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4>에서 하차를 논의 중인 이준-오연서 커플
오연서 미투데이
왜 <우결>은 이준-오연서를 포기하지 못했을까이준-오연서 커플의 하차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연서의 스캔들로 인해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결>은 어찌되었든 '리얼'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이런 식의 스캔들은 매우 치명적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진정성이 뿌리 채 흔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었다면 <우결> 제작진이 애초에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재빨리 이준-오연서 커플의 하차를 결정하고, 새로운 커플을 투입했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결> 측은 '강행돌파'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의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거세어졌지만 쉽사리 이준-오연서를 놓아주지 못했다. <우결>의 패착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우결>이 이준-오연서 커플을 포기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광희-한선화, 줄리엔 강-윤세아, 이준-오연서로 이루어진 삼각 커플 체제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데다가 시청률 역시 줄곧 상승세였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섣불리 멤버를 교체하기 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한 채 문제를 봉합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수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 나온 촌극이 바로 오연서의 '공개사과'였다. 오연서를 이준 앞에 세워 놓고 스캔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게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연서가 아무리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이미지가 생명인 여배우다. 전국에 송출되는 방송에서 대놓고 스캔들을 구구절절 해명해야 하는 건 그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방송에서는 이준이 오연서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갈등을 봉합하는 것으로 포장됐지만, 이 정도의 미봉책으로 훼손당한 진정성이 회복되기는 힘들다. 비록 소속사는 "<우결>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준이 팬 카페에 "내가 로봇인가. 누굴 위해 계속? 참을 만큼 참았고 나에게도 의견이란 게 있는데.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있나. 눈에 보이게 사과하는 것도 죄송스럽고. 난 사람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짓 연기 못함"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수습하기 힘든 쪽으로 전개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이준-오연서 커플은 프로그램 하차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이미 생명력을 완전히 소진해 버린 이준-오연서 커플을 억지로 끌고 가려던 시도가 실패로 귀결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쉽게도 제작진이 생각했던 것만큼 시청자들은 단순하지 않았고, 또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어설프게 사건을 덮으려다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만든 셈이다.
▲지난 1월 12일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4>의 한 장면. 오연서가 스캔들 이후 이준에게 해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MBC
제작진의 늑장 대응이 만든 비극이 과정 속에서 정작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건 연기자들이다. 특히 오연서의 가상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야 했던 이준의 입장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의 말대로 이준은 '로봇'이 아니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했던 그는 그동안 얼마나 난감하고 불편했을까. <우결> 제작진은 너무 무거운 짐을 그에게 떠 넘겼다.
오연서 역시 안타깝다. 사건의 원인 제공자이긴 하지만 그 역시 한 명의 젊은 여성이자 연기자일 뿐이다. 충분히 연애도 할 수 있고 스캔들도 날 수 있는 나이다. 다만 <우결>에 출연하고 있었다는 원죄가 너무 컸고, 생각보다 사건이 복잡하게 전개됐다는 점 또한 치명적이었다. 대신 오연서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례적인 공개사과도 했고 온갖 비난도 감수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 역시 피해자다.
지금 진정 비판받아야 할 당사자는 <우결>의 제작진이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구성과 방향을 이끄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애꿎은 두 연기자는 이제 그만 괴롭히고 <우결> 측의 처절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할 때다. 스캔들로 논란이 불거질 당시, 제작진이 보다 기민하고 영리하게 판단을 했더라면 이준과 오연서가 이렇게까지 상처를 받으며 '불명예 퇴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한 달 넘게 끌고 온 우유부단함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시즌 4로 새 단장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던 <우결>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신망과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리얼과 콩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우결>의 정체성은 뿌리 채 흔들리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의 존재 근거 역시 미약해지고 말았다. 이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늑장 대응으로부터 비롯된 일임을 반드시 자각해야 할 것이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했다. 이준과 오연서의 뒤늦은 이별은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만을 남긴 채 되새길 추억조차 없는 '악몽'이 되고 말았다. 과연 <우결>은 이번 일을 무사히 극복하고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을까. 진퇴양난의 길목에 서 있는 <우결>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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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이준-오연서, 너무 늦은 이별이 상처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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