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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 겨울, 불어오는 바람에 당신의 마음도 흔들린다

SBS 새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제작발표회...2월 13일 첫방

13.01.31 20:20최종업데이트13.01.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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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정민

"바람에 흔들리는 한 나무를 보고 제자가 스승에게 저 나무가 흔들리는 것인지, 바람이 흔들리는 것인지 물었대요. 스승이 대답하길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라고 했고요. 작품 속의 '바람'도 그런 것이라 생각해요. 극이 진행됨에 따라 네 캐릭터의 가치관과 감정이 변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빚어지거든요. 제목 속 '바람'은 마음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바람은 마음을 흔드는 것"이라는 배우 김범의 진지한 답변에 무릎을 쳤다. 함께 자리한 조인성은 "우리는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범이가 현답을 내놨다"며 "저 이상으로 대답하는 게 어려울 것 같으니 우리는 '이하동문'이라고 해 달라"고 감탄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SBS 새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의 말처럼 <그 겨울> 속 두 주인공,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은 서로의 존재를 접한 후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곁에 있던 박진성(김범 분)과 문희선(정은지 분)역시 그렇다. 김규태 PD는 "회가 거듭될수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나올 것"이라며 "초반이 차갑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운 드라마가 된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다.

노희경 "시각장애인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옆은 김규태 PD.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옆은 김규태 PD.이정민

무엇보다 <그 겨울>이 화제작인 이유는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등으로 남다른 인간애를 보여준 노희경 작가가 대본을 쓰고,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김규태 PD가 연출을 맡은 때문이다. 특히 배우들에게 노희경 작가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노 작가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송혜교는 "두 번째라고 해서 더 편해지거나 쉬워진 것은 없다"며 "예전보다 두 배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고, 김범 역시 "대본을 받고 나니 역시 배우들이 공부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더라"며 "작가님의 대본 덕에 배우들이 그 안에서 안정감 있게 연기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시각장애인인 오영의 삶을 그려야 하는 만큼, 노희경 작가는 부단한 취재를 통해 인물을 완성했다. 화면 속 오영의 풀 메이크업과 킬힐을 본 일부는 리얼리티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노 작가는 흔들림이 없었다. "취재하면서 놀랐던 건 그 분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방구석에 가만히 있어라'였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나조차 오영을 끝없이 방 안에 방치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이 사람은 방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거꾸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을 환자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죠. '이 사람도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시각장애인 교본을 봤는데, 화장하는 법과 하이힐을 신는 법이 다 있더라고요. 방 안에 있는 오영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게 오수(조인성 분)입니다. 다만 드라마가 시각장애인을 다루면서 그들에게 폐가 되거나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에선 걱정도 됩니다."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이정민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로부터 칭찬을 받은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로부터 칭찬을 받은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정민

김규태 감독은 이번 연출의 포인트로 '담백함'을 꼽았다. "'그림만 보인다'는 평도 있는 것 같아, 이번엔 기술적인 부분에는 신경을 덜 쓰고 조금은 단순하지만 힘이 있는 연출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화면의 각도가 특별하지 않아도 배우들의 느낌이 있어 클로즈업 샷만으로도 힘이 있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의 힘이 이만큼 강렬할지 몰랐는데, 한 3일 촬영하고 모니터링해 보니까 드라마틱한 부분이 잘 나오더라고요. 이번에는 작가님에게도, 배우들에게도 얹혀갈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고민하는 건 시청자가 오수의 마음을 다 알아야 하는 건지, 그들조차도 모르게 해야 하는 건지, 그런 (연출의) 선입니다. 작가님의 (대본) 스타일은 정적인데 그걸 인성이가 연기하니까 동적인 느낌도 상당히 나오더라고요.

