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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액받이 무녀 있다면, '야왕' 욕받이 악녀 있다

[드라마리뷰] SBS '야왕' 여주인공 주다해, 이토록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13.03.29 11:58최종업데이트13.03.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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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월화드라마 <야왕>의 주다해(수애 분)
SBS 월화드라마 <야왕>의 주다해(수애 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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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종영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액받이 무녀'라는 특이한 캐릭터가 있었다면, SBS <야왕>에는 '욕받이 악녀' 주다해(수애 분)가 있다. 그는 드라마 역사의 악녀 캐릭터에서도 거의 첫손에 꼽을 만한 인물이다. 드라마 속에서 주다해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공공의 적이며,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야왕> 관련 기사에서도 그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작품의 질을 떠나, 이쯤 되면 <야왕>의 시청자 뿐 아니라 평소 드라마에 무심한 사람들일지라도 한번쯤은 호기심을 가지게 될 정도다. 도대체 주다해,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면죄부도 줄 수 없는 주다해의 '습관적인' 악행

선과 악이 극단으로 치닫다 막판에 한방의 에피소드로 인물들이 돌변하며 끝을 내는 것처럼 싱거운 일은 없다. 그런 면에서 주다해가 시종일관 악행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의 일관성 면에서는 칭찬받을 만하다. 꼭 하류(권상우 분)의 복수가 아니더라도 얼른 고꾸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시종일관 가지게 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말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악행을 일삼는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악행의 바탕이 될 만한 과거가 설정돼 있어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감에 따른 심적 흔들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주다해 또한 양부의 성적 학대와 극심한 가난 등 동기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습관적이고 도발적으로 계속 저질러지는 악행만이 있을 뿐이다.

주인공의 행태가 아무리 극악무도할지라도 애초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시청자들은 때에 따라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사실 드라마의 성패는 그것을 잘 풀어내는 것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힘든 과거를 가진 인물들이 여러 관계를 거쳐 자신들의 삶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배타적이었다면 포용을, 이기적이었다면 이타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은 바로 그렇게 변화 가능한 인물들을 만날 때다.

주다해는 지금까지 그 어떤 인간적 매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하고 버리면서도 그들을 위한 일말의 연민도 가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모두가 주다해에게 돌팔매질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격이다.

 수애
수애SBS

새로운 여성 캐릭터, 하지만 발전이 없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비난, 참으로 이례적이다. 그러나 실상 주다해는 그저 주인공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질 뿐, 캐릭터 자체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야기의 진전을 방해하며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이는 기존 드라마의 주변 인물을 통해 흔히 보던 설정이기 때문. 이런 인물들은 질투, 야망 등의 이유로 별다른 죄책감 없이 일상적으로 주인공을 훼방 놓는 역할을 한다.

주다해는 흔한 여주인공의 설정인 '청순가련'은 언감생심, 저지른 악행을 반성하는 일말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에서 좋은 점을 일부러 끄집어내자면 여주인공 캐릭터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성찰 없이 이토록 일관되고 고른 악행을 보이고 있는 여주인공은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새로운 여주인공 캐릭터의 발견이 이런 식이라니, 뭔가 묘하다.

주다해가 공공의 적이 된 것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만한 요소가 그에게 전혀 부여되지 않은 탓이다. 그는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을 향해가는 지금까지 각종 악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에 따른 시청자들의 비판의 수위 또한 그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추세다. 이제 그는 시중의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아니 받아 마땅한 '욕받이' 캐릭터가 되었다.

주다해가 여주인공의 나쁜 예 중 하나인 '민폐녀'처럼 의지박약의 의존적 캐릭터가 아님은 분명하다. 외형상으로는 자기연민으로 가득 찬 자조적 캐릭터도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발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저 퇴행적 행태만을 일삼고 있다는 것, 어찌 보면 진취적이랄 수도 있는 성향을 오로지 악행을 실행하는 데에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아쉬운 점이다.

극 중 모든 인물들이 주다해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고, 시청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그의 몰락만을 바라고 있는 이 상황. 이대로라면 아마 '욕받이 악녀'로서의 주다해의 역할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아니 아마 드라마가 끝나고도 한동안은 계속될 듯싶다.

야왕 주다해 수애 악녀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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