. 반면 주인공 앤더슨은 잭과는 정반대로 우울하다. 주변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회색빛의 캐릭터다. 잭은 살인을 저지르는 광기와 희열 가운데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반면 앤더슨은 찌들어있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교차한다. 비슷비슷한 캐릭터였다면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잭과 앤더슨은 연기하기 편하다. 잭과 앤더슨이 전혀 다른 캐릭터라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연기하기만 하면 된다."

- 사람이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동시에 직업으로 가지기가 어렵다. 그런데 두 배우는 잘 하는 일을 좋아하는 직업으로 선택했다.
서지영: "뮤지컬을 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이한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즐거운 일은 금방 지나가지 않는가. 뮤지컬 배우 생활이 20년이지만 실제로 느끼는 체감은 20년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그만큼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즐거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잘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명이를 오래도록 보아왔지만 건명이는 익숙해야 할 부분에서 익숙해지려 하지 않는다는 걸 볼 수 있다. 뮤지컬을 오래 했기에 '나는 이렇게 연기해도 되겠지' 하는 익숙함을 건명이는 싫어한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려고 많은 애를 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젊을 때에는 예쁘고 청순한 역할을 많이 맡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면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젊었을 때만 생각하고 이십 대의 캐스팅에만 연연하면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이 역할은 할 수 있어' 하는 욕심에 사로잡힌다. 저는 이런 유혹을 잘 넘긴 것 같다.

유명한 말이 있다.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배역은 없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한다. 분량에 상관없이 무대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행복한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관객이 있으니까 뮤지컬 배우를 선택한 것에 대한 행복을 느낀다. 무대에서는 이십년 동안 '이 일 그만둘 거야'라는 생각을 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건명: "간혹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하는 질문인데, (서)지영 누나나 제가 처음 뮤지컬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에는 이런 질문과 답을 했다.

'젊은이, 뭐 하는 친구인가'라는 질문에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답하면 '힘들지?'라고 위로를 하던 때다. 당시에는 백이면 백 이런 대답이 돌아오던 때였다. '그래도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그래도'라는 단서가 붙는 직업이 뮤지컬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각광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무대 배우가 된다는 걸 반기는 시대가 아니었다. 앞으로 힘들게 살아갈 것이 눈앞에 뻔히 보이니까. 불도저처럼 묵묵하게 이 길을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뮤지컬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뮤지컬 붐 덕에 나이키를 신고 싶으면 나이키를 살 돈이 생기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삶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게 왜 이런 수입이 들어오지?' '왜 이건명을 인터뷰하려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행복하면서도 당혹스럽다."

*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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