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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위기라고? '라스'와 '썰전'을 보라

[하성태의 사이드뷰] 식상한 쇼와 버라이어티 사이, 독보적 위치 구축 중인 두 프로

13.03.28 12:23최종업데이트13.03.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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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골든타임'을 자랑하던 지상파 오후 11시대가 무너지고 있다. 강호동의 이름값이 무색하게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KBS2 <달빛프린스>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컴백한 강호동 개인의 부진을 탓하기엔 전체적인 시청률 하향 기조가 뚜렷하다. 앞서 MBC <놀라와>의 갑작스런 폐지는 김재철 사장의 MBC가 보여준 시청률 지상주의의 극단이었지만 그럼에도 뼈아팠다. 여기저기서 한때 드라마를 위협하던 '예능'의 위기론이 고개를 든다.

집단 토크를 앞세운 종편 예능의 약진이 요인으로 거론된다. 채널과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지상파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향이야말로 이 모든 설들의 근간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가까이 오르는 10시대 드라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오후 11시대 예능 시청률의 퇴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그 많던 토크쇼와 오디션, 리얼 버라이어티의 현주소 

이랬거나 저랬거나, 토크쇼는 포화 상태다. MBC <놀러와>의 유재석이 '도와달라'며 재기를 외치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은 일반인들이 고민을 털어 놓는 포맷의 경쟁 프로 KBS2 <안녕하세요>의 약진 탓이었다. 거기에 SBS <힐링캠프>가 대선주자들을 등장시켰고, 스타급 연예인과 유명인으로까지 출연 게스트의 보폭을 넓히며 차별화를 이뤄냈다.

SBS <고쇼> 역시 고현정의 이름값과 윤종신-정형돈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존재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집단 토크쇼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화요일의 SBS <강심장>과 뒤이은 <화신>, 수요일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목요일의 KBS2 <해피투게더>까지. 집단 토크쇼의 포화 속에 <힐링캠프>는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꿰찰 수 있었다.

여기에, 리얼 버라이어티 쪽을 보자. KBS2 <해피선데이-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주춤한 사이, 굳건하게 주말을 책임지는 유재석의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그리고 조작 논란을 거치면서도 살아  남은 SBS <정글의 법칙>은 리얼 버라이어티 하향세 속에서도 제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다.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회의론이 고개를 든지 오래인)'힐링'의 기운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SBS <땡큐>, 그리고 <1박2일>과 <붕어빵>을 믹스해 '힐링'의 훈훈함을 연출하는 <아빠 어디가>는 리얼과 예능의 새로운 금맥으로 자리했다. 특히 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금요일 밤과 토요일, 일요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가족들이 TV 앞에 모이는 휴일이라는 점에서 주말 프로그램들은 일단 시청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 역시 전성기(?)를 넘긴 지금, 역시나 해답은 (식상하다는 답이 돌아와도 어쩔 수 없지만)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와 새로운 시도로 기울 수밖에 없다. <놀러와>도, <슈퍼스타K>도, 강호동의 <1박2일> 역시 정점이었던 시기를 확인해 보면 역시나 저 두 요인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가장 반짝반짝한 지상파 예능은 <라디오스타>다. 또, <황금어장>의 수장이었던 여운혁 CP와 <라디오스타>의 원년 멤버 김구라가 핵심인 JTBC의 <썰전>은 연예뉴스와 미디어비평, 예능과 토크쇼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버무린 듯한 신선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잠깐, 그런데 결국 두 프로그램도 형식은 마찬가지로 집단 토크지 않나.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MBC

'라디오스타', 뒷방신세에서 독보적인 토크쇼로

27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알렉스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짧고 굵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엉덩이로 나무젓가락을 격파하는 사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악동과도 같은 이미지의 '라스'에 딱 들어맞는 쿨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시청자도, 출연한 자신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묘한 상황 속에서 알렉스는 "힐링이 됐다"고 고백했다.

