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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호모 사피엔스도 단맛을 즐겼을까?

'과학스페셜' 음식과 진화 1부 ‘요리하는 유인원’

13.01.31 13:57최종업데이트13.01.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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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크기 증가는 단백질 섭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얼마나 커졌냐 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는 500cc였는데 호모 하빌리스 같은 초기 인류의 경우 600cc까지 증가했습니다. 그 다음 호모 에렉투스는 약 1000cc까지 증가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도구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빠뜨리고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 가운데 그들이 먹는 음식도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채식하던 인간이 고기에 손을 대면서부터 뇌 크기는 점점 커졌다고 한다. 당연히 지능도 점점 높아졌다. 먹는 게 남는 거라더니, 60억 인구를 남긴 인류의 힘은 잘 먹은 덕분은 아닐까.

 원시 인류의 두개골은 점점 커졌지만 턱은 작아졌다.
원시 인류의 두개골은 점점 커졌지만 턱은 작아졌다.이성제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로 1월 한국방송(KBS) 개편 때 신설된 <과학 스페셜>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첫 방송이었던 24일에는 2부작 '음식과 진화'의 첫 번째 편 '요리하는 유인원'이 방영됐다.

세치 '혀' 본능이 인류 진화의 일등공신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는 원시 인류의 두개골이 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머리가 커지고 턱이 작아진 증거들이다. 제작진은 두개골에 있는 치아의 표면을 정밀하게 관찰해 인류가 호모 하빌리스 시절부터 육식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질긴 고기를 씹었지만 턱과 이빨이 발달하지 않았던 이유는 불에 익힌 고기를 먹었기 때문. 익힌 고기는 소화에 유리했고 더 나아가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들은 영상에 담겨 차근차근 전달된다. 내용의 밀도가 돋보였다.

 (좌) 진화 과정에서 섭취한 음식은 달라졌는데 그 흔적이 이빨에 남아있다. (우) 발굴 현장을 찾아가 원시 인류의 흔적을 영상에 담았다.
(좌) 진화 과정에서 섭취한 음식은 달라졌는데 그 흔적이 이빨에 남아있다. (우) 발굴 현장을 찾아가 원시 인류의 흔적을 영상에 담았다.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요리하는 유인원'을 그려내기 위해 제작진은 아프리카를 다녀오기도 했다. 원시 인류의 생활상을 보존한 채 살아가는 탄자니아 하드자베족의 모습을 담았다. 원시 인류가 어떻게 살았을 지 시청자들이 유추할 수 있게 돕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발굴하는 현장을 찾아가 원시 인류가 사용했던 손도끼, 불에 탄 뼈들을 보여준다. 원시 인류의 흔적을 담은 생생한 영상에 눈길이 간다. 발품팔고 동분서주한 만큼 영상은 신선하기 마련이다.

"인류는 지방의 맛을 왜 본능으로 느끼게 됐을까요. 진화론에선 생명체가 맛을 느끼는 것은 진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선별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해석합니다."

고기에 손 댄 인간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진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알아차리기 위해 인간은 맛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단맛·쓴맛·짠맛·신맛·감칠맛 5가지 맛을 감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분이 많은 달달한 과일은 칼로리 섭취에 유용하기 때문에 단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혀에 가장 많고, 쓴맛은 독과 관련돼 있어 이를 잘 느낀 종족은 생존에 유리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제작진은 지방의 맛을 알아채는 수용체 'DC36'이 혀 세포막에 있다는 최신 연구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음식과 진화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제작진의 성실한 자료 조사 덕분일 것이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진행과 신선했던 시각 효과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음식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여정은 오유경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되었다. 직접 박물관과 연구실, 발굴 현장 등을 방문해 전문가와 이야기 나누고 과학 지식을 전달해 주어 믿음직스러웠다. <시사투나잇> <소비자 고발> 등에서 보여준 똑부러지는 모습이 과학 다큐멘터리와 전반적으로 잘 어울린다. 종영된 <역사스페셜>의 아나운서 한상권나 서울방송(SBS) <그것의 알고싶다>의 배우 김상중처럼 프로그램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속 촬영과 CG 사용이 눈길을 끌었다.
고속 촬영과 CG 사용이 눈길을 끌었다.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이번 '음식과 진화'에는 여러 가지 시각 효과들이 가미돼 눈길을 끌었다. 원시 인류의 모습이나 빙하기 상황을 CG로 표현한 부분들은 크게 튀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또한 고속 촬영으로 담아낸 하드자베족이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이나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 등은 자주 봤던 것이지만 새롭게 느껴졌다. 이러한 기법을 좀 더 과감하게 사용했다면 감각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지 않았을까.

한국방송의 다큐멘터리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공영방송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환경, 역사, 사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발굴,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묵묵히 해왔다. 시청률이 두드러지게 높거나 사람들이 이목을 끄는 소재들은 아니었지만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고정 시청층이 꽤 있었다. 이번에 신설된 <과학스페셜>이 이전의 한국방송 다큐멘터리처럼 과학 분야의 좋은 정보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좀 더 신선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과학스페셜 음식과 진화 다큐멘터리 KBS 유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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