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두산-KIA의 경기가 벌어진 30일 서울 잠실구장에 또 원인 모를 어둠이 찾아왔다.
5-3으로 KIA가 앞선 6회초 공격 직전 클리닝 타임 때 잠실구장의 볼거리인 남녀 커플 간의 사랑의 프러포즈가 전광판에서 한창 방영되던 중 갑자기 조명탑, 전광판은 물론 기자실의 전기가 한꺼번에 나갔다.
오후 8시 29분께 느닷없이 찾아온 '블랙 아웃' 사태에 많은 팬은 잠시 프러포즈를 기획한 남성팬의 깜짝 이벤트가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깜깜한 상태가 오래가자 팬들은 정전임을 깨닫고 환호성을 지르며 잔치판에 엄습한 암흑사태를 잠시나마 즐겼다.
1루측 두산팬은 물론 외야, 3루 KIA 팬까지 한 손에 라이터를 켜들고 불을 지펴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야구는 중단됐으나 팬들의 응원마저 끊긴 것은 아니었다.
KIA 응원단은 '남행 열차'를 부르며 응원을 이어갔고, 이에 질세라 두산 응원석에서도 아파트를 부르며 '불 꺼진 노래방' 분위기를 이어갔다.
8시 40분께 전광판에 불이 켜졌고, 외야 조명탑 전등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 8시 52분께 그라운드에 불이 완전히 들어오자 심판진과 두산의 수비진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경기 속개 준비를 했다.
두산 관계자는 "8시 29분부터 2분간 정전됐고 이후 복구까지 21분이 걸려 총 23분이 소요됐다"며 "한전, 서울시에 문의 결과 정확한 원인은 5월 1일 아침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어깨가 식은 선발 노경은 대신 투수 변진수를 올려 장기전을 대비했다.
잠실구장에 불이 완전히 꺼지지는 올 시즌 벌써 두 번째다.
4일 두산-SK 경기에서 5회말 두산의 공격이 끝난 뒤 내·외야 조명탑의 전구 일부가 갑자기 꺼져 2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0.3초간 조명탑의 전구가 순간 정전된 탓에 전구의 열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기를 이어갔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정전 사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2011년 4월 1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두산 경기였다.
경기 막판이던 8회 초 두산 공격 때 갑자기 조명탑에 불이 나가 50분간 정전이 이어졌고 결국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 심판진은 정지 직전 상태 그대로 다음날 경기를 치르는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시설이 가장 낙후한 구장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정전 사태로 빨리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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