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는 지난 28일 팀의 간판 센터 로드 벤슨을 울산 모비스에 트레이드 시켰다. 6강 경쟁이 한창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벤슨을 이적시킨 LG는 많은 비판의 소리를 들었다. 이번 시즌을 중도에 포기하고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그런 LG가 벤슨 이적 이후 처음 치른 경기에서 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승리를 챙겼다. LG는 30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위 인천 전자랜드와의 시즌 4라운드 맞대결에서 40점을 합작한 클라크와 정창영의 활약에 힘입어 86-77로 승리했다.
남은 잔여 시즌 동안 '추락'만 있을 것이라 보였던 LG가 예상 외로 승리를 거두자 언론은 LG의 승리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벤슨의 이적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벤슨의 트레이드에 따른 후유증이 없었다, 클라크만으로도 충분히 6강 경쟁이 가능하다, 위더스가 생각보다 팀에 잘 녹아들었다 등등 LG의 승리를 예쁘게 포장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의 잔여 시즌 동안 LG에 대해 기대 해봐도 좋은 것일까? 앞으로도 LG의 경기에서 벤슨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총 3가지다. 패한 전자랜드의 홈 성적, 모비스에서 LG로 이적해 온 위더스의 상대팀별 성적, 2옵션에서 1옵션으로 올라선 클라크의 상대팀별 성적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전자랜드의 홈 성적부터 살펴보자. 전자랜드는 30일 경기 전까지 홈 18경기에서 9승 9패로 5할 승률을 기록중이었다. 원정에서 12승 4패로 승률 0.750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홈에서는 좀처럼 강팀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전자랜드는 최근 홈에서 열린 5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홈 5연패에 빠져있었다.
더군다나 전자랜드는 이현호의 부상과 포웰의 부진으로 인해 팀의 공수 밸런스가 깨지며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열린 4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고 있었다. 앞선 3차례의 맞대결에서 유독 전자랜드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던 LG 선수단은 부진에 빠져있던 전자랜드를 홈 6연패에 빠뜨리며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전자랜드만을 상대로 강한 모습 보인 위더스
새롭게 LG에 합류한 커티스 위더스의 활약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위더스는 이 날 9분 동안 9득점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클라크가 잠시 쉴 동안 그 시간을 잘 커버해주면서 LG 이적 이후 잠재되어 있던 기량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의 소리들이 나왔다.
하지만 위더스의 이번 시즌 상대팀 별 성적을 살펴보면 그러한 기대감은 위더스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평균 6.3득점 3.7리바운드를 기록중인 위더스는 유독 한 팀을 상대로 특출나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 상대는 바로 전자랜드였다. 위더스는 모비스 시절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평균 11.5득점 5.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위더스가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한 상대팀이 바로 전자랜드였던 것이다. 모비스는 전자랜드에 약했지만 위더스는 전자랜드에 강했다.
마지막으로 클라크의 맹활약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클라크는 이 날 30분 55초 동안 24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벤슨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클라크가 30일 경기에서 기록한 출장 시간과 리바운드는 이번 시즌 최다였으며 득점은 2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그야말로 최고의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렇지만 클라크가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대팀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활약이 꾸준히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클라크는 포워드 유형의 외국인 선수가 1옵션으로 뛰는 팀을 상대로는 항상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평균 10.7득점을 기록중인 클라크는 제스퍼 존슨의 KT를 상대로 평균 17.0득점, 후안 파틸로가 3라운드까지 주전으로 활약한 KGC를 상대로 평균 16.0득점, 그리고 리카르도 포웰의 전자랜드를 상대로 평균 14.8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LG가 벤슨을 내보내고도 상위권의 전자랜드를 잡아낸 것은 분명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LG가 전자랜드를 잡아냈다고 해서 LG의 앞으로의 잔여 시즌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랜드전 승리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이유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벤슨 없이 승리를 거둔 LG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희망적인 평가는 전자랜드전 한 경기가 아닌, 앞으로 진행될 5라운드 초반의 경기력을 본 뒤에 내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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