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994~95년 농구대잔치 결승 삼성생명과 SKC의 결승 1차전 동영상이 농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왔다.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박정은-김지윤은 물론이고, 당시 삼성생명의 정은순, SKC의 유영주,정선민 등이 나와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특히 팬들이 열광한 대목은 당시 선수들이 확실히 기본기나 득점 해결능력에서 요즘 여자 농구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농구도 마찬가지지만, 프로화되면서 체격은 좋아졌지만, 기본적인 플레이에서 아쉬움을 남기에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대목. 과연 요즘 여자 프로농구에서 가장 기량이나 득점력에서 인정받는 선수는 누구일까?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 첫 손가락에 꼽힐만한 선수는 바로 KB스타스의 변연하일 것이다.
뛰어난 득점력과 동료를 살려주는 능력
1980년생으로 우리나이로 어느새 서른 넷. 178cm이라는 포워드 치고 나쁘지 않은 신장이지만, 결코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올 시즌 그의 활약을 보면, 그저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평균 18.42점 5.85리바운드 5.08어시스트 3점슛 2.42개로 공격 전 부분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득점 순위표에서 삼성생명의 헤리스(20.65점)만이 변연하 위에 있을 정도다. 여기에 바로 밑인 3위에 샌포드(평균 18.3점)가 있고, 캐서린(13.65점)물론 부상으로 26경기밖에 출전하지는 못한 것이 흠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확약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1999년 겨울리그에서 삼성생명 소속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변연하는 세 시즌 동안 총 20경기에 나온 것이 전부였을 만큼 미비한 활약을 보였다. 득점도 2000년 겨울리그에서 올린 7.13점이 그러나 2000년 여름리그(10.5점)이후 변연하는 시즌으로 치면, 올 시즌까지 19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 중이다.(참고로 1999년부터 2007년까지는 겨울/여름 리그로 나눠 시즌을 치뤘고, 2007~08 시즌부터 단일 시즌으로 환원 됐다.) 적어도 현역 선수 중에서 슛만 놓고 보면, 변연하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200809시즌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스타 선수가 많았던 삼성생명을 떠나 KB 스타즈로 떠나는 도전을 감행한 변연하는 2010~11시즌만 7경기를 뛰었을 뿐 다른 세 시즌은 40경기 전 경기를 뛰었을 만큼 팀 공헌도 역시 높은 선수다. 괜히 '변코비'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닌 것이다.
변연하가 돋보이는 것은 득점 기술이다. 여자 선수라고 믿기 힘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해 볼 점은 리바운드나 어시스트다. 보통 공격 지향적인 선수들이 자신의 득점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변연하는 리바운드나 어시스트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특히 포인트가드인 박세미와 홍아란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아직은 부족한 선수들이라 '고참' 변연하의 게임 조율이 때로는 더 돋보인다.
'변코비', 레알 신한과 만나다!
이렇듯 득점은 물론이고, 여러 부분에서 돋보이는 변연하의 활약은 신한은행전에서 더욱더 필요했다. 당장 4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날 경기 직전 연습 도중 외국인 센터 리네타 카이저가 발목 부상을 당해 결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올 시즌은 우리은행에게 선두자리를 내줬지만, 여섯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올랐을 만큼 저력있는 팀이라 힘든 승부가 에상됐다.
그러나 오히려 1쿼터부터 변연하는 카이저의 공백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 각각 다른 세 지점에서 3점슛 세 방을 성공시키는 등 1쿼터 초반 15-7 팀의 8점차 리드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1쿼터에서만 11점을 몰아친 변연하의 활약 속에 오히려 외국인 선수가 빠진 KB는 정미란-박세미까지 3점포 대열에 가세, 25-18로 1쿼터를 앞서갔다. 1쿼터만 놓고 보면 마치 변연하가 외국인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2쿼터 들어 변연하는 단 2점에 그쳤다. 2쿼터 종료 1분 25초를 남기고 골밑 득점을 성공하기 전까지 변연하는 김단비의 악착 같은 수에 막힌 것이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로빈슨과 하은주의 골밑 득점을 앞세워 34-36으로 바짝 점수차를 좁히고 전반을 끝냈다.
3쿼터 역시 변연하는 좀처럼 득점에 가세하지 못했다. 상대의 수비가 워낙 집중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박세미와 강하정이 3점포를 한 개 씩 성공시켜 주면서 숨통을 트였지만, 변연하가 침묵하면서 좀처럼 KB는 공격에서 해법을 풀지 못했다.
그 사이 신한은행은 조은주-김연주의 3점포로 기어이 51-48로 이날 경기 첫 리드를 잡았다. 게다가 3쿼터 마지막 공격에서 변연하가 레이업을 득점으로 성공시켜주지 못한 반면,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곧바로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결국 1쿼터에서만 변연하의 11득점을 앞세워 25점을 올린 KB였지만, 3쿼터에서는 오히려 신한은행이 25점을 올렸다. 그 속에는 2-3쿼터에 자유투로 단 4점을 준 신한은행의 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쿼터 들어 변연하는 자신의 득점보다는 오히려 팀 동료인 강아정-정선화의 득점을 도왔다. 그러면서 KB는 한 때 60-71, 11점차까지 뒤지던 경기를 4쿼터 종료 1분 37초를 남기고 74-78까지 좁혔다. 특히 74점째 득점도 변연하의 3점슛이었다.
그러나 변연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높이'의 열세였다. 아예 경기에 뛰지 못한 카이저에 대체 자원없이 혼자 뛰어야 하는 센터 정선화 역시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에슐리 로빈슨에게 무려 29점이나 내줬기 때문이다.
물론 외곽슛과 수비를 앞세워 KB는 끝까지 따라 붙었다. 그러나 경기는 74-78 KB의 패배였다. 이날 KB는 시즌 17패(13승)째를 당하면서 4강 PO 티켓 매직넘버를 3에서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5위 KDB와의 승차 역시 두 경기차로 좁혀졌다. 5경기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결코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비록 팀은 패했다. 그렇지만, 변연하는 상대의 집중 수비속에서도 20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러한 그의 게임 조율과 어시스트 덕분에 강아정(2점 3점슛 3개)-정선화(12점 3리바운드)-박세미(11점 3점슛 2개 4어시스트)-정미란(10점 10리바운드)까지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할 만큼 KB는 원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팀은 패했지만, 다시 한 번 '변코비'의 진가를 느끼게 해준 경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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