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가는 도중 밴디와 아들을 발견하지만 아들은 이미 혁명전사가 돼 있다. 그로 인해 밴디는 그만 RUF에게 잡히고 만다. 영화는 상당 부분을 할애해서 소년들이 어떻게 혁명전사라 칭하는 무자비한 소년병이 돼가는지 보여준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란 '민족해방'이지만, 실상의 목적은 다이아몬드를 통해 '아프리카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반군 사령관의 사리사욕에 불과하다. 훈련을 빙자한 폭력으로 인한 복종과 '혁명전사'란 미명하에 덜 성숙한 소년들의 폭력성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그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 소년들이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불에 태워진 철물을 둘러싸 노래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을 보니, 소설 <파리대왕>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어린 나이에 볼 수 있는 극한의 비극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것이 아프리카의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처가 대니에게 고백하는 자신의 과거 또한 아프리카의 현실 그 자체다. 그는 백인이지만 아프리카 태생인데, 어릴 때 어머니는 강간을 당한 후 죽임을 당했고 아버지는 테러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그는 용병단에 들어가 수많은 반군을 죽였는데, 지금은 반군에게 무기를 대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여러 사람이 툭툭 던지는 대사인 'T.I.A' 즉, 'This is Africa'. 이곳은 아프리카이니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고 당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이 한마디에 포함돼 있는 그 가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처가 하는 말을 들어본다.
"가끔은 궁금해져. 우리가 하는 일을 신이 용서하실지... 하지만 금세 깨닫곤 하지... 신이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났다는 걸..."한편, 아처는 사전에 용병단에게 반군에 대한 폭격을 요청한 바 있어 폭격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 한다. 이윽고 폭격이 시작되고 그는 아수라장이 된 반군 집결지에서 밴디의 아들을 구해낸다. 그리고 이제는 아처와 밴디·밴디의 아들·용병단의 우두머리와 부하들이 피의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간다. 그곳에서 아처와 밴디는 솜씨 좋게 용병단을 무찌르고 빠져 나가려 한다. 하지만 아처는 총에 맞고 말았다. 미리 요청해둔 경비행기의 착륙 지점이 코앞이었지만 아처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밴디와 그의 아들만이 탈출에 성공한다. 무사히 탈출한 그들은 매디의 도움을 받아 다이아몬드를 팔게 됐고,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가 끝나며 2003년부터 '킴벌리 협약(Kimberly Process)'가 발효됐다는 자막이 나온다. 이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유통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자정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는 그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밴디와 매디 그리고 아처가 지목된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지대한 역할을 한 아처가 비록 백인이지만 아프리카 태생으로 나온 것은 영화의 신뢰감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흔하디흔한 백인 우월주의 또는 영웅주의의 영화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감독 에드워즈 즈윅의 <라스트 사무라이>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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