언제부턴가 <라디오스타>는 <놀러와>의 기획 섭외와 <무릎팍도사>의 독기를 이어 받은 MBC 오후 11시대 토크쇼의 '정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만나요, 제발"이라며 <무릎팍도사>의 뒷방신세를 면치 못했던 시절이 그 언제였냐는 듯, 신정환과 김구라의 빈자리를 편안함과 예의 그 깐족거림으로 채워 넣으며 여타 토크쇼가 확보하지 못한 자신들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지 오래다.

심지어 지난 1세대 아이돌 특집에선 1990년대 아이돌들을 데려다 놓고선 추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삼위일체'의 방송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사생활 질문과 난감한 돌직구를 날리던 김구라의 존재가 더 이상 아쉽지 않을 만큼 <라디오스타>는 독보적인 토크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묻혔던 연예인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시를 얘기해도 웃길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랄까.

그 핵심은 기획력과 정체성 유지, 그리고 여유다. 기존의 난상토크와 집단 섭외, 그리고 마이너 정신에 더불어 2007년부터 지속돼온 이 토크쇼는 출연자들을 다독이고 또 응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추게 됐다. 매회 시청자들이 다음 주 게스트들이 누구냐를 기대할 만큼.

 JTBC <썰전>의 한 장면
JTBC <썰전>의 한 장면JTBC

'썰전', 하이브리드 예능의 탄생 

이제 4회까지 방영된 JTBC의 <썰전>은 집단 토크를 좀 더 특화시킨 경우다. 여운혁 CP가 이름을 올린 <썰전>은 김구라 개인의 개성을 전체 프로그램으로 확장시킨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치판'을 양념으로 버무린 뒤, '연예계'를 주 메뉴로 하는 실명 난무 토크쇼 말이다.

첫 회부터 유재석과 강호동, 신동엽이라는 예능 대표선수들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던 <썰전>은 이후 종편에 대한 자체 평가부터 연예뉴스에 대한 직격탄까지, 연예계의 굴직한 화두들을 하나 둘씩 격파해 나가고 있다. 종편 토크쇼들을 비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실명이 난무한다. 그러한 돌발성 토크와 사생활 캐기는 <라디오스타> 시절 김구라의 전매특허였다.

<썰전>이 흥미로운 것은 시사를 챙기면서도 예능과 연예계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은 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솔직함을 무기로 내세웠단 점이다. 허지웅 대중문화평론가가 종편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이윤석이 꽤나 강한 의외의 모습을 선보이고, 예능에 적응 중인 강용석 전 의원은 또 보수나 고위층(?) 시청자들의 시각을 대변해 낸다. 이를 정리하는 것은 똑 부러진 박지윤 아나운서다.

물론 그 기저엔 <라디오스타> 시절부터 구축해온 김구라식 실명 토크가 자리한다. 여기서 <라디오스타> 역시 마이너한 감성에서 출발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시청자들이 그 신선함에 길들여져 지금까지 함께 올 수 있었다. 미디어비평부터 좀 더 리얼한 토크쇼까지를 아우르는 <썰전>은 분명 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활력이 넘친다.

여기에 시즌4까지 넘어오며 좀 더 독해진 <SNL코리아>와 신동엽-김희선-윤종신의 MC 조합이 이미 친숙한 과거 <야심만만>의 형식과 결합된 <화신> 역시 안정적으로 자신들만의 개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위기론'의 대답은 외부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일본처럼 전체 시청률 파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기론을 들먹일 필요는 없어 보인단 얘기다. 그 보다는 새로운 플랫폼을 포함해 시대에 맞는 시청률 조사 포맷 개발과 도입을 통해 TV에서 멀어진 젊은 시청층의 입맛과 취향을 반영해 내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이에 앞서 '제작진과 방송사들이 매너리즘이나 트렌드만을 좆는 안일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지'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전제 조건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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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