혜교는 첫 날 첫 컷을 찍는데 정신이 몽롱하더라고요. 시각장애인 연기가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클로즈업을 찍는 순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죠. 3일간 미니시리즈의 중반부를 찍는 것처럼 힘든 스케줄이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이미 두 배우가 작품에 많이 빠져든 상태더라고요. 설정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심리적 묘사가 디테일하기 때문에 초반 집중도를 많이 요합니다. 초반에 집중해 주시면 재미를 느끼실 것 같습니다."

송혜교·조인성, 두 사람의 환상적인 만남..."1부부터 감정신"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정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연예계에 데뷔한 두 배우, 송혜교와 조인성은 <그 겨울>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만날 법도 한데 참 못 만난다는 생각도 했는데, 함께한다는 것을 듣고 '기대갈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안심이 됐다"는 송혜교와 "연기가 어렵고 정리가 안될 때 송혜교의 연기를 보거나 대사를 듣고 정리되는 적이 많다"는 조인성은 이미 초반 촬영에서 숱한 감정신을 몰아 찍으며 '환상의 커플'로 거듭났다고 했다.

특히 다양한 연기로 배우로서 깊이를 더해 가고 있는 송혜교는 대기업 상속녀이자 시각장애인인 '죽고 싶어 하는 여자' 오영을 연기한다. 그는 "표현을 잘 해야 하고, 예민한 부분이 많아 나도 예민해졌다"며 "시각장애의 증상도 여러가지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다 다르더라. 오영은 정면에만 시각이 있는 '터널시력'이라 흔히 말하는 '동공연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문적 설명까지 곁들이며 치열했던 고민의 시간을 내비췄다.

"시각장애인을 연기하다 보니 제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외로울 때가 많아요. (상대의)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없으니까요. 상대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표정은 어떤지도 볼 수 없고 허공에 대고 연기를 많이 해요. 그 자체만으로도 오는 외로움이 있더라고요. 어떨 때는 나 혼자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외롭기도 하고요. 그래서 굳이 (감정을) 만들어서 하기보단 현장에서 저절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미소를 짓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미소를 짓고 있다.이정민

그런가하면 '꽃미남' 스타에서 벗어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조인성은 전문 갬블러(도박사)였다가 돈을 위해 오영의 가짜 오빠 행세를 하며 접근하는 '살고 싶어하는 남자' 오수를 연기한다. 그는 군대 생활을 회상하며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향으로 화면에 보였으면 좋겠다"며 한층 깊어진 눈빛을 선보였다. 또 발표회 내내 배우들과 노희경 작가 등을 안내하며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의 배려심 넘치는 모습처럼, 조인성은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내놨다. "많은 분들이 작품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우려하시는데, 그저 중심이 튼튼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내가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 연기하는 캐릭터도 무겁지만은 않게 보일 것"이라는 말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초반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진중하게 다가설 거에요. 하지만 촬영한 결과물을 보면 캐릭터들이 무겁지만은 않아요. 재미있는 신은 재밌고요. 진성과 희선이도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줄 거에요.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요."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정민

슬라이드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김규태 PD, 노희경 작가,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포토타임을 가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김규태 PD, 노희경 작가,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포토타임을 가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정민

그런 그를 두고 노희경 작가도 "자신감있고, 무엇보다 열심히 하고, 무모하리만큼 열정적인 사람"이라며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재밌다"고 말문을 연 그는 "이만큼 자신있는 배우를 못 본 것 같다. 후배들 앞에서조차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는 게 서슴없는데, 그걸 보고 '정말 자신감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인성이 머리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라서, 조인성의 해석을 보면서 내가 대본을 쓰는 선이 정해졌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저택 수영장에서의 신을 꼽았다. 송혜교는 "찍을 때도 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감정이 나왔다"며 "타 드라마는 7부 이후 멜로나 감정신이 생기는데, 우리는 1부부터 그런 신들이 많았다"고 전했고, 조인성도 "어떤 계산을 하고 들어가지 않았다"며 "송혜교의 연기만 보고 그대로 받았는데 임팩트 있게 나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드라마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2월 13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이 겨울,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시리고도 따뜻한 바람이 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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